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내실 다지기·먹거리 창출 중점 둔 인사”
정경구,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조달·금융부동산업 육성’ 등 중책 맡을 듯
‘수주영업 전문가’ 이형재···“‘캐시플로우’ 창출 기대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HDC현대산업개발이 ‘재무’와 ‘수주영업’ 부문을 강화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실 다지기와 먹거리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이 흔들리는 현산의 구원투수가 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경구 CFO, 시아나항공 인수전 진두지휘···“대내외 환경, 불확실성 커져···재무건전성 확보나설 것”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산은 회사의 재무·자금 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정경구 CFO(최고재무책임자)·경영기획본부장(전무)을 대표이사로 추가 선임했다. 이에 따라 김대철 부회장과 권순호 사장의 각자대표 체제에서 권순호 사장과 정경구 전무의 각자대표체제로 새 출발한다. 김대철 부회장이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그 자리에 정 대표가 자리하는 셈이다.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한 정 신임 대표는 신한금융투자와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HDC자산운용 등 금융투자업계에 20년 가까이 몸담아 온 ‘재무통’이다. 지난 2008년 HDC현대산업개발에 입사한 이후 재정·경리·경영기획 등을 거쳐 2017년 HDC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지난 2018년에는 CFO겸 경영기획본부장으로 다시 현산에 합류했다. 현산 관계자는 “대내외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영업이익률 등 재무건전성을 관리하는 한편, 앞으로 종합 부동산금융기업 육성에 중점을 둔 인사”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 신임 대표는 올해 현산의 최대 과제인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실무 차원에서 진두지휘해 온 인물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아시아나 매각 관련 긴급 기자 간담회에서도 정몽규 회장과 김대철 부회장 옆자리에는 그가 있었다. 정 신임 대표는 전문성을 살려 인수 과정에 필요한 자금 조달 등 재무관리에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를 두고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한 정 신임 대표는 현산이 항공업과 성장 모멘텀으로 삼은 ‘종합 금융부동산업’에도 중요한 조언자 역할을 할 전망이다. 앞서 권순호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그동안 쌓아온 부동산·인프라 개발의 노하우와 금융기법의 적극적인 결합은 새로운 변화의 도화선(Trigger)이 될 것이다”며 “리츠(REITs), 인프라펀드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개발과 금융을 결합한 ‘종합 금융부동산 기업’으로 새롭게 도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형재 수주영업본부장, 사내이사진 합류···“실적 개선 기여···종합 부동산 디벨로퍼로 전환할 수 있는 역량 충분”

정 신임 대표 인사와 더불어 새롭게 이사진에 합류한 이형재 수주영업본부장(상무)도 관심을 받고 있다. 현산은 이 상무를 2년 임기의 새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기존 사내이사진은 김대철 부회장, 권순호 사장, 정경구 경영관리본부장 전무로 이뤄졌다. 이 상무는 김대철 부회장이 이달 사내이사 임기를 마치면서 그 자리를 채우게 됐다.

그룹 내에서 ‘영업통’으로 불리는 이 상무는 1990년 현산에 입사해 아파트 분양을 비롯해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 분야에서 실무 경험을 쌓아온 인물이다. 그는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현산의 사업기획·영업지원 담당중역을 거쳐 현재 수주영업본부장을 맡고 있다. 수주영업본부는 2018년 현산이 조직개편에서 영업조직 강화를 위해 신설된 부서다. 이 상무는 주택사업에서 특유의 세심함과 적극적인 의견개진으로 수주영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산은 이번에도 이 상무가 수주영업 부문에서 역량을 발휘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재무건전성이 우려되는 만큼 각종 수주영업을 통한 ‘캐시플로우’(Cash-flow)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산의 주택사업은 전체실적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비중이 크다. 하지만 지난해 분양 지연과 신규 사업 취소 등으로 분양물량이 축소되고,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복합개발 사업도 지지부진하면서 현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한 현산이 그동안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진행해 온 유통·레저·호텔 등의 부업들도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휘청거리는 상황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재무경영 전문가인 정경구 대표와 균형을 맞추고, 건설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권순호 사장과 시너지 효과 기대하는 정몽규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산 관계자는 “이 신임 사내이사는 사업기획·영업지원 분야 등 다양한 직무경험을 바탕으로 건설업에 대한 이해도와 전문성 수준이 높다”며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한 수주영업 능력을 바탕으로 종합 부동산 디벨로퍼로 전환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추천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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