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거래가’ 해석 차이·시세 반영 못하는 1년 전 공시가 기재 탓···시가와 괴리감 커

재산등록 대상이 되는 4급 이상의 고위공직자들이 시세 반영이 안되는 1년 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재산등록을 함에 따라, 재산공개가 투명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재산등록 대상이 되는 4급 이상의 고위공직자들이 시세 반영이 안되는 1년 전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재산등록을 함에 따라, 재산공개가 투명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국내 공동주택의 3.3㎡ 당 평균 실거래 가격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이다. 신축 아파트가 많은데다 집값 형성의 3요소인 학군, 교통, 생활인프라를 모두 다 갖춘 영향이다. 일부 단지는 이미 3.3㎡ 1억 원을 넘기도 했다. 그런데 2020 정기 재산변동 사항을 통해 공개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보유한 반포동의 한 아파트 금액은 67㎡(구 20평형)인데 재산가액으로 신고한 금액은 5억9000만 원에 불과해 세간의 궁금증을 낳고 있다.

26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재산변동 사항에 따르면 노영민 비서실장은 충북 청주와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 각각 아파트 한 채 씩을 보유한 2주택자다. 충북 청주는 자신이 국회의원일 당시 몸 담았던 지역구이자 실거주한 곳이다. 서초구 반포동 한신서래는 2006년 아내와 함께 공동명의로 2억8000만 원에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월이 십수 년 지나면서 이곳의 시세도 인근 단지와 키 맞추기를 하며 뛰어올랐다. 1987년 지어진 노후 아파트라 인근 단지보다 시세가 낮지만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노 실장이 보유한 평형은 지난해 10월(가장 최근 거래기준) 10억 원에 손바뀜이 일어났다. 그런데 시가 10억 원짜리 집을 왜 5억9000만 원으로 등록한 걸까.

노영민 실장이 5억9000만 원으로 등록한 것은 공시가격이다. 공직자윤리법 제4조에 따르면 4급 이상 공직자는 공시가격 또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재산을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실거래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실거래가가 자신이 매입할 당시 지불한 거래가액 만을 뜻하는 건지, 아니면 타인이 최근에 거래한 시세를 의미하는 건지 불분명하다. 해석의 여지에 따라 기재의 오류로 지적받을 수 있다 보니 재산공개 대상자들은 애초에 공시가격 기재를 택하는 것이다.

또 역설적이게도 공시가격이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고위공직자 입장에선 굳이 높은 가격인 실거래가를 기재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싶지 않아서다. 그러다보니 재산공개에는 시세보다는 보다 낮고 정확한 가격이 정해진 공시가격을 적는 것을 선호한다. 이는 노영민 비서실장만의 문제는 아니다. 거의 모든 고위공직자들이 이 같은 이유로 공시가격을 적고 있다.

문제는 시세와의 괴리가 크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는 수년에 걸쳐 공시가격 현실화를 단행하고 있지만 가파르게 등락하는 서울의 시황을 반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게다가 지금과 같이 연 초에 공개하는 재산공개는 올해 기준이 아닌 2019년 공시가격을 토대로 적다보니 더욱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노 실장의 주택도 올해 공시가격예정가로는 6억7400만 원이다. 공시가격예정안은 지난주 발표됐지만 확정은 이의사항을 반영한 후 5월에 확정된다.

시민단체들은 공직자의 재산축소 공개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국민의 올바른 알권리 보장을 위해서라도 고위공직자 재산공개가 보다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현행법상 실거래가는 타인이 거래한 시세까지도 포함하는 게 맞다. 그리고 실거래가와 시세 중 더 높은 가격을 쓰게 돼 있다. 그럼 가장 보유 아파트의 가장 최근 실거래가격을 기재하는 게 맞다. 그럼에도 대다수 재산공개 대상자들이 법을 안지키는 것”이라며 “시세가 곧 실거래가를 의미한다는 적극적 해석을 통해 고위공직자들의 재산 축소 관행과 엉터리 재산 등록공개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고위공직자 재산공개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영이 안서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정부가 2017년 8월 8·2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발표한 직후 김현미 장관은 “다주택자는 불편해질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사는 집 아니면 파시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럼에도 노영민 비서실장은 물론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은 강남구 도곡동 도곡한신과 송파구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 등 강남권 알짜 단지 2채를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현호 국정홍보비서관은 더욱 실속파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메인 타깃이 되는 강남권에는 집이 없지만 마포, 용산, 과천에 보유하며 이른바 마·용·성에 버블세븐 지역의 메인으로 꼽히는 과천까지 섭렵하는 광폭 주택보유 행보를 보였다. 다만 청와대는 노영민 실장에 대해선 “노 비서실장의 경우 수도권에 2채를 보유한 사례는 아니어서 본인이 제시한 기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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