자본총계 3000억원 못 미치지만 업계 상위 연봉자 다수 나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영향···순익만 4배 넘게 증가해
“확실한 성과 보상은 중소형 증권사의 경쟁력 강화 전략 중 하나”

‘은둔형 증권사’ 탈피를 선언하고 변화에 나서고 있는 한양증권이 증권업계에서 손꼽히는 고액 연봉자를 다수 배출해 주목된다. 그동안 대형증권사에서 상위 연봉자가 주로 나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는 이례적인 모습이다. 인센티브를 통한 적극적인 인재 영입과 경쟁력 강화에 공을 들인 투자은행(IB) 부문의 결실이 이 같은 모습을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양증권은 전날 사업보고서에서 박선영 투자금융 본부장이 지난해 보수로 20억8100만원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급여는 1억1400만원이었지만 상여금이 19억4800만원에 달했다. 보수총액으로 따지면 이는 증권업계 내에서 7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회장과 사장, 부사장 직급을 제외하면 업계에서 가장 높은 연봉이기도 하다.

한양증권의 고액 연봉자는 그뿐만이 아니다. 민은기 투자금융 실장은 지난해 19억6600만원의 보수를 책정받았다. 그 역시 기본급은 8000만원이었지만 상여금이 18억7700만원으로 보수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밖에 신준화 프로젝트금융 실장(6억8900만원), 성정현 투자금융부장(6억1600만원)도 5억원 이상 보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대형 증권사에서 고액 연봉자가 주로 배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생소한 모습이다. 한양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가 3000억원이 채 되지 않는 소형 증권사에 속한다. 게다가 한양증권은 연간 5억원 이상을 받는 임원이 처음으로 공개되기 시작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한 차례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에서야 4명의 임원이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았지만 최고액은 6억7000만원에 그쳤다.       

이 같은 상황은 한양증권의 변화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임재택 한양증권 대표는 지난 2018년 한양증권에 부임한 이후 43년 만에 CI(기업 이미지) 개편에 나서는 등 은둔 증권사 탈피에 나섰다. 특히 투자은행(IB)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면서 조직을 개편하고 외부에서 전문가를 수혈하는 데 적극 나섰다. 이 과정에서 다른 중소형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높은 인센티브를 약속한 것으로 알려진다.

실제 이번에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은 박 본부장은 케이프투자증권에 재직하다 2018년에 한양증권으로 영입됐다. 상위 연봉 명단에 이름을 나란히 올린 민 실장과 신 실장도 박 본부장을 따라 한양증권에 합류한 외부 영입 케이스다. 이밖에 한양증권은 임 대표 체제 이후 에쿼티영업본부에 BN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을 지낸 변성진 상무를 영입했고 지난해엔 주식·파생운용 본부장으로 KTB투자증권 출신의 정호영 상무를 발탁한 바 있다.

이들의 성과는 지난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양증권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인 22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것이다. 이는 전년 47억원 대비 376%나 급증한 수치다. 영업수익과 영업이익 역시 각각 3104억원, 29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51.3%, 426.4% 가량 증가했다. 지난해 증권업계가 전체적으로 호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두드러진 실적 증가폭이다.

이 중에서도 박 본부장이 이끄는 투자금융본부가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2018년 박 본부장의 영입과 함께 신설된 투자금융본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사업 등이 큰 성과를 보이면서 지난해 연간으로만 365억원의 영업수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 본부 통틀어서 가장 좋은 실적으로 박 본부장을 비롯한 투자금융본부 내 영입 인재들의 성과급으로 이어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호실적과 함께 높은 연봉을 받는다는 것은 성과에 대한 보상이 확실하다는 것으로 그만큼 내외부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특히 인재 영입이 어려운 중소형증권사 입장에서는 인재 영입을 수월하게 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고, 내부적으로는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은둔형 증권사’ 탈피를 선언하고 변화에 나서고 있는 한양증권이 증권업계에서 손꼽히는 고액 연봉자를 다수 배출해 주목된다. / CI=한양증권.
‘은둔형 증권사’ 탈피를 선언하고 변화에 나서고 있는 한양증권이 증권업계에서 손꼽히는 고액 연봉자를 다수 배출해 주목된다. / CI=한양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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