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무역 분쟁·일본 수출 규제 이어 올해 코로나19 등 대외 변수

'불확실성.' 기자가 전자기업 출입을 시작한 지난해부터 올초까지 주요 기업 경영진들의 공식 발표에서 줄곧 듣게 된 단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기업들의 매 분기 실적 발표는 물론 최근 정기 주주총회 자리까지 주요 임원들의 한 해 사업 전망엔 항상 ‘불확실성’이란 말이 섞여 있었다. 기업 경영에 있어 확실한 게 있겠냐마는, 사실상 한국 경제를 이끄는 주요 기업 주축들까지 앞으로 사업 전망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대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돌아보게 됐다.

지난해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전자 제조산업은 큰 격풍을 맞았다. 메모리 반도체와 주요 디스플레이 패널은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급락했고 완제품 시장에선 쟁쟁한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에 사업 수익성이 떨어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마찰은 날로 심화했고 하반기엔 일본 수출 규제까지 그늘로 드리웠다.

안타깝게도 이 ‘불확실성’이란 말은 당분간 기업 공식 연설 자리에서 계속 나올 것 같다. 모처럼 시황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 코로나19라는 대대적인 전염병 확산사태가 변수로 닥쳤다. 한국과 중국에서 한풀 사그라든 코로나19는 미국과 유럽 등 다른 국가로 넘어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현지 공장 확진자 문제는 물론 현지 정부 지침에 따라 해외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된 사례도 생겼다. TV업계 마케팅 대목인 도쿄올림픽마저 연기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고 일어나면 공장이 멈춰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어떤 것도 확답을 주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불확실성이란 말은 짧고 단순한 단어지만 올해 기업들에겐 그 무게감이 다를 것 같다. 시장에선 자꾸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낮춘다. 2분기부터 업황이 괜찮아질 것이란 전망은 계속 하반기로 밀린다. 당장의 매출 타격이 가시화되지 않더라도 한 해 장사 계획에 자꾸 변수가 생긴다. 시장 불안감은 차게 식은 투심과 매일 바닥을 모르고 빠지는 기업 주가로도 확인되고 있다.

다만 불확실성이란 말이 우리 기업들의 기초 체력까지 부정하진 않길 바란다. 지난해 제조기업들은 일본 수출 규제 타격을 대비하기 위해 대체 공급선을 물색했고 연구진은 대체 소재를 발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전자산업은 수출 경제를 견인하는 주축이다. 불확실성이란 말이 ‘모든 준비를 다 하겠다’는 뜻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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