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은 실효성·재원 확보 방안·지급대상
재난기본소득 기부 운동 움직임도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4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경기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24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경기도형 재난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경기사진공동취재단

다음 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는 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재난소득 지급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난소득에 찬반 논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재난소득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는 이들은 전반적인 피해 복구가 우선이라는 입장인 반면 선별적 혹은 소극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집중 지원과 재정건전성에 초점을 두고 있다.

27일 외신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세계 주요국들은 긴급 경제 구호 조치로 재난기본소득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청와대는 재난소득 도입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으나 지방자치단체들이 본격적으로 재난 급여 지원에 나서면서 논의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서울시는 오는 30일부터 재난긴급생활비 신청을 받는다. 신청일로부터 결과 안내까지 일주일이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다음 달 둘째 주부터 본격적인 지급이 시작될 예정이다. 경기도는 다음 달 20일쯤 1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 19일 발표한 ‘재난기본소득의 논의와 주요 쟁점’을 살펴보면 재난기본소득은 특정한 조건 없이 국민 모두에게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개념의 하나다. 현재 법적으로 도입되지는 않다. 만약 전 국민에게 고루 분배하는 성격의 지원이 시행된다면 관련 제도도 정비가 필요하다.

재난기본소득에 관한 가장 큰 쟁점은 선별적 혹은 보편적 지원 중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다. 그동안 정부는 선별적 지원 중심으로 정책을 펼쳐왔다. 다음 주 진행될 논의에서도 선별적 급여에 대한 논의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선별적 지원에 무게를 두는 쪽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원이 일반적인 범위에서 전국적으로 이뤄지면 재정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지원을 받아서 이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교수는 “취약한 계층은 지원을 받아서 못 쓰던 소비를 하게 되기 때문에 효과가 있고 의미도 있지만 소득이 이미 괜찮은 이들은 지원을 받아도 꼭 쓰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용 비용을 대체하는 수준밖에 되지 않을 수 있어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며 “세금을 내야하는 입장에서는 대규모 지출이 커지면 세금이 올라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것이 오히려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5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SNS을 통해 “일부 국가의 경우 영업장 폐쇄, 강제 이동제한 등 경제 멈춤 위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규모 긴급부양책, 재난수당 지원을 병행하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실제 사용처가 없는 상태에서 돈을 푸는 엇박자 정책이 될 가능성을 지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재난소득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부는 피해가 집중된 산업과 취약 계층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치고 있다. 2차 추경예산안 역시 같은 방향으로 꾸려졌다.

재원 확보에 대한 우려도 크다. 전 국민에게 50만원을 지급한다면 약 25조원, 100만씩 지급한다면 약 51조원이 필요하다. 당장 추경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적자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재난기본소득이 한 번 지급되고 나면 향후 유사한 재난 발생 시 또 요구될 수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성도 고려돼야 한다.

반면 쓰러져가는 경제를 빠르게 바로잡기 위해서는 전 국민 모두에게 지급되는 방법이 빠르고 효과적이라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피해가 늘면서 정확한 선별적 지원이 힘들뿐더러 그렇게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금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전 국민의 경제적 감염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피해가 특정 계층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다”라면서 “선별적으로 피해가 집중된 이들을 가려내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행정적 비용을 소요하는 것보다 모두에게 지급하는 콘셉트가 적절하다. 세계 추세도 그러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재난기본소득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이미 소득 재분배 기능이 있기 때문에 문제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고소득층은 소득세 등 이미 많은 세금을 내고 있어 소득 재분배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재난기본소득도 마찬가지다. 향후 소급적용해 다시 환급하는 등 보완 수단이 있다”면서 “당장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에 재정건전성 문제는 차치하고 일단 피해복구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재난기본소득 기부 운동도 등장했다. 여유가 있는 이들은 재난기본소득을 신청하지 않거나 기부하자는 취지다. 지난 26일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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