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사 정치댓글’ 연제욱 전 사령관 금고 2년 확정
  • 주재한 기자(jjh@sisajournal-e.com)
  • 승인 2020.03.2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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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임관빈-이태하 등과 공모해 여론조작 혐의
19대 총선, 18대 대선 전후 7500여회 정치의견 공표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 임관빈 전 국방부 정책실장, 이태하 전 국군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장 등과 공모해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온라인 여론조작 활동에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연제욱(소장) 전 사이버사령관이 금고 2년의 실형을 확정 받았다.

대법원2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정치관여 혐의로 기소된 연 전 사령관에게 금고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국군사이버사령부 사령관으로 재임하는 기간 동안 국군사이버사령부 소속 530단 부대원들과 이 사건 정치관여 범행을 순차 공모하고 기능적 행위 지배를 했다고 판단한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하는 등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연 전 사령관은 재임기간(2011년 11월~2012년 11월)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을 전후로 530단 부대원들과 공모해 7575회에 걸쳐 정치적 의견을 공표한 혐의를 받았다.

◇북한의 ‘대남 심리전 방어’하는 국군 사이버사

법원에 따르면 국군사이버사령부는 2010년 1월 국방정보본부 소속부대로 설립됐다. 이후 2011년 7월 대통령령인 국군사이버사령부령이 제정되면서 국방부장관이 직접 지휘·감독하는 국방부장관 소속 부대로 변경됐다. 소속 부대인 530단은 북한의 대남 심리전 방어목적으로 북한 군부를 약화시키기 위한 활동, 특히 이와 관련된 국내외에서 방어목적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김관진은 2011년 7월부터 국군사이버사령부의 사이버심리전 등 작전수행에 대한 직접적인 지휘·감독권을 행사했다. 국군사이버사령부가 국방부장관이 직접 지휘·감독하는 부대로 변경되면서, 국방부 국방정책실은 국군사이버사령부의 직무 중 사이버공격 분야와 대내외 사이버심리전 분야를 조정·통제하게 됐다.

2013년 4월 국방부 국방정책실 내 국방사이버정책TF가 신설됨에 따라 국방정책실이 국방부 및 소속 부대의 사이버 업무를 총괄하고 조정·통제하면서 ‘사이버전 정책 및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에 관한 모든 임무와 기능을 수행하게 됐다.

이에 따라 임관빈은 김관진을 보좌해 사이버심리전 등 국군사이버사령부 직무 및 작전 수행에 대한 조정·통제권을 행사했다. 연제욱은 두 사람의 지시에 따라 국군사이버사령부 사령관으로서 530단의 사이버심리전을 지휘·감독했다.

/ 사진=셔터스톡
/ 사진=셔터스톡

◇ 여당정책 반대하면 ‘종북세력’···매일 정치댓글 관련 회의

김관진, 임관빈, 연제욱, 이태하 등은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북한으로부터 동조를 받는 정책과 의견을 가진 사람과 단체도 종북세력이라고 보고 이들을 모두 국군의 적에 해당한다고 규정했다. 또 야당과 야당 정치인, 야권 성향의 시민단체 등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국군사이버사령부가 사이버심리전을 전개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2010년 6월 지방선거와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시장에서 야당이 승리한 것은 북한 및 종북세력이 좌익세력과 연합해 대남 사이버심리전을 전개한 결과 북한이 승리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2012년 4월 19대 총선과 2012년 12월 18대 대선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이 승리하도록 하는 것을 2012년도 사이버심리전 기조로 설정했다.

이들은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를 종북·반정부세력 방송으로 규정하고, 국방부장관 소속 부대 지휘관 등에게 ‘군 장병들이 나꼼수 등 종북·반정부 앱을 휴대전화에서 삭제하도록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

김관진, 임관빈은 2012년 3월 연제욱에게 ‘가용인원 전원을 투입해 19대총선에 관한 사이버심리전을 수행해 보수우익 세력이 결집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해 국군사이버사령부 부대원들이 24시간 총력 대응태세를 유지하면서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대통령·정부·여당을 지지하는 내용, 야당 및 야당 정치인 등 대통령·정부·여당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단체들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사이버심리전을 수행하도록 했다.

