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법인세 낮추고 해고 쉬워지면 투자·고용 도움”
학계 “세계적 수요 부족···대다수 기업에 도움 안돼” 반박
이명박 정부 법인세 인하 후 기업 투자 줄어...“해고 막기 위한 정부 역할 확대 필요” 주장도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에서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인천공항-영종도 지역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고 한시적 해고 금지 선포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에서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인천공항-영종도 지역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고 한시적 해고 금지 선포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극복 방안으로 법인세 인하와 해고 요건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한 측은 법인세를 낮추고 해고가 쉬워지면 기업이 투자와 고용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부족한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가 기업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반박도 있다. 지금 어려움을 겪는 대다수의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은 영업이익이 나지 않아 법인세 인하 혜택이 없다고도 했다.

◇ 법인세 25→22% 낮추면···“투자 증가” vs “투자처·수요 없어 무용”

지난 23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저성장과 코로나19로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다며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법인세 최저한세제 폐지, 해고 요건 완화 등을 위한 법 개선을 요구했다.

경총은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은 수준임을 감안해 최고세율을 지금의 25%에서 22%로 낮춰 기업투자 촉진과 생산성 향상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프랑스 등에서 법인세율이 인하되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또한 각종 공제감면 혜택의 실효성을 반감시키는 조세특례제한법의 법인세 최저한세제를 폐지해달라고 했다. 조세특례제한법 상 기업 활용도가 높은 각종 투자 관련 세액공제율을 확대해달라는 요구도 했다.

경총 관계자는 “대다수 OECD 국가들이 법인세 최저한세제를 운용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기업의 투자 및 고용을 촉진하기 위한 조세특례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최저한세제 폐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요구에 반박이 나온다. 전 세계적으로 수요와 투자처가 없는 상황에서 법인세 인하가 투자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사저널e>에 “저성장과 코로나19로 전 세계적 수요가 없고 부품 조달이 안 되는 등 불확실한 상황이다. 법인세를 낮춘다고 투자가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또한 법인세 인하는 현재 이익이 나지 않는 대부분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지금은 어려운 계층에 정부가 재정 정책으로 지원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며 “재정 적자가 커지는 상황에서 여력이 있는 대기업에서 세금을 걷어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와 경제를 지탱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박수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세제연구팀장은 “기업 입장에서 상황이 안 좋으니 법인세 인하 요구가 나오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 고용을 창출한 만한 산업은 없다”며 “법인세 인하가 투자와 고용 확대의 유인책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팀장은 법인세 최저한세제 폐지 요구에 대해 "소득이 있는데도 각종 조세특례를 통해 세금을 거의 안내게 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기업 도산을 막기 위해 고정 비용을 줄이는 차원에서 법인세 인하를 고려해야 한다. 이 경우 어느 정도 고용과 투자에 여력이 생긴다”며 “중소기업에는 각종 공과금 면제 등을 지원해야한다”고 말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법인세 인하가 투자 확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2009년 과표 2억원 초과 구간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내렸다. 추가적으로 2012년에는 2억~200억원 구간을 신설해 22%에서 20%로 낮췄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기업의 투자는 늘지 않았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기업의 총조정처분 가능소득 대비 총고정자본형성 비율은 2010년 89.2%, 2011년 92.6%에서 2016년 84.7%, 2017년 88.8%로 낮아졌다. 총고정자본형성은 공장 신축 등 기업의 설비투자 등을 말한다. 기업들이 법인세 인하로 늘어난 소득만큼 노후설비 교체와 공장 신축 등 투자 확대에 사용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 “해고 쉬워지게 해달라”는 주장에 정부 역할 확대 필요성

경총은 지금의 비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동자 해고 요건 완화도 요구했다. 한국의 경우 경직되고 과도한 고용 보호 규제로 '채용 기피 → 고용 위축 → 경제성장율 하락'의 악순환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경총은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해고제도를 개정해 ‘직무수행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경우 합리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해고할 수 있도록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는 인력의 선순환에 기여한다고 했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24조의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의 제한’에서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 요건을 개정해 경영상 판단에 따른 인원삭감 등 경영합리화 조치가 필요한 경우도 경영상 해고가 가능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경총은 “현행 해고제도는 ‘정당한 이유’를 엄격하게 운영함으로써 현저한 업무능력 부진의 경우에도 근로관계 종료를 어렵게 한다”며 “이는 성과에 따른 공정한 보상 및 인사관리 훼손, 조직 업무효율 장애 등 기업 경쟁력 저하의 원인이 됨은 물론 기업의 채용 확대에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황성현 교수는 “지금과 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고용 유지가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 노동시장 유연화는 사회 안전망 강화와 함께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안전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재난 상황에서 고용이 유지돼야 국민들이 버티고 이는 소비와 경제도 지지된다”고 했다. 

이처럼 주장이 갈린 가운데 정부의 역할을 확대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박지순 교수는 “한국은 미국과 다르다. 해고되면 다시 취업하기 어렵다”며 “다만 기업이 어려운 시기에는 무급휴직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정부는 이 경우를 구직급여 지급 사유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다만 무급휴직 기간이 무한정 길어지지 않게 하는 장치가 논의돼야한다”고 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와 저성장으로 어려운 해외 국가들의 고용 대책을 보면 이탈리아는 노동자에게 최대 9주 동안 휴직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주문량 급감, 부서 폐쇄 등 합리화된 객관적 사유가 있어도 60일간 해고를 금지하도록 했다.

영국 정부는 기업이 직원을 해고하지 않고 고용을 유지하는 경우 정부가 1인당 월급의 80%(최대 약 370만원)를 부담하기로 했다. 덴마크도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월급의 75%(최대 약 425만원)을 3개월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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