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부터 대주주 요건 대폭 완화
과세 대상자 늘어 투자자 떠날 수 있다는 우려 커져
정치권에서부터 청와대 청원까지 “정책 변경 필요” 목소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국내 증시가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대주주 요건 완화 정책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주주는 주식 양도 떼 차익이 생기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대주주 요건 완화로 과세자들이 늘어나게 되면 국내 증시의 투자 매력도가 크게 훼손된다는 지적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업계 안팎에서 대주주 요건 완화 정책을 손봐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충격으로 인해 국내 증시에 자금 유입이 필요한 시점에서 대주주 요건 완화 정책이 되레 투자자금의 유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확대된 것이다.

앞서 정부는 2018년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대주주의 기준을 점차 낮춰 최고 25%의 양도소득세를 내는 이른바 ‘큰손’의 범위를 넓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상장회사 대주주의 범위가 올 4월부터 지분율 1% 또는 종목별 보유액 10억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내년 4월부터는 지분율 1% 또는 종목별 보유액 3억원 이상으로 요건이 완화된다.

종목별 지분율, 보유액 기준. / 표=시사저널e.
종목별 지분율, 보유액 기준. / 표=시사저널e.

금융투자협회는 금융당국에 대주주 요건 완화 정책의 재검토를 건의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우선 3억원어치의 주식을 보유한 것만으로 회사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3억원이라는 금액은 대주주 기준으로 삼기에 사회통념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법상 본인 외에도 배우자, 자녀의 보유분까지 합산해 대주주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한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정치권에서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대주주 요건 3억원 강화 1년 유예, 2년 이상 주식 장기 보유 시 비과세 혜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글로벌 자본 이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이번 정책이 이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고 봤다. 특히 개인투자자들도 해외 투자로 발길을 옮길 수 있다며 1년 유예뿐만 아니라 2년 이상 보유 시 한시적으로 비과세하는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일반투자자들도 이번 정책에 대해 성토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3억 대주주 요건, 주식시장 침체 우려’라는 청원 글에는 이날 기준 1만명 이상이 동의한 상태다. 청원자는 “대주주와 대주주가 아닌 자의 세금 차별이 극심하고 거래세가 존재하고 있어 이중 과세”라고 주장했다. 

또 그는 “세금에서 해외 주식이 더 매력적이어서 자금 이탈이 불가피하고, 내국인이 대주주 요건을 피하기 위해 매도하면 외국인이 배당을 독점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개인투자자들은 2012년 8월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인 총 3조8275억원을 순매도했는데 그 원인 중에 양도세를 피하려는 목적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서울 아파트의 중위 가격이 9억원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주주 요건이 종목 보유액 3억원이라는 점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 증시에 자금이 들어와야 하는데 되레 매년마다 세금 회피성 매도세가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며 “더구나 아직까지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에게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정책이 재논의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이에 금융당국은 대주주 요건 완화 정책을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양도세 부과 대상인 대주주 요건을 다시 상향할 것인지, 아니면 해당 정책 시행 시기를 유예할 것인지를 놓고는 진통이 예상된다. 대주주 요건을 다시 상향할 경우 증권 거래세 인하 문제를 비롯해 전체적인 자본시장 세제 개편 방향과 상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 시행 시기 유예는 ‘조삼모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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