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향·동 의미 없는 철거상태인데 인근 신축단지 시세 수준으로 올라
공시가 인상 타깃된 강남구 주요 아파트서 집단 이의제기 이어질 듯

입주 2년차 신축아파트와 인근 철거된 노후한 아파트의 공시가격 인상률 비교. 노후 아파트는 실거주 가치를 상승한 상태인데다 거래가 불가함에도 불구 공시가격이 30% 이상 상승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입주 2년차 신축아파트와 인근 철거된 노후한 아파트의 공시가격 인상률 비교. 노후 아파트는 실거주 가치를 상승한 상태인데다 거래가 불가함에도 불구 공시가격이 30% 이상 상승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부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예정안 발표 이후 큰 폭의 인상률을 보인 서울 강남구 일대 일부 아파트에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실거래가와 공시가격 간 괴리를 좁히기 위한 현실화 차원에서 공시가 인상률을 높였다지만, 정작 일부 단지에서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탓에 주민이 피해를 입게 생겼다며 공시 예정가격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주공1단지는 지난 26일 구축 상가와 아파트 동 철거를 전면 완료해 실거주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없는 상태다. 또 지난 2017년 8월 발표한 8·2 부동산 안정화 대책으로 인해 질병이나 이주 등의 이례적인 사항을 제외한 대부분의 소유주는 매도도 할 수 없어 자산 유동화가 불가하다.

그럼에도 공시예정가격은 전년 대비 30% 이상 뛰었다. 41㎡(구 13평) 기준 한 가구는 지난해 공시가격은 9억9200만 원이었는데 12억9000만 원으로 올랐다. 공시가격은 일조권에 영향을 주는 동과 층, 향 등을 통해 결정되는데 이미 철거 완료된 상태의 주택은 이와 같은 결정요소가 반영될 여지가 없다. 국토교통부는 이와 함께 인근 아파트의 실거래가 및 거래수준, 매물정보, 해당지역의 주택매매가격동향을 종합 분석해 공시가격을 산정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국토부는 개별 단지의 공시가격 산정기준에 대한 근거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바로 옆 신축단지인 래미안블레스티지(구 개포주공2단지)와 디에이치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상승률을 참고해 유사하게 책정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바로 옆단지인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 59㎡의 한 주택의 공시가격을 보면 전년대비 32.9% 올랐고, 전용 84㎡ 주택은 35.5% 가량 상승했다.

주민들은 지난 수년간 신축단지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오른 것을 감안하면 주택역할이 불가한 철거단지의 공시가격 비례율을 이와 동일한 수준으로 산정하는 게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이유로 개포주공1단지 소유주들은 국토부에 주택가치를 상실한 아파트의 공시가격을 터무니없이 올린 게 현실화냐며 집단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치동 은마아파트 소유주 모임 은마아파트소유자협의회(은소협)는 공시가격 집단 이의신청을 검토 중이다. 정부의 규제와 코로나19로 인한 집값이 하락중인데 공시가격 인상으로 보유세가 늘게 돼 은퇴한 고령층 위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11억5200만 원이던 은마아파트 전용 84㎡ 공시가격은 올해 15억9000만 원으로 38.0% 급증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시세 9억 원 미만 주택의 현실화율은 68.1%, 9억~12억 원은 68.8%, 12억~15억 원은 69.7%, 15억~30억 원은 74.6%, 30억 원 이상은 79.5% 등으로 현실화율에도 차이를 두고 있다. 결국 집값이 지난해 상반기 많이 오르고, 고가주택이 많은 강남권 주택의 공시가격이 강북권에 비해 더 높게 나오게 된 것이다.

주택 소유주들이 공시가격에 모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공시가격이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과세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은 아파트 청약 때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공시가격에 따라서는 집을 갖고 있는데도 무주택자로 청약을 넣을 수 있다. 전용면적 60㎡ 이하로 공시가격 1억3000만원(수도권 기준) 이하인 주택 또는 분양권은 소형, 저가주택으로 분류돼 청약 시 주택 소유 여부를 판단할 때 소유 주택으로 판단되지 않는다.

한편 국토부는 공시가격 이의 신청을 다음 달 8일까지 온라인이나 시, 군, 구청, 한국감정원을 통해 받을 예정이다. 이후 심의를 거쳐 다음 달 29일 공시가격을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다만 가격 오류가 몇 건이고 어떻게 수정했는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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