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 기록 있으면 5000만원 이상 대출 시 완납 후 3개월 지나야 가능···현재 체납·연체면 저리 대출 불가능
“비상사태에도 정부와 금융권 과거 방식대로 진행···정부가 부실 전적으로 보증해야” 지적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대출 부실시 정부, 신용보증재단, 금융권 나눠지는 구조

지난 24일 오후 대구시 동구 효목동 동구시장에서 한 상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고자 유리로 된 가림막을 설치 후 콩나물을 판매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4일 오후 대구시 동구 효목동 동구시장에서 한 상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예방하고자 유리로 된 가림막을 설치 후 콩나물을 판매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코로나19로 매출이 90% 감소한 상황에서 수백만원의 월세를 내고 있다. 정부에서 코로나19로 소상공인 저금리 대출을 한다는 것을 보고 지역 신용보증재단을 찾았다. 그러나 과거에 세금 체납 기록 때문에 3개월 동안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해 돌아왔다. 지금 당장 필요한데 3개월을 어떻게 기다리나.” (대구 음식점 사장 A씨)

# “코로나19에 따른 어려움으로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대출을 받으러 은행에 갔다. 아파트 담보대출을 진행하면서 은행은 모든 가족원 구성의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대구에서 학교 다니는 아이가 올라올 상황이 못돼 아직 대출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저리 대출 혜택은 도대체 누가 받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경기도 광주시 자영업자 B씨)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위해 금융 지원책을 내놨으나 현장에서는 까다로운 보증 조건 등으로 대출이 늦거나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부는 최근 몇 번에 걸쳐 소상공인 대상 긴급경영자금 융자, 초저금리 대출 등 금융 지원책을 내놨다. 지난 17일 국회를 통과한 추경안을 보면 정부는 경영안정자금 예산을 1조7200억원으로 확대했고, 초저금리 대출도 4조6000억원 늘렸다. 이에 더해 정부는 지난 19일 비상경제회의에서 소상공인 긴급 경영자금 신규 지원을 12조원 규모로 확대했다. 취급기관도 시중은행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현장의 소상공인들은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까다로운 보증 조건으로 대출이 늦거나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했다.

26일 대구 음식점 사장 A씨는 <시자저널e>에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직원들 월급주고 대출금과 월세 내려면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하다. 과거에 체납 기록이 있다고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담보할 재산이나 신용이 부족한 소상공인들은 정부의 경영안정자금을 받기 위해 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체납 등의 기록이 있으면 완납 후 향후 3개월까지 보증서를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 이에 신용보증재단은 지난 5일 3000만원까지는 체납이나 금융권 연체 기록이 있어도 즉시 대출이 가능하도록 요건을 완화했다. 지난 25일부터는 이 요건을 5000만원으로 한 번 더 완화했다.

그러나 여전히 5000만원 이상을 대출할 경우 체납 기록이 있으면 완납 후 3개월이 지나야 가능하다. 현재 체납중이거나 금융권 연체가 있는 경우는 아예 보증서를 발급받을 수 없다.

현장에서 까다로운 보증 절차로 어려움을 겪는 부분에 대해 신용보증재단중앙회 관계자는 “부실율 문제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소상공인 도산 가능성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신용보증재단에서 보증서를 발급 받는데 걸리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문제도 있다.앞서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비상경제회의에서 소상공인 등의 도산을 막기 위해 보증심사 속도를 높이고 대출심사 기준과 절차를 간소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금융 지원들이 하루가 급한 사람들에게 ‘그림의 떡’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결국 지원의 속도가 문제다. 보증심사가 쏠리면서 지체되는 병목현상을 개선하고 대출 심사 기준과 절차도 대폭 간소화해 적기에 도움이 되도록 감독을 잘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금융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기 위해 적극적인 금융 지원에 대한 면책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이후 신용보증재단 업무의 은행으로 위탁, 현장실사 간소화, 납세 등 과거 기록에도 5000만원까지 즉시 대출 등의 후속 조치가 나왔으나 현장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왜 그런 것일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비상 상황에서 정부가 부실에 대해 전적으로 보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대출에서 부실이 생기면 그 책임은 정부와 신용보증재단, 은행이 나눠지게 되는 구조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인데도 정부와 신용보증재단, 금융권은 어려운 소상공인들에게 과거의 방식대로 보증하고 대출하는 것이 문제다”며 “정부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실을 전적으로 보증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실무자들도 적극적으로 보증과 대출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체납이나 연체 기록이 있는 경우도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즉시 대출을 가능하게 하거나 대출 가능 기간을 줄여야 소상공인들을 도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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