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의 1위’ 삼성전자 권오현 제치고 대기업 샐러리맨 최고연봉자 등극
초등·대학 동창 최태원 권유 ‘삼성맨→SK맨’···그룹 내 입지도 점차 확대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지난해 46억6000만원의 연봉을 수령했다. 그룹 내에서는 물론 대기업 샐러리맨 최고경영자(CEO) 중에서 가장 높은 금액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그룹 내 2인자 위상을 드러냈다는 평이 나온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조 의장은 사내이사로 등재된 그룹 지주사 SK로부터 이 같이 수령했다.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해 온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46억3700만원)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SK그룹 내에서도 박정호 SK텔레콤 사장(45억3100만원), 장동현 SK 사장(35억3900만원),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31억5200만원) 등보다 높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와 SK하이닉스로부터 각각 30억원씩, 총 60억원의 연봉을 수령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룹 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연봉자로 기록됐다. 고위직일수록 연공서열이 아닌 개별 능력을 바탕으로 연봉이 책정되는 기업들의 문화를 감안하면, 연봉을 통해 그의 그룹 내 입지를 방증하게 됐다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조 의장은 2017년부터 SK수펙스추구협의회를 이끌고 있다. 이곳은 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이자, 컨트롤타워다. 산하에 △전략위원회 △에너지·화학위원회 △ICT위원회 △글로벌위원회 △인재육성위원회 △소셜밸류(Social Value)위원회 등을 두고 있다. 주요 계열사 CEO들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조 의장은 정점에서 그룹 내 계열사들 간 소통과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한다.

이는 연봉뿐 아니라, 직무·직책면에서도 최 회장에 이어 ‘2인자’라는 그룹 안팎의 평가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조 의장은 현재 SK 사내이사뿐 아니라 SK텔레콤·SK네트웍스·SK실트론 등의 기타 비상무이사직을 겸직 중이다. 기타 비상무이사란 회사에 상근하지 않지만, 이사회에 참여해 주요 안건 등을 심의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사실 조 의장은 정통 ‘SK맨’ 출신은 아니다. 그는 2006년까지 삼성물산에서 재직한 ‘삼성맨’ 이다. 1960년생인 그는 최태원 회장과 동갑이다. 또한 최 회장과 이화여대부속초등학교에서 함께 수학했다. 두 사람은 과는 다르지만 고려대학교 동기생으로 친분이 깊으며, 이 같은 인연이 바탕이 돼 최 회장이 적극 SK행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진다.

2007년 SK 재무담당 임원으로 입사한 그는 사업지원부문장과 재무팀장 등을 거쳐 2013년 대표에 올랐다.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에 임명되기 직전인 2016년까지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SK텔레콤 이사, SK차이나 이사회 의장, SKC 이사회 의장, SK바이오팜 이사회 의장, SK머티리얼즈 이사회 의장 등을 두루 겸해, 그룹 내 영향력을 대폭 키우는 계기가 됐다.

조 의장의 이력을 보면 ‘재무통’ CEO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지만, 전략적 판단능력도 뛰어난 경영인으로 평가된다. SK그룹은 지난 2015년 SK와 자회사 SKC&C 간 합병을 통해 오늘날의 지배구조를 완성시켰다. 당시 이 합병 프로젝트의 책임자가 조 의장이었다. 당시 최태원 회장이 조 의장에 전권을 부여했으며, 합병방법 및 시기 등 관련된 모든 업무를 도맡아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조 의장과 함께 ‘SK-SKC&C 합병을 주도했던, 최태원 회장 비서실 출신의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해 조 의장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연봉을 수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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