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통해 공식 선임, 30일에 취임식···"고객과 회사의 자산가치 보호에 만전"
'금융공학 1세대'로 리스크관리 탁월···외환은행·KIC·신영증권에서 능력 발휘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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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특화 증권사인 IBK투자증권이 서병기 전 신영증권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공식 선임했다.

서 대표는 리스크관리 분야에서 뛰어난 경력을 쌓아왔고 신영증권에서도 차기 사장후보까지 올랐던 인물이다. 코로나19사태로 험난한 미래가 예고된 IBK투자증권을 이끌게 된 된 서 대표가 성장가도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병기, 코로나19 충격 앞두고 수장 취임

IBK투자증권은 27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서병기 대표이사 사장을 선임했다. 임기는 2년이다. 

서 대표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금융 위기국면에서 고객과 회사의 자산가치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IBK금융그룹의 일원으로서 정책금융의 사회적 가치와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접목시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 대표는 30일 취임식을 열고 취임사를 발표할 계획이다. 서 대표는 1963년생으로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외환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엘케이에프에스(LKFS) 대표, 신영증권, 한국투자공사(KIC)등을 거쳐 신영증권에 재입사했고 최근까지 부사장을 맡았다. 서 대표는 헤드헌팅 회사를 통해 추려진 109명의 IBK투자증권 대표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신임 IBK투자증권 대표에 선임됐다고 알려져 있다.

서 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코로나19 사태라는 악재를 만나게 됐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26일 IBK투자증권의 모기업인 IBK기업은행의 독자신용도(baa2)에 대해 하향조정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히면서 IBK투자증권의 외화표시 장기 신용등급(A1)과 단기 기업신용등급(P-1)에 대해서도 하향조정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무디스는 "IBK기업은행은 코로나19 확산 영향에 취약한 중소기업에 대한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크기에 자산건전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글로벌무역 둔화 또는 글로벌공급망 차질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제조업 부문에도 노출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IBK투자증권에 대해서도 "IBK기업은행의 지원 능력이 약해질 가능성,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가운데 수익성이 약해질 가능성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서 대표로서는 전임 김영규 대표와 비교도 부담스러운 요소다. 김 전 대표는 2017년 12월15일 취임했는데 IBK투자증권의 연간순이익은 2017년 354억원에서 2018년 570억원, 2019년에는 632억원까지 급증했다. 김 전 대표는 스팩상장 및 합병, 코넥스 상장 주관, 코스닥 이전상장, 크라우드펀딩 등에 주력하며 중소기업 전문 증권사로서 정체성 확립, 및 차별화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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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 리스크관리능력 보여줄까

최근 코로나19로 어려운 경제 상황이 오히려 서병기 대표의 선임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서 대표는 리스크관리 분야에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이규성 초대 재정경제부 장관의 제안으로 1996년 설립된 카이스트 금융공학 MBA과정 1기 수료생이다. 이후 그는 리스크관리 분야에서 경력을 쌓기 시작했다. 외환은행에서 리스크관리팀 초기 멤버로서 일을 하다 2000년대 초반 엘케이에프에스라는 벤처기업 대표를 맡게 됐다. 엘케이에프에스는 당시 금융권 통합경영정보시스템인 ‘TRMS’를 금융권에 공급하는 회사였다. 이를 계기로 신영증권 오너인 원국희 회장의 아들인 원종석 부회장을 알게 됐고 2004년 신영증권으로 영입됐다.

이후 2005년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을 수탁·운용하는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 초기 멤버로 참여했다. 서 대표는 KIC에서 리스크관리팀장을 맡았다. KIC는 2008년 1월 당시 미국 3대 투자은행이던 메릴린치의 주식 20억달러 어치를 매입했는데 서 대표는 리스크관리팀장으로서 홍석주 KIC 사장과 일부 임직원들에게 메릴린치 투자의 부당성을 알리고 투자승인을 반대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묵살당했고 매입은 진행됐다. 이후 금융위기가 일어났다.

메릴린치는 결국 2008년 9월 파산 위기에 몰렸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합병됐다. KIC 투자금액은 10분의 1수준까지 가치가 급락했고 KIC는 감사원 감사는 물론 국정감사 때마다 국회의원들로부터 질책을 받았다. 2009년 국정감사에서는 서 대표가 보낸 투자만류 이메일이 세상에 공개되기도 했다. KIC투자금은 2017년 12월에야 원금을 겨우 회복했고 KIC는 서둘러 전량 매도하면서 10년만에 원금을 가까스로 회수했다.

서 대표는 메릴린치 인수를 반대하는 의견이 묵살되자 2008년 2월 KIC를 떠났고 신영증권으로 돌아와 리스크관리본부장(상무)를 맡았다. 2012년에는 자산운용본부장, 2015년에는 WM부문장을 맡았고 2018년에는 IB총괄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신영증권은 장기근속자가 많은 대표적 증권사다. 서 대표는 공채출신이 아니었음에도 부사장에 유일하게 올랐을 정도로 중용됐고 최근 신영증권 차기 사장을 놓고 경쟁을 펼쳤을 정도로 회사에서 인정을 받았다.

서 대표가 취임 이후 IBK투자증권 실적상승세를 계속 이어가는 데 성공한다면 자신의 임기 내 IBK투자증권 상장을 성공시킬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업계는 바라본다. IBK투자증권은 2009년 상장을 약속했지만 11년 넘게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2009년 총 1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상장을 약속했다. 개인투자자 2천여 명과 IBK투자증권 직원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IBK투자증권의 소액주주는 15.28%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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