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유가증권 시장 급격히 커진 점 고려···상황 더 악화 시 유동성 공급액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방안 실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가 2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방안 실시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방침을 내놓으면서 3달간 시중에 풀릴 지금이 5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29일 한은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광의유동성(L)은 작년 말 기준 5211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말 광의유동성(2235조원)보다 2.3배 늘어난 수준이다. 

광의유동성은 금융기관유동성(Lf)에 기업이 발행한 기업어음(CP), 회사채, 정부 등이 발행한 국공채, 지방채 발행액 등을 포괄한 가장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다.

2008년 당시 한은은 그해 10월부터 5개월간 총 28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풀었다. 이 기간 한은은 은행과 증권사로부터 환매조건부채권(RP)을 사들여 16조8000억원을 공급했고 국고채 매입과 통화안정증권 중도 환매로 1조7000억원을 투입했다.

채권시장안정펀드(2조1000억원), 은행자본확충펀드(3조3000억원), 은행의 지급준비예치금에 대한 일시적 이자 지급(5000억원), 신용보증기금 출연(1000억원) 등으로도 유동성을 공급했다.

업계에선 지난 10년간 유가증권 시장 규모가 급격히 커진 점을 고려해 한은이 시장 안정화를 위해 수혈할 긴급 자금은 금융위기 대비 2배로 늘어난 56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한다. 상황이 더 악화할 경우 유동성 공급액은 이보다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지난 26일 무제한 유동성 공급 방침을 밝히면서 현재 경제충격의 크기에 대해 “금융위기와 비교해선 모두가 그 영향이 크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당장 유동성 공급액을 추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윤 부총재는 “유동성 공급 규모는 추정하기 어렵다. 시장이 필요한 자금을 제한없이 전액 공급하는 방침만 결정됐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지난 2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4월부터 6월까지 일정 금리 수준 아래서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없이 공급하는 주 단위 정례 환매조건부채권 매입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방침으로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없었던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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