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감소→위기확산···믿었던 반도체도, 유가폭락 석화도 침울
“고정비용 감축, 고강도 긴축통한 버티기 外 현재로선 방법없어”

최태원 SK그룹 회장.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최태원 SK그룹 회장.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위기에 봉착한 SK그룹이 난제를 타결할 방안을 찾아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룹 안팎과 업계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등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양상임을 지적하며, 고정비용 감축을 통한 긴축경영 외 별다른 묘수는 없을 것으로 점치는 분위기다.

24일 SK그룹 관계자는 시사저널e와 통화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요 계열사 CEO를 긴급 소집해 대응책을 모색할 것이란 소식과 관련해 “사실이 아니며, 다소 와전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최 회장이 주요 경영진들과 월례회의를 실시 중”이라면서 “해당 회의에서 코로나19 관련 현안이 다뤄질 것 같다”고 시사했다.

SK그룹은 주요 대기업들 중 선제적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한 곳이다.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조속히 실시하고, 이를 확대 적용했다. 계열사 사옥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음에도, 이 같은 선제적 조치로 사내 추가감염자를 막을 수 있었다. 그간 행했던 확산방지를 위한 사회적 대책을 넘어, 실물경제에까지 타격을 주는 코로나19 리스크를 대비하기 위한 논의가 그룹 수뇌부들 사이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재계 3위 SK그룹은 반도체·정유·석유화학 등 이번 사태의 피해규모가 큰 업종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지녔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업종은 SK이노베이션이 맡고 있는 정유·석유화학 등이다.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들면서 유가가 하락했는데, 감산여부를 놓고 산유국들 간 신경전이 더해지면서 오히려 증산경쟁을 펼치고 있어, 유가방어가 힘든 상황이다.

자연히 앞서 원유를 사놓은 기업 입장에선 재고평가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다. SK이노베이션의 대규모 적자가 우려되는 이유다. 미래 동력으로 평가받는 전기차 배터리도 신통치 않다. 미국에서 치른 LG화학과 소송에서 패한데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전체 완성차 수요 또한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 불확실성이 팽배해지는 양상이다.

SK하이닉스가 맡고 있는 ‘수출효자’ 반도체 역시 진통이 예상된다. 북미지역의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반도체 수요도 급락할 것이 가시화되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조사한 2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도 이를 방증한다. 반도체의 경우 타 산업군 대비 높은 수치를 기록했지만, 예년보다 못한 기대치를 드러냈다.

EBSI는 다음분기 수출전망을 수치화 한 지표로, 100이 기준선이다. 이를 웃돌 경우 직전분기보다 개선됨을, 하회할 경우 악화됨을 의미한다. 전체 EBSI는 79.0을 기록했다. 2013년 1분기(78.4) 이후 31분기만의 80선 붕괴다. 반도체 역시 77.0을 기록하며 80선을 넘지 못했다. 그만큼 반도체산업에 대한 전망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문제는 마땅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고정비용 감축을 바탕으로 한 긴축을 통해 고비를 넘길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해석도 있다. 실제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에너지는 원유공장 가동률을 85%로 낮춰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 1월부터 코로나19 관련 대응 TF팀을 구성하고 전사적인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그룹 관계자는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유동인구 감소, 소비위축 등을 시작으로 개인부터 기업, 국가 등에 이르기까지 연쇄적 경제위기 도미노 현상이 가속화되는 단계”라면서 “신사업 개척이 가능한 상황도 아니며, 현재로선 긴축을 바탕으로 이번 위기를 버텨내는 게 최선이 아닐까 싶다”고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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