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특별법 개정안 부결로 자본 확충 ‘불투명’···비씨카드 활용안 거론
국내 카드사 최초로 QR코드 결제 서비스 도입 등 성과···경영 정상화 후 재도약 기대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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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 케이뱅크 은행장으로 내정된 이문환 전 비씨카드 사장이 생사기로에 놓인 케이뱅크를 구원할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018년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야심차게 출범한 케이뱅크는 현재 자본 확충에 어려움을 겪으며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머물러 있다.

마지막 희망으로 여겨졌던 인터넷전문은행특별법 개정안도 예기치 못하게 통과가 지연돼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 내정자가 비씨카드를 통한 우회적 자본 확충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만약 경영 정상화에 성공한다면 케이뱅크는 이 내정자의 디지털 혁신 역량과 함께 제2의 도약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넷전문은행특별법 국회 본회의에서 ‘좌초’···BIS비율 최하위에 실적도 적자 여전

지난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인터넷전문은행특별법 개정안이 부결되면서 케이뱅크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상임위원회(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모두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에 법안 개정이 기정사실화됐었지만 여당 지도부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여당 의원이 반대표를 던져 최종적으로 통과가 좌절됐다.

인터넷전문은행특별법 개정안은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공정거래법 위반’을 제외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현재 KT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어 케이뱅크의 대주주가 될 수 없다. 최대 34%까지 지분을 늘리기 위해서는 개정안 통과가 필수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케이뱅크의 BIS자본비율은 10.88%로 업계 최하위 수준이다. 은행 평균인 15.90%보다는 5.02%포인트나 낮으며 경쟁사인 카카오뱅크(13.48%)와 비교해도 2.60%포인트 뒤처진다. 자본금 규모도 5051억원으로 카카오뱅크(1조8000억원)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

BIS비율 제고를 위한 자본 확충이 막혀 있기 때문에 케이뱅크는 어쩔 수 없이 지난해 대출 영업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현재 케이뱅크가 운영 중인 대출상품은 예적금담보대출이 전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실적도 742억원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면 경쟁사인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하며 연간 기준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자료=금융감독원/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자료=금융감독원/그래프=이다인 디자이너

경영 정상화 여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지난 6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인터넷전문은행특별법 개정안 부결과 관련해 미래통합당 측에 공식 사과를 하고 다음 회기 때 다시 처리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다음 임시국회는 총선이 끝난 후 내달 5월쯤에야 열릴 수 있다.

지난번 임시국회 때처럼 개정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다음 회기에서도 통과가 되지 않으면 법안은 자동 폐기되고 다음 국회에서 처음부터 다시 논의돼야 한다.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마냥 법안 통과를 기다릴 수 없는 처지다.

◇이문환 내정에 비씨카드 등판설 솔솔···디지털 역량 강화도 기대

자본 확충을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문환 전 비씨카드 사장이 차기 케이뱅크 은행장에 내정되자 업계에서는 비씨카드를 활용한 우회적 자본 확충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지난 11일 케이뱅크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차기 행장 후보로 이 전 사장을 추천했다. 이 내정자는 오는 31일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임될 전망이다.

이 내정자는 1963년생으로 광운대학교 전자계산학과를 나와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통신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1995년 KT 기획조정실에 입사해 KT G&E전략본부장과 기업통신사업본부장, KT전략기획실장, KT경영기획부문장 등 주요 요직을 맡았다. KT의 대표적인 ‘전략통’으로 꼽히며 황창규 전 KT 회장이 가장 신뢰했던 임원 중 한 명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8년부터 올 2월까지는 비씨카드를 이끌었다. 비씨카드는 KT가 대주주(69.54%)로 있는 계열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업계에서는 비씨카드를 통한 우회 증자를 예상하는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다. 카카오뱅크 역시 한국투자증권의 공정거래법 위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겨준 바 있다. 다만 KT는 한투증권과 달리 비금융사이기 때문에 우회 증자를 실행할 경우 ‘꼼수’ 논란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 내정자는 비씨카드 사장으로 있으며 디지털 혁신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기도 했다. 케이뱅크가 만약 경영 정상화에 성공한다면 새로운 도약기를 맞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내정자는 지난 2년 동안 비씨카드를 이끌면서 국내 카드사 최초로 QR코드 결제 서비스를 시행하고 FIDO(Fast IDentity Online) 기반 안면 인증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한 베트남 ‘리엔비엣포스트은행’과 결제 플랫폼 디지털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으며, ‘비씨 유니온페이카드 해외 QR 결제’도 개통했다. 이 내정자의 재임 기간 동안 간편결제 플랫폼 ‘페이북’의 가입자 수는 800만명까지 늘어났다. 이는 재임 전보다 3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실적도 어느 정도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 2017년 1472억원이었던 비씨카드의 당기순이익은 2018년 955억원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3분기 만에 1124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도 전체 당기순이익을 넘어섰다. 전년 동기(903억원) 대비 증가율은 24.4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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