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공장증설 단행한 덕···의료용 고무장갑 소재 ‘NB라텍스’ 점유율 세계 1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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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과 국제유가 폭락으로 석유화학업계 전반이 부침을 겪고 있는 가운데 금호석유화학이 ‘뜻밖의 호재’를 맞았다. 코로나19 여파로 의료용 고무장갑 수요가 높아지며 소재로 쓰이는 NB라텍스 판매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기본에 충실하고 기술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준비된 호재’라 평하는 분위기다.

금호석화는 글로벌 NB라텍스 시장에서 35% 안팎의 시장점유율을 보인다. 이 부문 세계 1위다. 치솟는 주문에 울산에 위치한 NB라텍스 공장의 가동률 또한 최근 급증했다. 지난해 금호석화는 NB라텍스 공장을 증설했다. 당초 40만톤이던 연생산량이 58만톤에 이르고 있다. 당초 공장가동률 목표치는 80% 수준이었으나, 현재 1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시작해 동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제품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또한 동남아시아에서 고무나무 감염병이 확산되면서, 쳔연고무 가격이 급증하는 추세인데 덕분에 합성고무에 대한 대체수요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호석유화학의 실적도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호석화가 보유 중인 세계일류상품만 20종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호재 요인들이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음은 분명하지만 그만큼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외형을 키우는데 집중하지 않고 제품성능을 끌어 올리는 데 주안점을 둔 ‘기술력 경영’에 초점을 맞춰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어 그는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과 비교대상일 수밖에 없는, 박 회장의 형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외형에 초점을 맞춰 무리한 사업 확장을 시도하다 아시아나항공마저 매각하고 중견기업으로 전락한 것에 비춰보면 상당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결국 내실을 다지며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방식을 택한 박찬구 회장의 기술력 중심의 경영이 옳았음을 입증됐다”고 평가했다.

박찬구 회장은 박삼구 전 회장과 갈등 속에서 석유화학사업을 분리해 독자노선을 걸어왔다. 다른 재벌들과 달리 석유화학 중심으로 그룹을 꾸리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 금호석화는 유관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들로만 그룹을 이루고 있다.

한편, 금호석화는 예상치 못한 수익을 나누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달에만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의료용 라텍스 장갑 200만장을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기증했다. 이 중 100만장은 중국의 라텍스 제조업체 중홍보림(中紅普林)에서 무상 지원한 20만장과 금호석화가 추가로 구매한 80만장이 더해져 마련됐다.

정부의 국외반출 제한 이전인 지난 1월 현지 생산차질을 염려해 마스크 2000개를 전달했는데, 감사의 의미로 라텍스장갑을 보내왔다는 것이다. 나머지 100만장은 말레이시아 업체 센트럴메디케어의 협력을 통해 확보했다. 라텍스장갑은 중국과 말레이시아가 글로벌 생산의 90%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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