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사람 간 2m 간격 확보할 수 있는 동네 산책 정도가 적당”
“감염병 유행 시기에 꽃놀이 바람직하지 않다" 지적

지난 22일 여의도 한강공원 편의점 앞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지난 22일 여의도 한강공원 편의점 앞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정부가 2m 이상 거리를 둘 수 있는 야외 활동은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크지 않다고 밝혔지만 꽃구경을 다녀온 이들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말하는 야외는 사람이 밀집하지 않은 곳을 말한다며 꽃놀이 명소를 찾는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 22일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충북 오송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야외에서는 공기의 흐름이 있고 2m 이상 자연스럽게 거리 두기를 할 수 있기에 공원 나들이 등 야외활동에 있어 큰 위험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8일 전남 구례로 산수유 꽃구경을 다녀온 60대 4명이 잇따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야외라고해서 무조건 안전을 담보할 수는 없게 된 셈이다. 풍경이나 경치가 좋은 명소의 경우 인파로 인해 2m 간격을 유지하기 어렵다.

구례군은 당초 14∼22일 산수유축제를 열기로 했다가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취소했다. 그러나 지난 22일 하루에만 2만5000명이 방문했다. 14∼22일 누적 방문자 수는 약 17만명에 달한다. 광양시 다압면 매화마을에는 31만명이 넘게 다녀갔다.

경남 창원시가 지난 23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벚꽃 명소인 진해 경화역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사진=창원시
경남 창원시가 지난 23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고자 벚꽃 명소인 진해 경화역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사진=창원시

전국 지자체들은 대부분의 봄꽃 축제를 취소하고 나섰다.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벚꽃 축제인 진해군항제도 취소됐다. 하지만 대규모 상춘객 방문을 우려해 창원시는 지난 23일 진해구 경화역으로 이어지는 통로 11곳의 출입구를 폐쇄했다. 경화역은 국내 최대 벚꽃축제 지역인 진해에서도 특히 벚꽃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앞서 창원시는 방문을 자제해달라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으나 상춘객이 몰리자 결국 출입구 폐쇄 조치를 취하게 됐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23일 브리핑을 열고 “경로가 불확실한 감염원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진해 벚꽃 주요 관광지를 전면 통제한다”며 “올해는 오시지 말라는 말씀을 드리게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 내년에 두 배로 잘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많은 시민들이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았다. / 사진=변소인 기자
지난 22일 많은 시민들이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았다. / 사진=변소인 기자

서울에서는 여의도 윤중로가 대표적인 벚꽃 명소다. 아직 벚꽃이 피기도 전이지만 날이 풀리면서 지난 22일에 여의도에는 많은 인파가 몰렸다. 특히 배달음식을 받는 배달존이나 편의점 근처에는 많은 사람들이 빼곡하게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얼핏 봐도 사람 간 간격이 2m는커녕 2cm 정도로 빽빽하게 밀집돼 있었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이들도 많아 아찔한 광경을 연출했다. 벚꽃 축제는 취소됐지만 앞으로 벚꽃이 만개하면 여의도 한강공원에는 더 많은 인원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꽃놀이나 명소 방문은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병율 차의과학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집 근처에서 주변 사람과 충분한 거리를 둔 상태에서 가벼운 산책 정도는 무리 없지만 상춘객이 붐비는 지역에서의 야외활동은 불특정 다수가 섞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삼가야 한다”며 “우리가 외부인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에 그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충종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는 것이 맞다. 가벼운 활동은 건강을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이지 여가나 놀이를 위한 활동이 아니다”라며 “감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에 꽃놀이를 가는 것은 바람직한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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