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 주거 지원·청년 지원 등에 금융 활용···산업 자체 발전 방안은 전무
금융사 글로벌 경쟁력 약화 우려···업계 “관치금융 탈피 개혁 필요”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표=이다인 디자이너
자료=중앙선거관리위원회/표=이다인 디자이너

정치권의 금융 정책 방향에 대한 금융권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주요 정당들이 잇따라 정책 공약을 발표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금융은 다른 분야의 정책을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 증권사 등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금융산업 자체를 발전시키기 위한 공약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다수 제기되고 있다.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내달 15일 열리는 총선을 앞두고 여야 주요 정당들은 중앙당 차원의 정책 공약 제출을 완료했다. 각 정당들은 경제, 주거, 교육,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자신들의 색에 맞는 정책들을 선보이며 유권자들의 주목을 끌고 있다.

하지만 이들 정당의 공약집에서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공약은 찾아보기 힘들다. 모든 정당들이 금융관련 정책들을 다루고는 있으나 이는 모두 다른 정책을 실현 시키기 위한 도구로서만 기능하고 있다.

금융 관련 정책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곳은 ‘주거 지원’ 분야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청년 주거 지원을 위해 ▲청년 및 신혼부부 맞춤형 금융지원 100만가구로 확대 ▲청년디딤돌전세금 이자금리 인하 ▲주담대 등 시중은행 청년전월세 대출금 규모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으며 미래통합당 역시 ▲LTV(주택담보인증비율) 60%로 원상회복 ▲다주택 투기적 대출수요에 한정해 대출규제 적용 등을 주장하고 있다.

민생당도 임대보증금과 전세자금 대출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며 대학생 월세자금 대출제도 도입을 예고했다. LTV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대출 기준도 시장과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추진할 예정이다.

벤처·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제도 개선도 단골 공약 중 하나다. 더불어민주당은 동산금융 활성화를 위해 동산담보법을 개정하고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정책금융기관 부실채권을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미래통합당도 성실 실패자에 대한 정부의 금융과 보증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정의당은 중소기업 이하의 사업자에게 카드사와 카드수수료를 협상할 수 있는 협상권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의당은 ▲청년 금융 소외자를 위한 청년신협 설치 ▲신용회복위원회 ‘청년신용회생제도’ 도입 ▲‘청년생활금융상담센터’ 설립 추진 등 청년 관련 공약도 다수 선보였다.

이외에도 ▲석탄금융 중단 ▲녹색금융·재생에너지 중심의 투자 유도 ▲콘텐츠 정책금융 확대(이상 더불어민주당) ▲증권 거래세 단계적 폐지 추진 ▲후계농업인 육성자금 금리 현행 2%에서 1%로 인하(이상 미래통합당) ▲학자금 대출이자 금리 2.0%를 전면 무이자로 지원(민생당) 등의 정책들도 공약집에 포함됐다. 이중 금융산업과 직결돼있는 정책은 증권거래세 폐지 정도가 유일하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에도 금융산업 발전에 대한 뚜렷한 정책이 나오지 않자 업계에서는 금융산업 발전 저하에 대한 우려가 늘어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치권은 지금 금융사들을 금융회사가 아닌 금융기관으로 보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금융사의 수익성 사업 등에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포용적 금융에만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지금처럼 규제산업 안에 있으면 은행도 증권도 보험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현재로서 금융사를 제한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모피아, 관치금융에 대한 패러다임 변화, 혁신이 없으면 금융산업 발전은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정근 건국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금융IT학과 교수 역시 “정치권에서는 아직도 금융산업 자체를 독립된 중요한 산업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나라처럼 고 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금융산업이 고 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이 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내기 위해서는 금융사의 의사결정을 정부가 좌지우지하는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200건 가까이 되는 금융 규제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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