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계는 의결권 외 ‘적극적 주주권’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
재계는 지분만큼 영향력 행사하는 게 정상이고 지금도 부담이라는 입장
“국민연금 주주권행사 모두에게 신뢰 얻으려면 위해 정부로부터 독립 필수”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본사. / 사진=연합뉴스
전주시 국민연금공단 본사. / 사진=연합뉴스

국민연금의 반대의결권 행사에도 주주총회에서 각종 안건들이 통과되고 있는 것과 관련, 재계와 시민사회계가 서로 정반대되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시민사회계에선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는 반면, 재계에선 의결권만큼 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정상이라며 오히려 국민연금의 경영간섭을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의 활약 여부는 주총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관심을 끌었다. 올해 주총이 ▲5%룰 완화 ▲대기업 지분 확대 ▲적극적 권한행서 가이드라인 마련 등으로 강화된 국민연금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주총이 하나둘 진행되면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방향과 안건통과 여부가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속출했다. 대표적인 예가 효성 주총이다. 국민연금은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사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해당 안은 무난히 통과됐다. 최근 하나금융 사외이사 및 감사 선임안이나 삼성전기 유지범 사외이사 선임안도 국민연금 반대에도 통과됐다.

이와 관련 시민사회계에선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단 국민연금이 의결권만큼의 권한을 행사하는 것만으론 충분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더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시민사회계 인사는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측은 지난주 질의서를 통해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된 지 1년 7개월이 지났음에도 공개중점관리 대상으로 선정한 예는 2018년 남양유업과 현대그린푸드 단 두 회사에 불과하다”며 “이번 정기 주총에서도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통해 관철해야 할 사안들이 많지만 국민연금법 시행령이나 가이드라인 미비 등을 이유로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시민사회계에선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움직임은 소극적이고 따라서 기업들이 국민연금 때문에 힘들다는 것은 엄살이라는 입장이다. 한 금융당국 인사도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전했다.

허나 기업들은 정반대되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일단 지분만큼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다. 국민연금을 주주로 둔 한 대기업 인사는 “누가 됐든 지분만큼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그걸 문제 삼으면 정말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이 반대했다고 해서 그 안건도 통과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 논란 없애려면 국민연금 정부로부터 독립성 확보돼야

오히려 재계에선 국민연금 때문에 경영상 상당한 애로사항이 있고, 그 존재감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제도팀장은 “세계 연기금 중 국민연금만큼, 대기업들 지분을 이렇게 많이 갖고 있는 곳은 찾기 힘들다”며 “국민연금이 2대 주주인 곳들이 많고 이런 경우 국민연금 결정이 나머지 주주들에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업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국민연금을 대주주로 둔 한 대기업 내부 인사는 “경영상 주요 이슈나 변화가 있을 때 국민연금의 눈치를 보게 된다”고 전했다. 기업들은 특히 지난해 한진칼 주총 때 국민연금의 반대로 조양호 당시 회장이 연임하지 못하게 된 이후 국민연금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반응이다. 당시 한 기업 관계자는 “사회가 지금 어떤 방향으로 가자는 것인지 참 걱정스럽다”며 상당히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것 역시 기업들이 불안해하는 요소다. 지금 당장은 국민연금이 반대를 해도 안건이 통과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오너일가의 지분이 승계를 거치며 점점 줄어들고 반대로 국민연금 지분율이 점점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처럼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를 놓고 설왕설래가 난무하는 상황을 종지부 찍기 위해선 결국 정부로부터의 독립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근혜 정권 당시 삼성합병 관련 논란도 국민연금이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가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해선 국민연금이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이 돼야 한다”며 “그래야 국민연금의 주주권행사가 특정 집단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방향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하는데 해당 위원장은 정부 인사인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도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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