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IMF·금융위기 버금가는 하락장···주식의 ‘주’자도 모르던 20·30세대까지 매수세 행렬 동참

코스피가 26일 한국은행의 양적완화 선언과 미국 상원의 대규모 경기부양안 통과 등 호재에도 불구하고 하락 마감했다. / 사진=연합뉴스
코스피가 26일 한국은행의 양적완화 선언과 미국 상원의 대규모 경기부양안 통과 등 호재에도 불구하고 하락 마감했다. /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바닥을 보이자 이를 기회로 삼는 개미들이 몰리고 있다. 특히 주식과 거리가 먼 청년층까지 등락 폭이 작은 대장주에 관심을 보이며 주식을 ‘적금’ 삼아 매수행렬에 동참하고 나섰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20일부터 이달 26일까지 두 달여간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7조9784억원 어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16조4820억원 매도한 것과 비교해보면 시장에서 외국인이 빠진 만큼 개인투자자들이 채우고 있는 셈이다.

이달 들어서도 개인 투자자는 10조4302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는 거래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월간 기준 최대 규모다. 또 지난달 개인 누적 순매수액인 4조8973억원의 2배에 달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거래 활동계좌(6개월간 한 차례 이상 거래한 적이 있고 예탁자산이 10만원 이상인 증권계좌) 수도 지난 6일 최초로 3000만개를 돌파한 뒤 25일 3059만3754개로 연일 최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주로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 개설하는 위탁매매 계좌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개인 투자자들이 증시로 몰리는 이유는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코스피가 급락한 이후 반등에 성공한 전례가 작용한 듯 보인다. 이번 증시 급락을 주식투자의 기회로 보고 향후 주가 상승을 기대하는 것이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IMF 사태 이후로 주식시장이 가장 싼 수준으로 23년 만에 돌아온 기회로 보는 개인 투자자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높았어도 주가의 매력이 상당해 유동자금이 주식시장으로 흘러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인들의 주식투자 열풍은 평소 주식과 거리가 있던 젊은 층이 대거 참여하고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신규 증권 계좌의 60% 이상을 20·30세대가 차지한다고 추측했다.

특히 20·30세대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집중매수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는 이달에만 삼성전자 주식을 전체 개인 순매수액의 절반(약 46%)에 해당하는 약 4조5000억원 어치를 사들였다.

이번에 처음 주식을 시작했다는 정아무개(28)씨는 “코로나로 주가가 하락한다는 말을 듣고 왠지 지금이 주식을 시작할 적기라고 봤다”면서 “은행 이자는 낮고 부동산도 터무니없이 비싸다. 적금처럼 매달 월급에서 조금씩 떼 삼성전자 같은 안전한 대장주에만 투자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사회생활 3년 차인 김아무개(30)씨는 “코로나19로 삼성전자 주가가 4만원 초반대로 떨어졌을 때 지금이 적기라며 들어온 친구들이 꽤 있다”면서 “다들 ‘삼전불패’라는 말을 믿기 때문에 대형투자까진 아니더라도 200만~300만원씩 넣었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등 시장 불확실성으로 단기간 내 주가가 반등세로 돌아설지 예측이 어려운 만큼 투자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주가가 잠시 회복세를 보였지만, 앞으로 추가로 내놓을 대책은 없고 코로나 악재는 지속하는 만큼 주가는 꾸준히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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