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골·백사마을’ 재개발 사업 7부 능선 넘어
방배동 ‘성뒤마을’ 보상 위한 물건조사 중···“보상절차 끝나면 바로 착공”
강남 최대 판자촌 구룡마을, 보상 협의로 속도 더뎌

서울 달동네 위치 및 개발 진행 현황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서울에 몇 남지 않은 달동네들이 새단장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중계동 ‘백사마을’이 지난달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통과한데 이어 정릉동 ‘정릉골구역’도 최근 건축심의를 완료했다. 개포동 ‘구룡마을’과 방배동 ‘성뒤마을’도 보상협의만 끝내면 첫 삽을 뜰 수 있을 전망이다. 재개발 사업이 하나둘 속도를 내면서 판자촌 등 노후주택 밀집 지역이었던 달동네들이 어떻게 탈바꿈할지 부동산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릉골 재개발, 사업시행인가 준비···홍제 백사마을 건축심의 진행 중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성북구 정릉동 ‘정릉골구역’ 재개발 사업은 최근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정릉골구역 재개발 사업은 정릉골 일대 20만3965㎡의 부지에 용적률 109%·건폐율 41%, 높이 4층, 1400가구 규모 타운하우스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번 건축심의 통과로 정릉골 재개발 조합은 오는 6월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고 성북구청에 사업시행인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북한산 끝자락에 위치한 정릉골구역은 국민대학교 캠퍼스와 정릉천 사이에 형성된 노후주택 밀집지역이다. 이곳은 1950년대 청계천과 북아현동 일대 철거로 인해 무허가주택 주민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으면서 형성됐다. 주민들은 1996년 정부의 부허가주택 양성화 정책에 따라 국유지를 불하받았다. 지금도 연탄·기름보일러를 때거나 재래식 화장실을 사용할 정도로 주거환경이 열악하다. 정릉골구역은 2012년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2017년 조합설립인가를 받고 사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 재개발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백사마을은 지난해 5월 정비계획안이 통과 된 이후 지난달 교통영향평가 심의를 완료했다. 사업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다음 달 건축위원회 심의를 정식 접수하고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사업시행인가를 6월에 신청할 예정이다. 백사마을은 재개발이 완료되면 18만6965㎡ 부지에 최고 20층, 2698가구(일반분양 2000가구·임대주택 698가구)의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한다. 임대주택은 약 4만㎡ 부지에 저층형(1~4층)으로 들어선다.

백사마을은 1967년 청계천 등에 살던 주민들이 철거를 피해 이주하며 형성됐다. 2009년 주택재개발 정비사업구역을 지정되면서 재개발 사업이 시작됐지만, 사업시행자(LH공사)와 주민 간 갈등으로 지체됐다. 2017년 7월 사업시행자가 SH공사로 선정되면서 재추진 됐다. 지난해 5월 정비구역 지정 10년 만에 정비사업계획안이 도시계획원위원회에서 통과하면서 사업이 본격화 됐다. 백사마을 재개발 사업은 내년 초 조합원 분양을 하고, 2021년 착공해 2024년 초 입주가 계획돼 있다.

반면 서울 강북권의 또 다른 달동네인 홍제동 ‘개미마을’은 개발이나 재생사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왕산 자락에 자리한 개미마을은 30여년 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이는 바람에 1960~70년대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주거환경이 낙후돼 있다. 이후 2006년 3월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됐고 2008년 12월에는 자연녹지지역에서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가 변경되면서 재개발 사업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산중턱에 위치해 접근성이 낮은데다 용적률 제한으로 4층 이상 건물을 짓지 못해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개발을 맡겠다는 업체가 나타나지 않아 지금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방배동 성뒤마을, 보상 위한 물건조사 진행···개포동 구룡마을, 보상 협의 난항

강남권 달동네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과 서초구 방배동 ‘성뒤마을’은 부동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곳들이다. 두 곳은 서울시와 강남구·서초구 등이 공영개발 뜻을 밝히면서 주거환경 개선사업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각각 강남권 요지에 위치해 수요자들의 관심이 뜨겁다. 

강남권 대규모 판자촌인 방배동 ‘성뒤마을’은 현재 보상 절차를 밟고 있다. 이곳은 1960~70년대 강남 개발에 따라 이주민이 정착하며 형성됐다. 2017년 공공주택지구로 지정하는 안건이 통과됐고, 지난해 공공주택지구에 대한 지구계획 승인이 이뤄졌다. 개발이 완료되면 13만3004㎡부지에 공공주택인 행복주택 357가구와 일반분양 주택 583가 들어설 예정이다. 사업은 SH가 수행한다. 현재 보상을 위한 물건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상절차가 끝나는대로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며 “착공은 내년 말로 계획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판자촌인 구룡마을은 성뒤마을보다 먼저 개발 사업이 추진됐지만 주민들과의 보상가 협의가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아직 첫 삽을 뜨지 못하고 있다. 개포주공1단지 건너편에 위치한 구룡마을은 개발 사업을 통해 6304㎡ 부지에 2692가구(일반 1585·임대 1107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곳은 1970~80년대 개포동 일대 개발로 집을 잃은 철거민 1100가구가 이주하면서 강남 최대 판자촌이 됐다. 지금도 판잣집나 비닐하우스로 만들어진 집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주거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이곳을 2012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했다. 2016년 12월 구역지정·개발계획 승인을 거쳐 2017년 3월부터 보상을 위한 지장물 조사를 시작했다.

사업은 계획대로라면 내년 완료 예정이었다. 사업진행 절차는 ▲실시계획승인 ▲보상계획 열람 공고 ▲감정평가 ▲협의 보상 순이다. 서울시는 당초 지난해 6월 중 실시계획을 거칠 예정이었지만 주민들과 보상협의에 어려움을 겪었다. 주민들은 이주 대가로 아파트 분양권을 요구하고 있다. 불법으로 되어 있는 건축물이지만 일단은 내 집이니 그에 합당한 분양권을 달라는 것이다. 반면 서울시는 분양권을 줄만한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와 이해관계자들 간 협의가 끝날 때까지 사업은 지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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