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모여 앉는 중앙 테이블엔 칸막이조차 없어···일부 카페선 밀폐된 흡연실도 운영

30일 기자가 방문한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에는 재택근무에 지친 직장인, 인터넷 강의에 열중하는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 이른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진=황정원 인턴기자
30일 기자가 방문한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에는 재택근무에 지친 직장인, 인터넷 강의에 열중하는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 이른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들로 가득 차 있었다. / 사진=황정원 인턴기자

#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3층짜리 프렌차이즈 카페에는 혼자 노트북을 켜고 앉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빈자리를 찾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사람들도 많았다. 일부 사람들은 마스크를 한쪽에 벗어놓고 각자의 일에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기본 2~3시간씩 자리 잡고 앉아 전공 서적을 펼쳐놓고 인터넷 강의를 듣는 학생이거나 회사 업무를 보는 직장인들이었다. 해당 카페 직원은 “코로나19 발생 전과 비교해 손님 수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도 대학·직장가 카페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일부는 마스크를 벗어둔 채 실내 공간에 밀집된 채 장시간 머물러 코로나19 감염경로가 될 우려도 제기된다. 대부분 카페는 사람들이 모여 앉는 대형 좌석에 칸막이가 설치되지 않았고 일부는 흡연실까지 운영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된다.

30일 기자가 찾은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에는 재택근무에 지친 직장인, 인터넷 강의에 열중하는 대학생, 취업준비생 등 이른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들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 강남역, 광화문역 인근 카페는 점심시간이면 자리를 잡고자 긴 줄을 서는 직장인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날 카페에서 만난 재택근무 한 달차 직장인 김아무개(28)씨는 “집에서는 도저히 업무에 집중할 수 없어 밖으로 나오는 편인데, 요즘 카페는 대화를 나누는 손님도 적고 혼자 업무를 보는 손님이 많아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차아무개(29)씨는 “집 근처 프렌차이즈 카페에서 주로 공부하는 편인데, 음료를 마실 때를 제외하곤 마스크를 쓰려고 한다”면서 “유증상자가 카페로 오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다른 사람과 마주 앉아 음식을 먹는 식당이나 술집보다 감염 위험이 적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울 내 대학들이 원격수업 기간을 추가 연장하고 전국 공공도서관을 비롯한 대학 도서관들이 일제히 휴관에 들어간 것도 젊은 층이 카페로 몰리는 이유다. 대학생 강아무개(25)씨는 “학교 열람실이 일시적으로 다 폐쇄돼 스터디카페 일일권을 등록해 이용하거나, 일반 카페에서 강의를 듣는다”면서 “마스크를 쓰면 크게 걱정이 안 되고 소음이 어느 정도 있어야 공부에 집중이 돼서 카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카페를 비롯한 휴게음식점은 집단감염 위험이 높은 다중이용시설 대상에서 제외돼 방역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행정안전부는 집단 감염 위험 시설로 PC방, 학원, 종교시설, 콜센터, 노래방 등으로 보고 있다. 각 지자체가 지난 22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이들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지침 점검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

이날 방문한 한 프렌차이즈 카페 점주는 “시나 구에서 방역 점검을 나온 적은 없고 본사에서 손 소독제 비치 등 방역 대책을 철저히 하라는 지시는 있었다”고 설명했다.

카페 방역은 자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날 방문한 열 곳가량의 카페 점원들은 모두 마스크와 장갑을 착용했다. 일부 카페는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카운터 직원과 손님들 사이에 일정 간격을 둬 주문을 받는 곳도 있었다.

하지만 노트북과 휴대폰을 충전할 콘센트가 설치된 중앙 대형 테이블 등 사람들이 밀착해 앉는 좌석에는 방문한 곳 모두 ‘칸막이’가 설치 돼 있지 않았다. 마스크를 벗고 있어도 이를 지적하는 직원들은 없었다.

한 프렌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대구·경북 지역 매장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시범적으로 좌석 간격 띄어 앉기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를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30일 기자가 방문한 일부 프렌차이즈 카페는 밀폐된 흡연실까지 폐쇄하지 않은 채 운영하고 있어 방역에 허점을 드러냈다. / 사진=황정원 인턴기자
30일 기자가 방문한 일부 프렌차이즈 카페는 밀폐된 흡연실까지 폐쇄하지 않은 채 운영하고 있어 방역에 허점을 드러냈다. / 사진=황정원 인턴기자

심지어 일부 카페는 밀폐된 흡연실까지 폐쇄하지 않은 채 운영하는 곳도 있어 방역에 허점을 드러냈다. 4평 남짓한 좁은 흡연실에선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의료계에서는 코로나19 비말 감염 범위를 2m 이내로 보지만, 좁은 공간에서 담배를 피우다 보니 옆 사람과의 밀접접촉 위험이 높아 보였다. ‘흡연실 이용 시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있다’는 안내문도 붙어 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다른 프렌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매장 근무자의 손 세척, 매장 내 시설과 설비에 대한 소독을 한층 더 강화해 개인 위생과 매장 환경 위생을 철저히 관리 하고 있다”면서 “흡연실은 현재 확인 뒤 조치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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