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특허 분쟁이 '스타트업'에게 어려운 이유
  • 차여경 기자(chacha@sisajournal-e.com)
  • 승인 2020.03.31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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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이 지식재산권을 침해당한 사건이 과반수···민사소송 가도 피해 입증 어렵고 자본 많이 들어
업계·전문가 "특허 소송 이겨도 돈 없어 '피봇'하는 스타트업 많아···법적 안전망 필요"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스타트업 특허 분쟁은 긴 역사를 갖고 있다. 상표권이나 지식재산권 특허를 인지하고도 출원하는 기업이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소송으로 가게 되면 시간과 돈이 드는 긴 싸움을 스타트업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특허심판 중에는 중소‧벤처기업의 지식재산권 분쟁이 압도적으로 많다. 특허청 통계를 보면 중소‧벤처기업이 지식재산권을 침해당한 사건이 과반수를 넘는다. 대기업이 지식재산권 피해자인 사건은 6.8%에 그친다. 

대표적인 분쟁은 상표권 및 상품‧서비스 표절 분야다. 최근 티머니가 스타트업 티포트주식회사의 ‘온다(ONDA)’ 명칭과 슬로건을 그대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스타트업 듀카이프는 의류 기업 한세엠케이가 자사 제품인 마스크 모자를 표절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증거불충분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 벌집 아이스크림을 개발한 소프트리와 밀크카우의 상품 표절 건도 있었다. 이 소송은 대법원까지 갔으나 소프트리가 벌집 아이스크림이 정형화된 것이 아니라는 판결에 따라 패소했다.

기술 특허에 대한 분쟁은 대부분 소송으로 번졌다. 지난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배숙 민주평화당 의원은 LG유플러스와 중소기업 서오텔레콤 간 분쟁을 거론했다. 조 의원은 “LG유플러스가 2003년 서오텔레콤의 ‘긴급 비상호출처리’ 특허 기술을 알고 있으면서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특허무효심판에서는 서오텔레콤이 승소했고, LG유플러스는 손해배상소송과 권리범위확심판에서 승소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국내 민사소송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국제무역위원회 소송을 진행 중이다. 메디톡스는 자사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원료와 제조기술 자료를 대웅제약이 불법 취득해 사용 중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메디톡스는 소송뿐만 아니라 중기부 기술침해 행정조사를 신청하기도 했다. 대웅제약은 지난 30일 미국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행정조사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반면 소송으로 가지 않고 합의를 본 사례도 있다. 지난해 카카오는 플러스친구 서비스를 ‘톡채널’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스타트업 조이코퍼레이션의 사이트‧앱 서비스 채팅 서비스 ‘채널톡’과 비슷한 이름이다. 카카오와 조이코퍼레이션은 사전에 합의를 이뤘고 카카오는 ‘카카오톡채널’로 명칭을 변경했다.

스타트업 업계는 상표권이나 특허 분쟁을 위한 법적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허심판원 판결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소송을 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투자 유치를 통해 경영을 유지하는 스타트업에겐 버겁다는 얘기다. 특히 지식재산권피침해분쟁에서는 내용증명‧경고장 등 작성 및 발송 비용, 법률 자문비용, 대리인 선임비용, 침해조사비용, 소송비용 등이 소요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는 “만약 스타트업이 지식재산권을 침해당했을 경우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고 내용증명을 보내는 데에만 300만원이 든다. 표절 내용을 입증하는 데도 기존 서비스를 운영하지 못할 정도로 시간이 많이 든다”며 “법적 분쟁에서 승소하고도 돈이 없어 새롭게 투자를 받기 위해 폐업하거나 피봇(pivot, 스타트업이 사업을 변경하는 것)하는 스타트업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허심판원, 민사소송에 가기 전 대기업과 중견기업 간에 합의를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일부 기업은 자본을 바탕으로 소송까지 가서 해결하려 한다. 결국 스타트업이 제풀에 지치길 바라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상표권과 기술이 침해되는 사례가 많은데 국내에서는 소송까지 가서도 특허 침해를 입증하기 힘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상표권 전문 변리사가 특허침해소송 대리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엄정한 대한변리사회 임원 겸 컴퍼니비 대표는 “법적으로 스타트업이 유리할 수 있어도 현실적으로 스타트업이 소송까지 가게 됨으로써 입는 피해가 많다. 스타트업이 약자이기 때문”이라며 “같은 업종, 같은 소프트웨어 상표권 침해로 소송을 벌이게 되면 돈 없는 스타트업은 못 버티는 것”이라고 말했다.

엄 대표는 “스타트업과 친밀한 상표권 전문 변리사가 (상표권) 침해소송 대리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실제 소송에서는 소송 대리를 할 수 없다”며 “변리사법에는 소송 대리권이 있다고 하지만 특허 소송에서는 변호사들이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대형 로펌을 섭외한 대기업들이 더 유리한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차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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