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0시 기준 1.49%, 139명 사망···확진자 증가폭은 둔화, 사망자 증가폭은 커져
전문가들도 향후 치명률 상승에 동의···상승폭에는 시각 차이

27일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제이미주병원 주변을 긴급방역차량이 방역하고 있다. 제이미주병원은 앞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대실요양병원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며 이날 간병인 1명과 환자 50명 등 51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연합뉴스
27일 대구시 달성군 다사읍 제이미주병원 주변을 긴급방역차량이 방역하고 있다. 제이미주병원은 앞서 집단 감염이 발생한 대실요양병원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며 이날 간병인 1명과 환자 50명 등 51명이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코로나19 사망자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치명률도 1.49%까지 올라간 상태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집중적으로 늘어났던 중증환자들이 사망한 시기로 분석하며, 향후 치명률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단, 그 상승폭에 대해서는 일부 차이를 보였다.  

27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총 누적 코로나19 확진자는 9332명으로 집계됐다. 신규 확진자는 91명이다. 누적 사망자는 139명이다. 문제는 최근 꾸준하게 상승세를 보이는 치명률이다. 치명률은 누적 확진자 수를 분모로, 누적 사망자 수를 분자로 계산해 도출한 수치다. 이날 0시 기준 치명률은 1.49%다. 치명률은 지난 1일 0.4%대에 불과했지만, 18일 1%를 넘었다. 이후 치명률은 조금씩 꾸준하게 상승했다. 

이날 치명률을 구체적으로 분석하면 가장 높은 연령대는 80세 이상이다. 총 428명 중 65명이 사망해 15.19%를 기록했다. 이어 70대는 630명 확진자 중 41명이 사망했다. 치명률 6.51%다. 60대는 1.79%의 치명률을 기록했다. 일부 예외는 있지만 확진자 연령대가 높을수록 치명률이 높고 낮을수록 치명률도 낮은 수치를 보였다. 20대와 10대, 10세 미만은 사망자가 한 명도 없다.  

이처럼 연령대가 높을수록 치명률도 높아지는 구조 속에서 감염병 전문가들은 확진자가 늘어나는 속도는 주춤해지고 사망자가 증가하는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치명률 산식의 분모에 비해 분자가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어 치명률이 상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향후 치명률이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가 대다수였다.  

우선 전병율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산업대학원장(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신규 확진자는 줄어들고 중증환자는 누적되는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즉, 확진자인 분모는 소폭으로 증가하는 데 반해 사망자인 분자는 급속하게 늘어나고 있어 치명률 수치는 상승한다는 논리다. 전 원장은 “중증환자 등 구체적 수치와 자료가 있으면 향후 예측 모델을 만들 수 있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다”며 치명률 전망에 대해선 답변을 유보했다. 

박기수 고려대 의과대학 환경의학연구소 교수도 분모와 분자 논리로 치명률 상승 원인을 설명했다. 박 교수는 “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등을 추진하며 잘하는 측면도 있어 분모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라며 “당분간 치명률은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엄중식 가천대학교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2주에서 4주 정도 집중치료를 한 후 의학적 회복 가능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면서 “대구와 경북 중증환자들이 이 시점에 해당된다”고 분석했다. 집중치료에도 일부 반응을 보이지 않은 중증환자들이 대략 1주일 전부터 사망으로 이어진 것이 치명률 상승의 주요 원인이라거 엄 교수는 설명한다.

그는 “향후 치명률은 3%대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로나19 환자가 1만명에 달하는 상황을 전제로 70대와 80대 환자들 수치와 자료를 토대로 시뮬레이션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 분석대로 만약 확진자가 1만명으로 증가한다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300명대로 늘어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증환자와 위중환자, 70대 이상 환자들의 치명률이 확연히 높은데, 환자들의 면역력이 떨어져 있고 중증환자 치료 시스템이 일부 부족하며 요양병원 집단감염 등이 빈번한 것이 종합적으로 치명률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현재처럼 요양병원 집단감염이 이어지면 2.3%대인 중국 치명률보다 한국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창 전쟁이 진행 중인데 승기를 잡았다느니, 코로나19 대응을 잘했다느니 하는 자화자찬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코로나가 진정된 것으로) 안심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 환자 사망 시기는 유행 시기보다 2~3주 늦게 나타난다”며 “(현재는) 코로나19 치명률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향후에는 (치명률이)살짝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치명률 분모인 확진자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데 사망자는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환자 중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의 여파로 향후 치명률은 2%대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치명률이 향후에도 올라갈 것은 유력해 보인다”라며 “27일에도 대구 제이미주병원에서 50여명이 무더기 확진 판정을 받는 상황에서 더욱 방역에 신경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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