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수 넘어서며 무난한 승리···3자연합 측 사내·사외이사 후보 전원 부결
장기전 예고한 3자연합···조원태, 재무구조 개선 및 새로운 백기사 확보 등 장기 전략 과제 산적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 계열사들의 유동성 문제뿐 아니라, 3자연합(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과의 장기전도 남아 있어 앞으로의 대응책이 주목된다.

한진그룹의 지주사 한진칼은 27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제7기 정기주주총회를 열었다. 당초 오전 9시 개최 예정이었으나 조 회장 측과 3자연합 측이 서로가 확보한 위임장에 법적 하자가 있는지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오후 12시가 넘어서야 시작했다.

◇ 무난하게 변수 넘어선 조원태···예상된 승리

업계선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은 예상됐던 결과라는 반응이다. 변수로 분류된 ‘법원’과 ‘국민연금’이 주총 직전 조 회장 측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서울지방법원은 반도건설이 제기한 ‘지난해 취득한 한진칼 주식 485만2000주’에 대한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어 KCGI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제기한 대한항공 자가보험 등 지분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 역시 기각했다.

국민연금도 전날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회의를 열고 조원태 사내이사 후보자 연임을 비롯해 한진칼 측이 제안한 모든 사내·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흐름은 주총까지 이어졌다. 주요 안건에서 조 회장 측이 완승을 거뒀다. 한진그룹 측이 제안한 사내·사외이사 후보는 모두 가결됐고 3자연합 측 사내·사외이사 후보는 모두 부결됐다. 3자연합은 사외이사에 5명, 사내이사에 2명의 후보를 제안했다. 

가장 주목 받았던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연임 건은 2756만1022표(56.67%)를 얻어 가결됐다. 한진그룹 측이 제안한 후보인 하은용 한진칼 부사장 역시 56.95%의 찬성 표를 얻어 통과했다.

관심을 모은 3자연합 측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및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은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 재무구조 개선과 경영권 분쟁 ‘장기 전략’ 과제 남아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조 회장이 가장 먼저 맞닥뜨린 문제는 ‘재무구조 개선’이다. 한진그룹의 주력 사업인 대한항공의 사업 환경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여객기를 화물 운송에 활용하는 등 화물 수요를 통해 실적을 만회한다고 하지만 역부족이다. 업계에선 182대의 항공기를 보유한 대한항공의 고정 발생 비용(정비비 및 리스비 등)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한다.

시장이 예상하는 대한항공의 1분기 부채비율은 1000%에 달한다. 향후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해선 자금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에 조 회장이 꺼내든 카드는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외부 자금이다. 대한항공은 6200억원 규모의 ABS 발행을 확정했다. 다음 달 만기가 돌아오는 2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을 비롯한 여유 자금 확보를 위함이다. 항공사들의 ABS는 향후 운임 등 매출을 담보로 삼는 식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회사채 발행이 어렵다 보니 ABS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면서 “당초 ABS 추가 발행도 어려울 것이라 점쳐졌으나 잘 해결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최근 국내 신용평가사들로부터 회사채 등급(BBB+) 하향 검토 대상에 올랐다.

대한항공의 당기순익 비교. / 인포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재무와 관련해 3자연합 측은 지속적으로 조 회장 등 현 경영진을 비판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주총에서도 신민석 KCGI 부대표는 “전년 대비 적자 폭이 상당히 크다. 적자가 큰 상황에서 비상경영 체제도 하지 않고, 4월에서야 비상경영 나선 것은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분쟁의 장기화 전략도 고민해야 한다. 3자연합 측은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지분을 매입하며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KCGI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24일 공시한 3자연합 측 지분은 42.13%로 조 회장 측 지분(42.14%)와 큰 차이가 없다. 업계에선 KCGI가 한진 지분을 처분한 비용으로 한진칼 지분 매입에 나설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장기전 돌입 시 조 회장은 새로운 백기사 확보에 나서야 한다. 최대 우군으로 평가받는 델타항공은 기업결합 신고 대상 등을 이유로 추가 지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델타항공은 현재 한진칼 지분을 14.9% 보유하고 있다. 지분 15%를 넘어서면 국내 기업결합 심사 대상이 된다.

델타항공의 추가 지분 확보 가능성에 대해선 예상이 갈리고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델타항공이 한국의 규제를 감수하면서까지 15% 이상 보유하겠느냐”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까지 투자한 것을 감안하면 일단 추매하고 공정위 판단을 기다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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