530단은 인터넷 사이트, SNS 등에 동영상을 포함한 게시글, 댓글을 작성하거나 트위터를 위용해 트윗 또는 리트윗하는 등의 작업을 실행한 내역, 그에 따른 사이버상의 여론 변화 내용을 매일 김관진, 임관빈에게 보고했다.

530단은 1과(지원업무), 1대(정보검색), 2대(작전수행), 3대(매체제작), 4대(해외운영대)로 구성됐다. 1대에서 인터넷 매체 등을 검색, 현안 이슈들에 대한 기사들을 출력해 매일 사령관에게 사령관은 그 중 대응이 필요한 기사를 선별하고 그에 대한 대응논리를 정리해 작전 지시를 내렸다.

이는 1대 보고자를 통해 2대 근무자에게 전달되며, 2대 근무자는 530단의 크로샷 시스템(KT 제공)을 통해 530단 부대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별이 2개 적립되었습니다” 등의 위장문자를 발송해 부대원들에게 작전 지시를 전파했다.

530단 부대원들은 네이버 비밀카페(어벤져스, 사상의학 등)에 접속해 작전내용을 확인한 후 인터넷 사이트 및 SNS 등에 댓글을 작성하거나 타인의 글을 리트윗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치적 의견을 공표하고 몇 건을 작성했다는 식의 결과를 이 비밀카페에 댓글 형식으로 보고했다. 530단의 야간 상황 근무자들은 비밀카페에 기재된 대응논리와 몇 건을 대응하였다는 수치 보고를 종합해 대응작전결과보고서를 완성했다.

연제욱은 매일 오후 5시쯤 집무실에서 이태하가 보고하는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현안 관련 기사와 대응주제, 비판내용, 대응방향(작전지침), 대응결과(이수에 대한 여론의 찬반동향 수치 기재)로 구성되는 대응작전결과보고서 초안을 검토해 자필로 수정하거나 포스트잇 등 메모지에 수정 사항을 지시했다.

오후 5시쯤에는 530단 상황실에서 이태하, 전일 야간 상황근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실시되는 상황회의에서 야간에 종합된 댓글 수치가 포함된 대응작전결과를 보고받으면서 문맥, 오탈자, 자구 수정 등 대응작전결과보고서 최종본을 점검했으며, 전일 수행한 대응작전에 대한 포괄적인 승인을 하면서 대응작전 간 유의사항을 지시했다.

연제욱과 이태하, 530단 부대원들은 ‘한미 FTA를 반대하는 야당에 대한 비판’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일부 야당 정치인들에 대한 비판’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박원순 후보, 전교조 등 비판’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 비판’ ‘백선엽을 민족 반역자라고 발언한 야당 국회의원 김광진에 대한 비판’ 등 국방·안보 현안을 넘어서는 정치적인 이슈들에 대한 대응작전을 수행했다.

연제욱은 매일 사이버심리전 작전결과를 김관진, 임관빈에게 보고해 그 작전내용을 승인받음으로써 향후에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사이버심리전을 계속할 것을 지시받았다. 특히 임관빈은 천안함 피격, NLL 분쟁, 연평도 포격 도발, 제주 해군기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백선엽 장군 폄훼 등에 대하여 대응기조와 대응논리를 하달해 그 내용대로 작전을 수행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앗싸 박근혜♡♡”···18대 대선 토론회 후 적극적인 정치의사 표현

530단 소속 한 부대원은 2012년 3월10일 자신의 트위터에 ‘제정신 아닌 자들에 의해 제주도 이미지가 더럽게 수모를 겪고 있다. 해군기지를 해적이라 비하하질 않나, 일국의 야당총재와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분이 공사현장 책임자를 협박질을 않나’라는 글을 리트윗 했다.

