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사 공들인 자산분배 AI펀드, 지수 대비 하락률 낮아
증시 반등 시기 성과 여부가 AI 전략 성공 여부 가를 듯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산 충격에 국내외 증시가 급락한 가운데 최근 금융투자사들이 공을 들여 출시한 인공지능(AI) 자산배분 펀드들이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국내외 주요 지수뿐만 아니라 일반 자산배분 펀드 보다 낮은 하락률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상승장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만큼, 향후 반등장에서 어떤 성과를 보일 지가 AI 전략의 성공 잣대가 될 전망된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글로벌 자산 가치가 급락하고 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 지수는 지난달 20일부터 하락하기 시작해 이달 23일까지 36.3% 폭락했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에서도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각각 32.5%, 34.99% 내렸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금뿐만 아니라 미국 국채의 가치도 하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에 출시된 자산배분 AI펀드들이 선방하고 있어 주목된다. 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출시한 신한BNPP자산운용의 ‘신한BNPP SHAI네오(NEO)자산배분증권투자신탁(H)[주식혼합-재간접형]’은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23일까지 마이너스(-) 13.78%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외 주요 지수뿐만 아니라 국내 자산배분 펀드의 평균 수익률 -22.26%, 해외 자산배분 펀드의 평균 수익률 -16.19%과 비교해도 양호한 수준이다.

자료=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 / 그래프=시사저널e.
자료=금융투자협회 전자공시서비스. / 그래프=시사저널e.

이 펀드는 신한금융그룹의 AI 전략 강화 과정에서 나온 펀드여서 관심이 컸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2016년부터 AI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고 지난해에는 AI전문회사인 신한AI가 출범했다. 이 펀드는 신한AI가 개발한 AI 투자자문 플랫폼인 NEO를 활용한 첫 번째 상품이다. AI를 통해 주식, 채권, 원자재에 대한 비중을 조절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실제 지난달 말부터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 비중을 늘렸는데, 이 부분이 하락률을 줄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지난 1월 말 출시한 ‘미래에셋합리적인AI글로벌모멘텀펀드’도 선방하는 모습이다. 이 펀드는 같은 기간 -16.32%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국내외 주가지수 보다 나은 성과를 냈다. 이 펀드는 AI가 매일 시장데이터를 수집해 주식, 채권, 원자재 및 부동산 등 시장 국면별로 상승 추세의 자산을 매수하고 하락 추세의 자산을 매도하는 모멘텀 전략으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비중을 조절한다.

미래에셋그룹 역시 AI를 통한 자산관리 시장에 공을 들여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6년 말 ‘미래에셋 인공지능 금융연구센터’를 열었고 미래에셋대우는 2017년 국내 증권사에서 처음으로 디지털 금융 조직을 신설해 AI와 빅데이터 활용에 나선 바 있다. '미래에셋합리적인AI글로벌모멘텀' 펀드는 이 같은 전략 속에서 나온 상품으로 그동안의 AI 운용노하우와 기술이 집약됐다.

다만 상승장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만큼, 앞으로 글로벌 증시 반등 상황에서의 성과가 중요해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AI 전략에서 중요한 점은 결국 자산 배분을 적절히 하면서 하락장에서는 최대한의 방어를 보여줄 필요가 있고 상승장에서는 시장 보다 좋은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며 “그동안 많은 AI 펀드가 큰 차별화를 보이지 못했는데 실질적인 성과를 통해 공모펀드 시장에서 대안이 됐으면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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