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에 베팅했는데’···개인 투자자, 유가 추가 하락에 ‘끙끙’
‘반등에 베팅했는데’···개인 투자자, 유가 추가 하락에 ‘끙끙’
  • 송준영 기자(song@sisajournal-e.com)
  • 승인 2020.03.3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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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유가 상승 연동되는 ETF·ETN에 6200억원 넘게 순매수
WTI, 29일 시간외 거래서 배럴당 20달러선 깨져···브렌트유도 하락
배럴당 5달러 추락 전망도 나와···미국 움직여 상승 반전 의견도 존재

개인 투자자들이 국제 유가 상승과 연동되는 원유 선물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채권(ETN)을 대규모로 매수한 가운데 유가의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이 나오고 있어 비상에 걸렸다. 유가의 반등을 기대하고 투자에 나섰지만 수요 위축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낮아진 산유국들의 감산합의 가능성에 유가의 하방 압력이 더욱 높아진 것이다. 일각에선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비관론 마저 나오고 있다. 

29일(이하 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전 거래일 대비 6% 넘게 하락해 배럴당 19.92달러까지 떨어졌다. WTI가 배럴당 20달러선이 무너진 것은 2002년 2월 이후 처음이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도 배럴당 23.03달러를 기록해 2002년 이후 1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유가 상승에 베팅했던 개인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바닥이라고 생각했던 유가가 반등은 커녕 더욱 하락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동안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국제 유가 하락 폭이 지나치게 컸다는 점에서 반등이 나올 것이라 기대했다. 국제 유가는 지난달 말만 하더라도 배럴 당 50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여기에 생산 단가가 높은 미국 셰일 기업의 도산 가능성도 국제 유가의 상승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에 국제 유가의 상승과 연동되는 ETF와 ETN의 매수세가 거셌다. 실제 개인 투자자는 종가 기준 WTI가 배럴당 20달러선으로 내려온 지난 16일부터 27일까지 ‘KODEX WTI원유 선물(H)’을 219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이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7번째로 많은 순매수 규모였다. 개인은 유가 상승에 2배 연동되는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도 각각 1620억원, 132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TIGER 원유선물 Enhanced(H)’는 109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들 종목의 순매수 금액 합만 6200억원을 넘어섰다.

3월 16~27일 누적 기준. / 표=시사저널e.
3월 16~27일 누적 기준. / 표=시사저널e.

그러나 유가의 추세적인 반등이 나오지 않으면서 이들 종목의 수익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지난 16일 1만480원에 거래를 시작했던 ‘KODEX WTI원유 선물(H)’은 30일 장중 6840원까지 34.7% 가량 하락하기도 했다. 같은 기간 레버리지 상품인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과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은 각각 59.8%, 62.5% 급락했다.

문제는 국제 유가가 추가적으로 내릴 수 있다는 점이다. 공급 경쟁을 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 협상 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가 이날 로이터 통신을 통해서 흘러나왔다. 여기에 국제 유가 하락의 단초를 제공했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석유 소비국 1위인 미국과 3위인 인도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수요 측면에서 국제 유가의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 집단들도 비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글로벌 원유컨설팅업체 에스펙츠는 다음 달 브렌트유가 10달러선으로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올해 2분기 브렌트유가 배럴당 20달러선까지 내릴 것이라 봤다. 이는 2주 전 전망치인 배럴당 30달러에서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한 가격이다. 심지어 씨티그룹은 최악의 경우 올해 2분기 국제 유가가 배럴당 5달러로 추락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이와는 반대로 국제 유가의 상승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도 존재한다. 미국이 자국 셰일 산업을 살리기 위해 산유국들을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25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에게 전화해 증산을 중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 상원의원 2명은 감산을 이끌어 내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주둔 미군을 철수하는 내용의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결국 미국이 자국의 셰일 산업을 살리기 위해 국제 유가 상승을 유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를 밑돌게 되면 1달러만 떨어지더라도 5%가 넘는 하락률을 보이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추가적으로 유가가 하락한다면 유가 상승과 연동된 투자 상품들의 손실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는 유가 하락에 베팅한 상황에서 국제 유가가 오를 때에도 마찬가지”라며 “시장 방향성은 어느 누구도 알 수 없지만 변동성이 커졌다는 것을 확실하다. 이럴 때일 수록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송준영 기자
금융투자부
송준영 기자
song@sisajournal-e.com
시사저널e에서 증권 담당하는 송준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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