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연합 한진칼 주가 하락에 주식 집중 매수
한진칼 지분률 42.14% 수준···조원태 회장 측과 비등
3월 주총 이후 경영권 분쟁 심화 가능성 높아져

한진그룹 경영권을 두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대립 중인 ‘3자 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 반도건설)이 최근 하락장을 틈타 지분을 늘려 주목된다. 법원의 의결권 관련 가처분 신청 기각으로 이번 주주총회에서는 표대결에서 불리해진 상황이지만, 끝까지 경영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이에 양 측의 지분 확보 싸움은 주총 이후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 코로나19로 주가 하락하자 지분 늘린 ‘3자연합’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3자 연합에 속해 있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는 전날 투자목적회사(유한회사 헬레나홀딩스)와 반도건설 계열사들(대호개발, 한영개발)이 한진칼 주식을 장내 매수 방식으로 추가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KCGI는 이번에 3만5000주(지분율 0.06%)를 사들였고 반도건설 계열사들은 115만4000주(1.95%)를 매수했다.  

이들은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공포로 증시가 급락하자 지분 매수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대호개발과 한영개발은 지난 19일부터 주식 취득에 나섰는데 이날 한진칼 주가는 장중 3만8900원에 거래됐다. 한진칼 주가는 이달 4일만 하더라도 장중 9만6000원까지 상승했었다. 대호개발과 한영개발의 이날 취득단가는 각각 4만1769원(매입 주식 수·31만9000주), 4만601원(32만3556주)이었다. 

이후에도 주식 매수는 계속됐다. 한영개발은 20일과 24일에도 주식매수에 나섰는데 취득단가는 각각 4만9622원(32만1444주), 5만9410원(19만주)이었다. 헬레나홀딩스도 24일 매수 단가 5만9113원(3만5000주)으로 주식 매수에 동참했다. 그동안 KCGI의 매수단가가 3만원대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높은 가격이지만, 이달 초 9만원대까지 급등했던 주가와 비교하면 낮은 가격으로 매수 기회가 됐던 셈이다. 

이에 따라 3자 연합의 한진칼 지분은 더욱 늘게 됐다. 이번 매수로 KCGI의 한진칼 지분율은 18.74%가 됐고 반도건설은 16.9%로 올랐다. 여기에 조 전 부사장의 지분 6.49%를 더하면 이들의 지분율은 42.13%가 된다. 특히 반도건설은 이번 지분 취득으로 지분율이 15%를 넘으면서 기업결합 신고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법 제12조에 따르면 상장법인 발행주식 총수의 15% 이상을 소유하는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신고를 하고 투자자를 공개해야 한다. 그만큼 경영권 분쟁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 문제는 주총 이후···장기전 치닫는 경영권 분쟁

당장 다가오는 주주총회에서는 3자연합의 승리 가능성이 이전보다 낮아진 상태다. 이번 주주총회는 지난해 말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으로 의결권이 산정되기 때문에 3자연합이 올해 취득한 지분은 이번 주총에서는 의결권이 없다. 게다가 법원이 3자연합 측이 제기한 2건의 가처분 소송에서 조 회장 측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결정을 내리면서 3자연합의 힘이 많이 빠졌다. 

전날 서울지방법원은 지난 12일 3자 연합이 제기한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대한항공 사우회 등 지분 3.7%에 대해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기각했다. 아울러 법원은 지난 3일 반도건설이 지난해 주주명부 폐쇄 전 취득한 한진칼 주식 485만2000주(8.28%)에 대한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법원은 반도건설에 5%에 해당하는 지분만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결정했다. 앞서 반도건설이 지분을 취득할 당시 단순투자 목적이라고 공시한 것을 허위 공시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를 토대로 보면 조 회장 측의 의결권은 큰 변동사항이 없지만 3자연합 측은 의결권 손실이 발생한다. 가처분 판결 이전까지는 조 회장 측이 33.45%, 3자 연합이 31.98%로 팽팽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3자 연합의 지분은 31.98%에서 약 28.7%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의 의결권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를 비롯해 국민연금의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가 이번 주총의 주요 안건인 조 회장 연임에 찬성한 상태다.

3월 25일 기준 양 측 한진칼 지분 비교. / 표=시사저널e.
3월 25일 기준 양 측 한진칼 지분 비교. / 표=시사저널e.

다만 향후 경영권 분쟁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올해 계속된 지분 매입으로 조 회장 측과의 지분율이 비등해진 까닭이다. 지난 24일 기준으로 조 회장 측의 가용 지분율 합계는 42.14% 수준으로 3자연합의 42.13%와 비슷한 상황이다. 이 기준으로는 아직 어느 누구도 유리한 상황이라고 볼 수 없는 상태다. 이에 따라 향후 지분 확보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될 수록 양 측의 부담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양 측 모두 유통 주식수가 말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주가 상승에 따른 지분 확보 비용이 높아진 상태다. 여기에 3자연합 입장에서 KCGI는 그동안 주식담보 대출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도 함께 갖고 있다. 그나마 반도건설의 현금 동원력이 높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반도건설의 지주사 반도홀딩스만 놓고 보면 지난 2018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719억원 수준이다. 

조 회장 측도 지분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특히 조 회장의 최대 우군이라고 할 수 있는 델타항공의 지분 추가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된다.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을 14.9%까지 높였는데 지분율이 15%를 넘어서게 되면 기업결합 신고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자국 항공사의 외국 자본 소유를 엄격히 규제하기 때문에 기업결합 심사로 가게되면 델타항공의 추가 지분 취득이 제한될 수 있다. 이에 조 회장 측 입장에선 새로운 백기사를 끌어들이는 것이 중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양 측은 이제 물러설 곳이 없는 상황으로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임시주주총회에서부터 내년 정기 주주총회까지 장기전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분 확보에 더해 조 회장 측은 경영 능력을 보여 의결권 자문사들의 우호적인 평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3자연합 측은 상황을 반전 시킬 수 있는 여론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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