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HCN, 방송·통신 사업부문 물적 분할해 매각 추진 검토
매각 추진 시 4월 중 경쟁 입찰···진행 과정서 철회할 수도

현대백화점그룹 CI. / 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 CI. / 사진=현대백화점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이 종합유선 방송업자 현대HCN 매각을 결정했다. 현대백화점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 부문을 매각한 것은 창립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유통업계 흐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가속화하는 가운데, 기존 사업 분야에서 벗어나 혁신을 주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HCN의 ‘방송(SO)·통신 사업부문’을 매각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9일 공시를 통해 “매각을 검토한 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던 현대백화점 그룹이 결국 매각을 결정했다. 4개월도 채 안 돼 입장이 돌아선 셈이다.

그동안 현대백화점그룹은 한섬, 리바트, SK네트웍스 패션 부문, 한화 L&C 등을 인수하며 기존 유통사업 중심이었던 사업 영역을 식품 제조, 패션, 가구 등으로 확장해왔다. 2018년에는 면세점 사업도 진출했고, 올해 초 2호점을 내며 영역을 넓혀왔다.

업계에선 현대HCN 매각을 두고 국내 유료방송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체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분석했다.

유료방송 시장의 경우 빅3(KT·LG·SK) 점유율이 80%에 달하는 반면 현대HCN은 4%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대형 사업자로 쏠리는 상황에서 현대HCN의 홀로서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우선 현대백화점그룹은 올해 현대HCN 방송·통신 사업부문을 떼어내 ‘현대퓨처넷’과 ‘현대HCN’으로 분할한다. 현대퓨처넷이 분할 신설회사의 주식 100%를 보유하는 단순·물적 분할 방식이다. 현대퓨처넷은 상장법인으로 남고, 기존 사명을 사용하게 된 신설 자회사 현대HCN은 비상장법인이 된다. 분할기일은 오는 11월1일이다.

현대HCN은 물적 분할과 동시에 신설 자회사인 현대HCN과 현대퓨처넷의 100% 자회사 현대미디어에 대한 지분 매각 등 여러 가지 구조 개선방안 검토에 들어간다. 지분 매각을 추진할 경우 오는 4월 중 경쟁 입찰 방식을 통해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매각 절차에 들어가도 진행 과정에서 정부 인허가 문제로 매각이 불허 또는 지연되거나 매각 조건 등이 주주가치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매각을 철회한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자체적으로 외부 투자 유치, 사업 제휴, 기술 협력 등의 방안을 통해 케이블TV 사업의 경쟁력을 제고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현대HCN의 케이블TV 사업은 서울·부산·대구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사업권(SO, 8개)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현금흐름을 나타내는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지난해 약 700억원을 기록하는 등 케이블TV 사업자 중 가장 높은 수준의 현금 창출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시장 구도가 통신사업자 위주로 급속히 재편되는 등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방송·통신 사업부문 분할 및 매각 추진을 검토하게 됐다”며 “지분 매각이 성사될 경우 기존 현대HCN이 보유한 현금에 추가 케이블TV 사업 매각 대금까지 활용해 향후 성장성이 높은 신사업이나 대형 M&A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존속회사인 현대퓨처넷은 앞으로 디지털 사이니지와 기업 메시징 서비스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다. M&A 등으로 미래 성장성이 높은 분야 또는 유통, 패션, 리빙·인테리어 등 그룹 사업 포트폴리오와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현금 4000억원에 지분 매각 성사 시 추가 매각 대금까지 활용해 그룹 미래 성장 전략에 부합하는 신사업이나 대형 M&A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현대백화점이 HCN 매각을 결정한 데는 코로나19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져 면세점 사업을 유지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코로나19로 백화점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도 면세점 투자는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자금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라며 “방송·통신 사업부문 분할 및 매각 추진 검토는 급변하는 국내 유료 방송시장 구조 재편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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