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 해외서 사재기 현상 일어나···한국 IMF때 모습과 비슷
코로나19 낙관하기 어려워···자영업·소상공인들을 위한 추가 대책 필요

미국에서 유학 중인 지인으로부터 ‘사재기’ 소식을 듣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로 미국에서는 마스크 한 장 구하기가 어렵고 휴지, 생수 등 생활필수품 구하기 또한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한국에선 이런 현상이 벌어지지 않고 있어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했다.

코로나19가 하루가 다르게 퍼지고 있다. ‘3월 말이면 잠잠해지겠지’라는 지난 2월 기자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코로나19는 곳곳에 퍼지고 있다. 2월 초만 해도 기자에게 마스크를 보내주겠다며 강 건너 불구경을 했던 미국에서 살고 있는 지인은 되레 마스크 구하기 전쟁에 뛰어들었다. 과거 기자의 모습과 비슷해진 것이다.

마스크, 한국에서도 구하기 힘들었다. 우스갯소리로 “KF94 마스크를 갖고 있으면 재벌”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정도로 마스크 구하기는 심각할 정도로 어려웠다. 다행히도 정부가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하면서 마스크 구하기는 조금 수월해졌고, 생년월일 끝자리 수가 5인 기자는 매주 금요일에 마스크를 사러 가는 것이 이제 습관 됐지만 아직 코로나19를 안심하기엔 이르다.

기자의 지인 말을 빌리자면 미국에선 사람들이 앞다퉈 식량과 물, 약품, 손 소독제, 휴지를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마스크는 이제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구하기 힘들고, 물량이 있더라도 비싼 가격 탓에 구매하기 꺼려진다고 했다. 특히 휴지는 구하기 더더욱 힘들다고 한다.

이와 다르게 한국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발생해 세계에서 ‘위험지역’으로 손꼽힐 때조차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대구에서 확진자가 폭증했을 당시 대형마트, 창고형 마트 등에선 생수, 냉동식품 등을 대량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일부 있었지만, 물량 공급에 무리가 올 정도로 구매해 일명 쟁여놓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한국도 1997년 IMF외환위기 당시 시민들 사이서 사재기 현상이 일어났다는 데 있다. 경향신문의 1997년 12월12일 기사 보도에 따르면 일부 대형마트에 손님이 급증해 라면, 화장지, 설탕, 밀가루, 세제 등 생필품 물량이 바닥났고 대형마트 측은 1인당 구입 물량을 라면 20박스, 설탕 5포 등으로 제한했다고 한다. 이 같은 사재기로 평일 매출은 3억원에서 3억4000만원으로, 주말은 5억원에서 5억6000만원으로 늘었다. 일부 언론 보도에서 코로나19 사태를 IMF외환위기와 비교하는 게 납득되는 이유다.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 삶에 변화가 생겼다. 주말을 맞아 나들이를 가거나, 퇴근 후 지인들을 만나는 일상 풍경은 그야말로 옛 추억이 됐다. 지인들을 만나도 서로 손을 마주잡고 인사하거나 가까이 다가가는 대신 손을 닦는 게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됐을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우리나라 시민들은 현재 마스크를 나누고, 자원봉사 하고, 물품과 성금을 보내며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뜻을 함께 하고 있다. 최악의 경제 하락 국면에서도 시민들의 함께 돕기, 마스크 끼고 사회적 거리두기 등 한국의 대응 사례는 칭찬받을 만하다.

다만 아직 코로나19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적어도 올해 여름, 길게는 연말까지 지속될 싸움이라는 전문가의 견해가 대다수다. 세계 인구의 70% 이상이 감염돼 집단면역이 생기기 전에는 끝나지 않을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하루 벌이로 살아가는 일용직 근로자들,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정부도 이러한 상황을 모를리 없지만, 홀로 싸우는 이들을 위한 추가 대책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봄이 찾아왔지만 여전히 코로나19로 마음은 춥다. 평온했던 일상이 하루 빨리 찾아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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