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긴급재난지원금 보조율 분담’ 지자체 반대에도 20% 지자체 분담 결정
일부 지자체, 자체 재난소득에 정부 재난지원금 분담 '부담' 입장···“지원금 줄어들 수 있다”
시민들 “정부와 지자체 재난지원비 따로 모두 받는 것이 당연” 의견도
행안부 중심으로 기재부·지자체 중복 수급 관련 논의 계획

지난 27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민원인들이 창구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실업급여 신청자가 늘어나면서 이달 실업급여를 신규 신청한 사람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만여명 늘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7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민원인들이 창구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실업급여 신청자가 늘어나면서 이달 실업급여를 신규 신청한 사람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만여명 늘었다. / 사진=연합뉴스

중앙정부 차원의 ‘긴급재난지원금’과 일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재난소득(재난긴급생활비)’의 총액 중복 수령이 어려워질 수 있게 됐다. 지자체들이 재정 열악을 이유로 ‘긴급재난지원금 보조율 분담’에 반대 의견을 냈지만 결국 지자체 20% 분담으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시민들 입장에서 중앙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과 지자체의 재난소득 중복 수령 자체는 가능하지만, 이를 더한 총액은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30일 정부는 코로나19 위기에 따른 국민들의 생계지원, 소비 진작 등을 위해 소득하위 70% 이하인 1400만 가구에 최대 10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1인 가구 40만원·2인 60만원·3인 80만원·4인 가구 이상 100만원을 받는다.

문제는 시민들 입장에서 일부 지자체들이 앞서 실행하거나 시행하기로 발표한 자체 재난소득과 중앙정부가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을 각각 총액 모두 받을 수 있는지 여부다.

31일 기재부와 일부 지자체들(서울시, 경기도)에 대해 취재 결과 시민들이 중앙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과 지자체의 재난소득 각각 총액 모두 받을 수 있는지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중앙정부가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에 지자체들도 분담하게 되면서 그 총액이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시 관계자는 <시사저널e>에 “서울시민들에게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지급하기로 한 ‘재난긴급생활비’와 중앙정부가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 총액을 각각 모두 지급할지, 금액을 일부 낮춰 지급할지는 검토 중”이라며 “서울시민 중위소득 100% 이하 4인가구 기준 재난긴급생활비 50만원과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 합쳐 총액 그대로인 150만원을 줄 수 있을지, 그보단 낮은 140만원, 130만원을 줄 수 있을지는 검토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 이유에 대해 “이는 중앙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지자체들의 반대에도 지자체 분담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도 자체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해나가는 상황에서 재정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 26일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 중 기존 복지제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가구에 ‘재난긴급생활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1∼2인 가구 30만원, 3∼4인 가구 40만원, 4인 이상 가구 50만원이다.

경기도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이날 경기도청 관계자는 “경기도가 모든 도민에 10만원씩 지급하기로 한 재난기본소득은 발표대로 지급할 것이다. 다만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한 분담을 결정하면서 도민들이 받는 총액은 다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날 SNS에 경기도 4인 가구의 경우 시군재난기본소득을 시행하지 않는 시군에서는 경기도재난기본소득 40만원, 정부 재난지원금 90만원(정부 80%, 시군 10% 매칭지원, 경기도 매칭 안함) 합계 130만원을 받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40만원에 정부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을 합친 140만원이 아닌 총액 130만원을 지급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경기도와 도내 시군의 재난기본소득 지급과 중앙정부의 지원금 총액이 당초 예상보다 다소 줄어든 이유는 중앙정부가 선지출한 재난지원금을 정부 추경으로 보전해 주겠다는 당초 약속과 달리 중앙정부 지원에 광역시도와 기초시군에 매칭을 요구함으로써 부득이 발생하게 된 현상이다”고 했다.

기재부도 이와 같이 긴급재난지원금과 지자체별 재난소득의 총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은 인정했다. 다만 정부 차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지자체의 재난소득 지급액이 감소할 수 있다고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시사저널e>에 “정부가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은 그대로 지급하되, 각각 지자체에서 기존에 발표한 재난소득 등이 줄어들 수는 있다”며 “이는 지자체들이 결정할 사안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 입장에서 중앙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이 줄어들든, 지자체의 재난소득이 줄어들든 총액이 감소하게 된다.

서울시 서초구에 사는 시민 A씨는 “4인가구 기준 서울시의 재난긴급생활비 50만원, 정부가 주는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 각각 150만원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시민 세금으로 받는 재난긴급생활비랑 중앙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은 다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에 사는 B씨도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발표한 재난소득과 중앙정부 차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당연히 각각 온전히 중복해서 받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이런 문제가 일어난 것은 기재부와 각 지자체들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발표한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분담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일부 지자체들은 재정 부족을 이유로 기재부에 긴급재난지원금의 재원을 중앙정부가 모두 맡아달라고 건의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발표일 이전에 기재부와 각 지자체 관계자들이 모여 긴급재난지원금을 논의했다.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20% 분담을 요구했는데 거의 모든 지자체들이 열악한 재정상황으로 반대했다”며 “그러나 결국 이렇게 결정되면서 지자체들 부담이 커짐으로써 총액이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지자체들과 협의해 향후 이러한 부분에 대해 조정해 나가기로 했다.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한국장학재단 이사장)는 “중앙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을 100% 지원하는 게 적절한 방향이었다. 그렇게 해도 국가채무비율은 40%대 초반으로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없다. 반면 지자체는 조세권도 없는 상황에서 재정이 열악하다”며 “지자체의 자체 재난소득과 중복 문제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성태윤 연대 경제학부 교수는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지자체들이 일부 분담하는 것이 맞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여력이 있는 지자체들만 더 많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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