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은행·카드업계에 관료 출신 사외이사 두루 영입
업계 관계자 “정부 규제·입김 피하려 영입하려는 것”

은행, 보험, 카드업계의 관료출신 사외이사 현황. / 도표=시사저널e

올해도 어김없이 과거 고위 관료들이 금융사의 한 자리를 차지했다. 금융업계가 갈수록 심화되는 수익 악화와 정부 규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관료 출신들을 영입해 방패막이로 삼으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료 출신들은 사외이사 제도를 통해 금융권에 몸을 담았다. 금융 전문가를 외부에서 영입하라는 목적의 제도가 관료들의 영입 방법으로 쓰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보험사, 올해도 관료 출신으로 사외이사 꾸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제71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로 이승우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이 전 사장은 행정고시 22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재정경제원 소비자정책과장, 총무과장,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 예금보험공사 사장을 맡았다.

DB손해보험도 최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김성국 사외이사와 이승우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김성국 사외이사는 재무부 보험국·이재국·국제금융국 경력을 가졌고 공적자금위원회를 거쳐 한국증권금융 부사장, IBK신용정보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이승우 사외이사는 옛 재무부에서 시작해 재정경제원 기획예산담당관,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예보 사장 등을 지냈다. 그는 올해도 DB손보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다. 

삼성화재는 20일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개최해 박대동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재선임했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은 곳은 삼성화재가 유일하다. 

특히 박대동 사외이사는 19대 국회의원(새누리당)이자 예보 사장을 지낸 인물이다. 최근엔 미래통합당에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울산 북구 후보로 공천을 받았다. 이번 선거에 당선되면 사외이사 자리를 내려놔야 한다. 그만큼 박 사외이사의 공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삼성화재는 박 사외이사 재선임을 통과시켰다. 

삼성화재 사외이사에는 박대동 전 예보 사장 외에도 전 조달청장이자 재정경제부 국제업무정책관(차관보)을 지낸 김성진 사외이사도 활동 중이다. 

◇지방은행, 대형카드사도 관료 출신 영입 중

보험업계만 아니라 은행권과 카드업계도 관료 출신들을 영입하고 있다. DGB금융지주는 지난 26일 제9회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권혁세 전 금융감독원장을 신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BNK금융지주는 문재일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그는 재정경제부 경제자유구역기획국장, 대통령비서실 경제정책비서관, 조달청 차장을 역임했다. JB금융지주는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인 유관우 사외이사의 임기를 1년 연임했다.  

수출입은행도 지난 1월 유복환 전 세계은행 한국이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유 사외이사는 기재부에서 경제정책, 성장정책, 남북경협 업무 등을 담당했다. 

관료 출신 사외이사들은 카드업계에도 몸을 담고 있다. 올해 신한카드는 이성한 사외이사와 김성렬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이 사외이사는 재정경제부 경제협력국, 대외경제국 국장을 거쳐 기획재정부 FTA국내대책본부 본부장, 국제금융센터 원장을 지냈다. 김 사외이사도 경기도 행정1부지사, 행정자치부 창조정부조직실 실장, 행정자치부 지방행정실 실장, 행정자치부 차관을 역임했다. 

삼성카드도 권오규 전 재정경제부 장관 겸 부총리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고 강태수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를 신규 선임했다. 하나카드는 이진우, 김준호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이 사외이사는 증권감독원 재무관리국과 검사국 등을 거쳐 금융감독원 조사2국장과 공보실 국장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김 사외이사도 국방부 예산국과 재정국에서 행정사무관으로 일했고 감사원 서기관을 거친 인물이다. 

금융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금융권이 정부 정책과 규제에 취약하다 보니 과거부터 관료나 법조계 출신들이 사외이사로 영입되는 문제가 계속 지적돼 왔다”며 “법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딱히 없기 때문에 이들이 쉽게 사외이사로 채워지고 있다. 업계의 규제나 경영상 어려움이 심화할수록 이런 영입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