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家 신임’ 권영수 LG 부회장·가삼현 현대重 사장, 주총 통해 영향력 키워
‘뉴롯데’ 신동빈 회장, 황각규·송용덕 2인자 권력분산···“1인자 돋보이는 효과”

왼쪽부터 권영수 LG 부회장,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 황각규 롯데 부회장, 송용덕 롯데 부회장.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왼쪽부터 권영수 LG 부회장,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 황각규 롯데 부회장, 송용덕 롯데 부회장.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이번 정기주주총회 시즌을 거치면서, 그룹 내에서 높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2인자’ 경영인들의 희비도 엇갈리는 양상이다.

25일 재계 등에 따르면, LG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주총을 통해 각각 권영수 LG 부회장과 가삼현 현대중공업 사장을 그룹 내 요직에 중용했다. 이들의 그룹 내 입지가 보다 탄탄해졌다는 평가다. 반면, 롯데는 ‘힘의 분산’을 유도하는 모습이다. 확고한 2인자로 군림해 온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앞에 송용덕 롯데지주 부회장이 경쟁자로 등장했다.

권 부회장은 제19기 LG화학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기타 비상무이사란 상근하지는 않지만 이사회 의결권을 갖는 등기이사를 일컫는다. 주총 직후 개최된 이사회에서는 의장으로도 추대됐다. 이로써 권 부회장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에 이어 LG화학에 이르기까지 총 4개 계열사의 이사회 의장직을 겸하게 됐다.

이들 4개 계열사는 그룹의 중추를 담당하면서, 권 부회장이 몸담았던 계열사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권 부회장은 금성전자(현 LG전자)에 입사한 뒤 미주법인·경영지원·재경 등 다양한 부서를 거쳤다. 이후 LG필립스LDC(현 LG디스플레이) 대표,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사장), LG유플러스 대표(부회장) 등을 차례로 역임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취임 후 지주사 LG로 자리를 옮기며 2인자라는 평을 얻기 시작했다. ‘1등 주의’로 대표되는 그의 경영스타일은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선대회장 때와 달라진 LG그룹의 컬러를 대변한다는 시각이 있을 정도다. 이번 주총을 거치며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LG화학은 “뛰어난 식견·전문성을 바탕으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소개했다.

현대중공업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가삼현 사장은 이번 주총시즌을 거치며 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에도 올랐다. 또한 현대중공업지주의 사내이사로도 발탁되면서 그룹 내 2인자 입지를 확고히 하게 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그룹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 중이다. 그룹 1인자 권오갑 회장도 전문경영인이다.

가 사장이 기존에 대표직을 맡고 있던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6월 설립된 신설법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기존 현대중공업의 물적분할을 단행했는데, 신설법인의 사명을 ‘현대중공업’으로 결정했고 존속법인(기존 현대중공업)의 사명을 ‘한국조선해양’으로 변경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주사 전환과정에서 출범한 사업지주사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지주→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 순(順)의 지배체계를 보인다. 그룹의 핵심사업이라 할 수 있는 조선사업 부문에서 가삼현 사장의 그룹 내 지위가 한 층 더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 업계에서는 그가 정몽준 이사장 최측근이라는 점과 정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과 연세대 경제학과 동문관계라는 연결고리 등이 작용해, 향후 승계작업에서도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롯데그룹은 LG그룹, 현대중공업그룹과 다른 선택지를 내세웠다. 특정 경영인을 중용함으로서 그룹 내 영향력을 키워주는 게 아니라, 특정인에 쏠릴 수 있는 영향력을 분산하려는 모습을 취했다. 그룹 통합지주사로 성장 중인 롯데지주는 대표이사에 신동빈 회장과 황각규 부회장에 이어 송용덕 부회장을 추가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해당 안건은 오는 27일 정기주총을 통해 최종 확립될 예정이다. 한 재계관계자는 “신 회장이 지난해 집행유예 판결을 얻으며 리스크에서 벗어난 뒤, 금년을 기점으로 이른바 ‘뉴롯데’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면서 “2인자들 간 견제·경영을 유도하고, 본인의 입지를 탄탄히 하려는 경영적 판단 같다”고 풀이했다.

앞서 롯데그룹은 이인원 롯데 정책본부장(부회장) 사망 이후, 신 회장을 두 명의 2인자가 보필하는 ‘삼각체제’를 유지했다. 황각규 부회장과 소진세 교촌에프앤비 회장(당시 롯데 정책본부 대외협력단 단장) 체제가 이어지다, 소 회장이 롯데그룹을 떠나며 황각규 부회장 홀로 2인자 자리를 유지해왔다. 그러다 송용덕 부회장의 입지가 높아져 재차 삼각체제가 가동되게 됐다.

황 부회장과 송 부회장 모두 1955년생이다. 황 부회장은 1979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로 입사해 롯데 기획조정실 및 정책본부 등을 거치며 유통·호텔 등 다양한 사업을 거쳤다. 반면 송 부회장은 1979년 입사해 롯데호텔 내에서만 이력을 쌓아왔다는 차이점을 지녔다. 미국 뉴욕 팰리스호텔 인수를 성공적으로 매듭짓고, 롯데그룹 형제의 난 당시 신동빈 회장을 가장 먼저 공개 지지해 신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게 됐다고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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