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동성 장세에 투자자 몰리면서 증권사 다수 MTS서 장애
중요 시점에서 투자자 불편 가중 및 유무형적 손실 발생
“디지털 혁신 이전에 기본부터 챙겨야”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주식 거래 시스템 장애가 끊이지 않는다. 중요 시점마다 터지는 거래 장애에 단순한 투자자 불편뿐만 아니라 유·무형의 손실이 지속된다. 이에 증권사 최고 경영자들이 한목소리로 외치는 디지털 혁신에 앞서 기본인 주식 거래시스템부터 챙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내 주요 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연이어 장애가 발생했다. 미국 증시가 간밤에 87년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면서 기대 심리가 살아나자 국내 증시 개장과 함께 개인 투자자의 접속이 몰린 게 원인이었다.

◇ ‘올해도 또’···여기저기 MTS 장애 속출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전날 오전 9시 20분쯤 지문을 이용한 MTS 바이오 인증 작업에 장애가 발생해 로그인과 주식 거래가 지연되는 등 차질이 발생했다. MTS 인증 오류는 약 1시간 25분 만에 정상화됐다. 회사 측은 “접속량이 증가하면서 바이오인증 통신이 지연됐지만 공인인증서나 아이디(ID)를 이용한 로그인은 문제 없었다”라고 밝혔다.

MTS 장애는 한 곳 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날 NH투자증권 MTS에서도 접속 지연 문제가 발생했다. 개장 이후 일부 투자자의 MTS에서 5분 가량 접속이 지연됐다. 트래픽이 증가하자 NH투자증권은 MTS 첫화면에서 제공하는 ‘나의 자산 조회’ 등 서비스를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도 했다.

유안타증권 MTS도 개장 직후 일부 투자자에 한해 간편 인증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아 문제가 됐다. 

키움증권은 이달에만 두 차례 MTS 장애가 발생했다. 미국 증시가 폭락했던 지난 9일(현지 시간)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거래용 MTS인 ‘영웅문S글로벌’에서 밤 11시부터 약 1시간 동안 계좌 잔고 확인 및 주문 미체결 내역 조회가 되지 않았다. 이달 13일에는 국내 증시 개장 이후 약 10분간 MTS 접속 지연 현상이 나타났다. 

이밖에  KB증권은 지난 9일 “현지 브로커 장애로 일본주식 주문 접수가 되지 않고 있다”며 해당 부서로 전화주문을 해 줄 것을 공지했다. SK증권도 지난 11일 서버 내 일부 부품의 오작동으로 개장 후 MTS 신규접속이 불가능한 장애가 발생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도 20일 MTS 일부 서비스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 애꿎은 투자자만 피해···“혁신 앞서 기본부터 챙겨야”

개인 투자자의 주요 주식 거래 수단인 MTS에서 장애가 발생하면서 이들은 큰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MTS 장애가 발생한 시점이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중요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컸다. 한 투자자는 “투자 시점이라 생각해 매수에 나섰지만 어플이 먹통이 되는 바람에 별로 사지 못했다. 그런데 순식간에 사려던 주식이 10% 올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잔고를 충전하려고 했는데 어플이 되지 않아 제 때 돈을 넣지 못했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문제는 이 같은 주식거래 시스템 오류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매년 MTS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장애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소비자 민원도 트레이딩시스템 장애와 관련된 내용이 다수로, 지난해 3분기 기준 증권사 민원 3426건 중에서 전산 장애와 관련된 민원이 2767건(80.7%)을 차지했다. 전산 장애로 인한 보상 합의가 되지 않아 집단 소송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매번 반복되는 MTS 장애에 실질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최고 경영자들이 매년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는데 정작 기본이라 할 수 있는 거래 시스템 장애는 매번 나오고 있다”며 “다양한 디지털 혁신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투자자들이 실질적으로 이용하는 거래 시스템의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실질적으로 해결 하기 위해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거래 시스템 안정을 위해 서버를 교체하거나 스토리지 이중화 구축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었다는 점에서 억울할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앞으로 인공지능(AI)이나 빅데이터 도입에 따라 시스템이 고도화가 예상되는 만큼, 과거보다 안정성에 대한 기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내 주요 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연이어 장애가 발생했다. / 그래픽=셔터스톡.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내 주요 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서 연이어 장애가 발생했다. / 그래픽=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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