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와 무관하게 대가업 총수 재판 일정 속속 진행 중
조원태 한진 회장은 주총 승리에 안도하기도 전에 검찰 수사 위기

(왼쪽부터)이중근 부영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 최태원 SK회장. / 사진=연합뉴스
(왼쪽부터)이중근 부영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대표, 최태원 SK회장.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로 초유의 경제위기 상황이 찾아올 것이란 전망이 잇달아 나오지만 재계 회장님들의 재판 시계는 변함없이 움직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이는 4월부터 재벌 총수 재판 일정들도 속속 이어질 예정이어서 해당 기업들의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대법원 재판을 진행 중인 이중근 부영 회장은 최근 주심 대법관 및 재판부를 배당받았다. 이 회장은 임대아파트 분양 전환 과정에서 분양가를 불법 조정해 부당이득을 취한 횡령 및 배임 혐의와 더불어 조카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 등으로 징역 26개월에 벌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구속된 이 회장은 이달 초 구속집행정지 및 보석을 신청한 상태다.

주총에서 안정적으로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며 무난히 주총 시즌을 넘긴 조현준 효성 회장은 곧바로 재판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조 회장은 개인 돈으로 구매한 미술품을 효성 아트펀드에서 비싸게 사들이도록 하고 실제 근무하지 않은 비서에게 허위로 급여를 지급하는 등 배임 및 횡령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조 회장은 다음달 8일 항소심 재판기일이 잡혀 있다. 당초 이달 25일이었으나 해외출장을 다녀와 자가격리에 들어간 탓에 다음 달로 미뤄지게 됐다. 이와 더불어 조 회장이 회삿돈으로 변호사비를 댔다는 의혹과 관련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협력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대표에 대한 공판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 다만 그는 지난 23일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져 124일 만에 구속 상태에서 풀려나 재판을 받게 됐다.

최태원 SK 회장은 개인사와 관련한 재판이 걸려 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장판사 전연숙)는 다음 달 최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첫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겉으로 보면 가정사이지만 내용으로 보면 결과에 따라 경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송이어서 최 회장에게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의 SK 지분 42.29%에 대해 재산분할을 요구했는데,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SK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역시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법적 리스크를 안은 채 경영을 이어가고 있는 처지다. 특검이 재판부가 편향적이라며 재판부 기피신청을 한 터라 재판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더불어 이 부회장은 재판 과정에서 만들어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로부터 승계 문제 사과 등의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 재판으로 넘어가진 않았지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다. 채이배 민생당 의원과 시민단체가 고발한 ‘에어버스 항공기 리베이트’ 의혹이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에 배당됐다. 조 회장으로선 주총 표 대결에서의 승리로 안도할 틈도 없이 수사에 대비해야 하는 곤혹스런 입장이 됐다. 다만 검찰 수사 등 기업 사정의 경우 재판과 달리 속도 조절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업 체감경기가 IMF나 세계 금융위기 때보다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재판 리스크는 재계 총수들에게 별도의 위기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법조계 인사는 요새 기업인들에 대한 판결 흐름을 보면 과거처럼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서 내리는 것 같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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