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출범 이후 '봇물'

그간 캐릭터가 담긴 카드는 꾸준히 소비자에 호응을 얻어 왔다. / 사진=각 은행 및 카드사 홈페이지
그간 캐릭터가 담긴 카드는 꾸준히 소비자에 호응을 얻어 왔다. / 사진=각 은행 및 카드사 홈페이지

인기 캐릭터를 향한 카드사들의 러브콜은 올해도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 2017년 카카오뱅크 출범과 함께 전성시대를 맞은 캐릭터 체크카드 판매는 공식으로 굳혀지고 있다. 

2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EBS 인기 캐릭터인 ‘펭수’가 담긴 체크카드가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펭수는 어린이뿐 아니라 직장인들의 대통령으로까지 불린다. 이에 지난달 KB국민카드가 ‘펭수 노리 체크카드’를 출시한 지 한 달여 만에 20만장 발급을 돌파했다.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운 카드사의 마케팅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간 캐릭터가 담긴 카드는 꾸준히 소비자에 호응을 얻어 왔다. 

2000년대 중후반 인기 있던 캐릭터 카드로는 헬로키티 카드가 꼽힌다. 여성 이용객을 타깃으로 출시됐다. 지난 2006년 신한카드가 일본 산리오사와 제휴해 ‘탑스파워 헬로키티’ 체크카드를 내놓자 당시 3개월간 발급량은 11만6000장이다. 이어 2010년에 IBK기업은행도 ‘나의알파 헬로키티’ 체크카드를 내놨다. 각각 외식기능이나 헬로키티샵 캐릭터 상품 10% 현장 할인 등을 내세웠다.

2010년대 들어서는 SC제일은행이 외국계 은행이라는 특성을 살려 캐릭터 체크카드로 두각을 드러냈다. 지난 2014년 국내 금융권으로는 처음으로 디즈니코리아와 협업했다. 미키마우스와 토이스토리, 겨울왕국까지 각종 디즈니 인기 캐릭터 디자인을 입출금통장과 체크카드에 입혔다. 2017년부터는 마블 캐릭터가 담긴 체크카드를 출시하기 시작했다. 아동과 키덜트족에게 큰 관심을 얻었다. 

본격적으로 캐릭터 체크카드 판이 커진 것은 카카오뱅크가 등장하면서다. 지난 2017년 7월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카카오 캐릭터를 내세우고 소비자가 원하는 캐릭터를 직접 고를 수 있도록 옵션을 뒀다. 덕분에 판매 두 달 만에 280만 장을 발급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인터넷은행 경쟁자 케이뱅크는 한 달 뒤 라인프렌즈 캐릭터를 담은 체크카드를 출시해 맞불을 지폈다. 

카드업계는 이에 발맞춰 본격적으로 캐릭터 체크카드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지난 2018년부터 중학생도 체크카드를 발급할 수 있도록 연령이 조정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만 해도 신한카드는 ‘미니언즈’ 카드를, KB국민카드는 ‘오버액션 토끼’가 담긴 카드를 출시했다. NH농협카드는 ‘라이언 치즈 체크카드’를 출시해 3주 만에 10만장을 발급했다. 

캐릭터 인기는 체크카드 이용자 선호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국내 신용카드 전문사이트 카드고릴라에 따르면, 지난해 총결산 인기 체크카드 10종 가운데 3종이 카카오 관련 체크카드였다. 카카오뱅크 ‘프렌즈 체크카드’와 우리카드 ‘카카오페이 체크카드’, KB국민카드 ‘카카오페이 KB국민 체크카드’가 순위 안에 들었다.

다만 자체 캐릭터가 아닌 캐릭터 체크카드는 한정판 ‘굿즈’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신한 탑스파워 체크카드는 2006년 당시 남녀 각각을 타깃으로 두 가지 버전이 출시됐다. 남성용은 주유 기능을 강화한 일반형, 여성용은 외식기능을 강화한 헬로키티 캐릭터 카드였다. 일반형은 지난 2018년이 되어서야 신규 발급이 중단된 반면, 캐릭터 카드는 훨씬 이전에 신규 발급이 중단됐다. 캐릭터 체크카드 상당수가 판매 기한을 고지하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카드업계의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은 계속될 예정이다. 혜택을 어느 정도 담보하는 생활용 체크카드에 인기 캐릭터를 입히면 된다는 점에서 안정성과 소비자 호응 둘 다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KB국민카드의 펭수 체크카드도 기존 노리 체크카드에 펭수 디자인을 입혔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호응이 높은 캐릭터를 사용하는 것이 확실히 판매에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면서도 “그렇지만 캐릭터가 전부는 아니라 여전히 소비자가 실제로 혜택을 체감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판매를 장기적으로 이어가는 가장 큰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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