또 다른 부대원은 같은해 4월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정희 당은 빨갱이 집단이고 한명숙도 같은 당이다’라는 글을 리트윗 하며 ‘그렇다고들 하더라구요...왠지 찝찝’이라는 글을 작성했다.

‘제19대 국회의원 후보 중 북한인권법 제정 적극반대 후보-민주통합당-김교흥, 김태년, 김현미, 박지원, 백원우, 우원식, 오영식, 유승희, 이상민, 이인영, 이철우...’라는 글을 리트윗하며 ‘헐 이사람들은 무슨 생각일지’라는 글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부대원도 있었다.

한 부대원은 2012년 11월 7일 ‘생긴 것도 그래요 문씨. 문재인의 정치논리에 따른, 이중성!!! 대박이죠?!! 이렇게 말바꾸기에 다재다능 하신 분이...문재인 후보님의 과거 말바꾸기를’이라는 글을 리트윗했다.

2012 대선후보 텔레비전 토론회가 열린 다음날인 2012년 12월 5일 ‘이정희 시원하게 말하는 거 같은데 한쪽이 막혀있고!! 문재인은 그저 그렇고~ 역시 대한민국의 미래의 선택은 박근혜 후보님이네요~!! 앗싸 박근혜♡♡’라는 글을 리트윗한 부대원도 있었다.

심지어 이태하는 2011년 11월 18일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 “인간 안철수는 좋아하지만 정치인 안철수는 반대입니다. 검증되지 않는 아마츄어리즘은 국민에게 백설공주에게 건넨 빛깔 좋은 독사과가 될 수 있습니다”라는 글을 작성했다.

이들은 2011년 11월 18일부터 2012년 11월 1일까지 총 7575회에 걸쳐 인터넷 사이트 및 SNS 등에 동영상을 포함한 게시 글 및 댓글을 작성하거나 트위터를 이용해 트윗 또는 리트윗하는 등의 방법으로 각각 정치적 의견을 공표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행공판 출석하는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 / 사진=연합뉴스
속행공판 출석하는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 / 사진=연합뉴스

◇ 법원 “주권자인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왜곡”

1심에 해당하는 군사법원은 연제욱에게 금고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그의 범죄 혐의가 무겁다고 보고 1심을 파기하는 동시에 금고 2년을 선고했다.

2심은 “피고인들의 이와 같은 범행은 주권자인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왜곡함과 동시에 합리적인 정치적 선택을 위해 정당과 정치인들에게 부여된 자유경쟁의 기회를 침해하는 결과를 발생시켰다”고 밝혔다.

또 “국민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합리적인 토론을 통한 여론의 형성은 우리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대의민주주의의 핵심적인 요소이므로, 국가기관이 특정한 여론을 조성할 목적으로 자유로운 여론 형성 과정에 불법적으로 개입하는 행위는 어떠한 명분을 들더라도 허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는 군의 정치개입으로 인한 불행한 역사적 경험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반성적 고려에 의해 제9차 개헌시 명문화된 규정으로서 우리 헌법이 달성하고자 하는 주된 가치 중 하나”라며 “국군사이버사령관인 피고인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은 이와 같은 헌법적 가치를 중대하게 침해한 것이고 국민이 갖는 군에 대한 기대와 믿음을 저버린 것이다”고 꼬집었다.

2심은 특히 “이 사건 작전은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등 정치적 의견을 공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적법한 사이버심리전의 범위를 명백히 벗어난 것”이라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는 명목아래 정작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를 발생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러한 군의 정치관여의 재발을 막아 건전한 민주주의의 발전을 꾀하고, 군의 정치적 중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다시 세울 수 있는 단초를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피고인에 대해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군 당국은 사이버사의 정치 개입 의혹에 대해 2014년 박근혜 정부 때 자체 수사를 벌였으나 연제욱, 이태하 등을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해 ‘꼬리 자르기’ 논란을 낳았다.

검찰은 지난 2018년 당시 군 지휘 책임자였던 김관진을 재수사해 재판에 넘겼고, 그는 지난해 2월 1심에서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계속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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