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이용시설 방역 지침 적용 과정서 혼선 빚어져
사업장 별 특성에 맞는 세부지침 부재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서울의 한 헬스장은 정부 지침에 따라 지난 23일부터 그동안 회원들에게 지급하던 운동복과 수건 등을 더이상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또 운동 중에도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37.5도 이상의 열이 있는 회원의 경우 입장을 제한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24일부터는 탈의실과 샤워장 폐쇄 조치하고 회원들에게 미리 환복하고 운동해야 한다는 공지를 내렸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해당 헬스장은 다시 운동복과 수건은 지급되지 않지만 탈의실과 샤워실 이용은 가능하다고 공지를 변경했다. 헬스장 회원들은 운동을 할 때는 마스크를 착용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샤워실 이용은 된다는 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지난 22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종교시설·실내 체육시설·유흥시설에 대한 15일 간 운영 중단 권고’를 발표했다. 이들 시설이 운영을 하려면 방역지침을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80조에 따라 지침 위반업소에 대해 300만원 이하 벌금 등을 물어야 한다.

해당 헬스장에 다니고 있는 A씨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운동을 쉬고 있었는데 장기화되면서 정부 지침이 강화되면 다시 운동을 해보려고 했다”며 “그런데 칸막이도 없고 접촉이 많은 샤워실에서 무방비로 노출이 된 회원들과 함께 운동기구를 사용한다는 것이 불안해서 운동을 계속 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해당 헬스장 직원은 “정부 지침이 바뀌어서 공지도 바꾼 것이다. 헬스장은 방문 대장을 작성하고 체온 체크를 하고 해외 방문 여부 등도 확인한 뒤 마스크를 착용해야만 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지침을 잘 따르고 있다”면서도 “그룹운동(GX)은 진행하지 않고 있지만 샤워 시에는 마스크를 당연히 벗기 때문에 불안하면 4월 이후에 운동을 시작하는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방역지침은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37.5도 이상 출입 금지) ▲손 소독제 비치 ▲2m 이상 거리 두기 ▲식사 제공하지 않기 ▲참석자 명부 작성 ▲방역 실시 등이다.

기본 방역 지침과 함께 체육시설에 한해서는 ▲운동복이나 수건, 운동 장비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감염 우려가 있어 공용으로 사용하지 말라는 조항 ▲탈의실‧샤워실‧대기실 등을 한정된 인원으로 사용 ▲밀폐된 장소에서 다중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줌바, 스피닝 등) 금지 등의 세부 지침을 내렸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세부지침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지금은 코로나19를 예방하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야 할 시기이기 때문에 헬스장이 영업을 굳이 해야 할 시기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센터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세부적으로 정확한 지침을 내리기도 애매하다. 따라서 굳이 근거를 갖기 힘든 지침을 만들기보다는 범위를 넓게 잡고 영업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처음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샤워실 등을 폐쇄하라고 지침을 내렸으나 소규모 인원 이용으로 지침을 변경했다”며 “서울시는 인구가 많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샤워실 폐쇄를 주장했지만 다른 시‧도 와의 형평성 문제로 지침을 따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적정 샤워 인원에 대한 기준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헬스장 측도 따로 샤워실 제한은 하지 않고 있다. 장소, 사업장 특성에 따라 상황이 다르지만 그에 맞는 세부 지침이 구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혼선이 빚어지고 있었다.

참석자 명부 작성의 경우 회원제가 아닌 PC방, 노래방, 클럽 등에서는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2m 이상 거리 두기의 경우 역시 노래방과 클럽에서 확보하기 어려울뿐더러 점검하기도 쉽지 않다.

운영중단 권고된 다중이용 시설에 대한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하는 카페나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대중목용탕에 대해서는 강력한 운영중단 권고가 없기 때문이다. 기존 운영중단 권고된 사업장의 사업주들은 해당 권고가 차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던 PC방, 노래방, 헬스장 위주로 권고가 내려져 편중된 조치라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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