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한국 등서 임상 3상 시험 진행···미국 이어 한국 연구진도 효과 인정
국내서는 일양약품과 부광약품이 기존 약제로 임상 추진···슈펙트와 클레부딘

길리어드사이언스 본사 전경. / 사진=길리어드
길리어드사이언스 본사 전경. / 사진=길리어드

최근 전 세계로 확산되는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려는 제약사들 움직임이 활발하다. 특히 길리어드사이언스의 신약후보물질 ‘렘데시비르’에 대해 현재 여러 곳에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어서 이르면 내달 도출이 예상되는 임상 결과가 주목된다. 국내의 경우 일양약품과 부광약품이 기존 의약품에 대한 임상시험을 추진하고 있어 역시 관심이 집중된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길리어드사이언스는 현재 동시 다발적으로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렘데시비르는 에볼라, 마르부르크, 메르스, 사스 등 여러 신종 바이러스 병원체에 대한 체외 및 체내 동물 모델 모두에서 광범위한 항바이러스 활성을 나타낸 임상시험용 뉴클레오티드 유사체다. 

제약업계가 렘데시비르를 주목하는 이유는 실제 코로나19 환자들에게서 약효가 나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당초 렘데시비르는 길리어드가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하던 신약후보물질이다. 이에 글로벌 2상 임상까지 마쳤지만, 환자 모집이 어려워 3상 시험을 앞두고 일부 차질을 빚은 바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에게 렘데시비르가 효과를 보였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연구진은 코로나19 환자에게 렘데시비르를 처방한 사례를 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보고에 따르면 이 환자는 다른 항바이러스 제제와 항생제 등을 투여했지만 증상이 악화됐다. 결국 렘데시비르를 투여한 뒤에야 증상이 크게 호전됐다.   

렘데시비르 효과는 국내 연구진도 인정한 사안이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최근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은 “(코로나19) 치료 후보제 중 가장 각광을 받고 동물실험에서 가장 효과가 좋았던 게 렘데시비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코로나19 환자 대상 렘데시비르 3상 임상시험이 우선 중국에서 시작됐다. 중일우호병원이 2월 초 중국 후베이성에서 임상 참여 환자 모집을 개시한 것이다. 2건 임상시험은 순조롭게 진행돼 길리어드는 중국 임상연구 결과가 4월 중 발표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어 길리어드는 코로나19로 진단 받은 성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효능과 안전성 연구를 위한 2건 3상 임상시험을 2월 하순 착수했다. 길리어드는 이번 임상시험에서 렘데시비르의 각기 다른 두 가지 투여기간을 평가한다. 첫 번째 임상시험에서는 임상 양상이 중증인 코로나19 환자 400여명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5일 또는 10일 투여군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두 번째 임상시험에서는 중등증의 코로나19 환자 600여명을 대상으로 렘데시비르 5일 투여군, 10일 투여군, 또는 표준 치료제 단독투여군으로 무작위 배정했다. 두 임상시험의 1차 평가변수는 임상적 호전으로 동일하다. 길리어드는 이번 임상시험의 분석 결과가 이르면 오는 5월 내 도출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은 국내에서도 진행 중이다. 서울대병원이 지난 9일 미국 국립보건원과 협력해 환자 등록을 시작한 것이다. 이번 임상시험에는 미국과 싱가포르 등 전 세계 총 394명의 코로나19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들이 참여한다. 임상시험은 무작위 대조군 시험이다.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은 치료 후보약물이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이번 임상의 목표는 코로나19 환자에서 렘데시비르 안전성과 임상적 치료 효과를 확인하는 것이다. 

미국 국립보건원은 이와 별도로 산하 기관인 미국 국립 알레르기 및 감염증 연구소가 2월 임상시험에 착수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처럼 동시 다발적으로 전 세계에서 진행 중인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이 어느 시점에서 종료되고 허가를 신청, 출시될 지는 현재로선 전망하기 힘들다. 길리어드의 한국 법인인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 관계자는 “길리어드가 자체적으로 2월 하순 착수한 임상시험 외에 다른 시험은 환자 모집 기간과 실제 시험 등 소요 기간을 전망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길리어드가 신약후보물질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반면 국내에서는 일양약품과 부광약품이 기존 출시해 판매 중인 약물에 대한 임상을 준비 중인 상황이다. 일양약품은 이미 출시된 슈펙트(성분명:라도티닙)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생물안전센터 내 BSL-3 시설 연구팀에 의뢰한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유효성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연구팀은 질병관리본부에서 분양 받은 SARS-CoV-2 바이러스를 이용, 고대 생물안전센터 내 생물안전 3등급 실험실에서 슈펙트를 사용한 시험관내 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투여 후 48시간 내 대조군 대비 70%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감소함을 확인했다.

부광약품도 한국인 코로나19 환자 검체로부터 분리한 바이러스에 대해 레보비르(성분명:클레부딘) 효과가 시험관내 시험에서 코로나19 치료에 사용 중인 칼레트라와 유사한 결과를 보임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부광에 따르면 양성대조군으로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는 칼레트라 주성분을 사용했는데, 칼레트라와 억제능과 비교 시 플라크 감소 시험과 RT-PCR 검사에서 유사한 정도의 억제 정도를 보였다. 클레부딘은 부광약품이 개발한 항바이러스제다. 핵산유사체로 바이러스 유전물질 복제를 억제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클레부딘 임상시험 등 개발계획에 대해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렘데시비르의 경우 임상시험에 성공했을 때는 하반기 허가를 기대할 수도 있다”면서 “많은 변수가 있어 향후 진행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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