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카드·정유 등 공항 임대료 문제부터 취소 대금까지 문제 산적
인천공항 국내선 이용객 하루 20명에 그쳐···산업 전반 연쇄 위기 우려

이스타항공이 국내선과 국제선 운항을 중단하면서 ‘항공사 셧다운’ 이 현실화된 가운데 항공업계 침체가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항공사와 직접적 연관이 있는 여행업계뿐 아니라 정유·카드·유통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4일 국토교통부와 한국항공협회가 운영하는 에어포탈의 통계를 집계해 보면 전날 인천공항 이용객은 전년 동기 대비 93.4% 감소한 1만2364명이다. 이 중 국내선 이용자는 20명에 그친다. 지난해 같은 기간 국내선 이용객은 1428명이다.

인천공항 이용객 추이. / 인포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항공사 및 공항 이용객이 줄어들면서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곳은 유통업계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탓에 매출이 급감했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한 달 매출이 평균 2000억원 수준이었으나, 업계는 인천공항 면세점의 매출이 약 80%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은 급감했지만 ‘비싼 임대료’는 여전하다. 지난해 인천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총 1조761원이다. 정부 지원이 필수적인 상황이지만 정부의 지원책은 ‘일부’ 업체만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해졌다.

정부는 지난 18일 ‘코로나19 관련 업종별 긴급 지원 방안2’을 발표하고 공항 내 상업시설에 대해 3개월간 납부 유예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원 대상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으로 한정됐다. 지난해 기준 면세점 임대료 중 91.5%를 대기업이 내고 있음에도 롯데·신라·신세계 등 대기업 및 SM면세점·엔타스듀티프리 등 중견기업은 임대료 면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면세점 매출 회복 시기와 관련한 리포트를 통해 “코로나 사태가 중국·한국의 국지적 문제였다면 실적 회복 시기는 5월일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글로벌 문제가 되면서 계산이 복잡해졌다”고 설명했다.

카드업계도 항공업계 부진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다. 카드사들은 항공권 취소 대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에 따르면 카드사는 항공권 결제 후 영업일 기준 2일 내에 항공사에 항공권 대금을 준다. 이후 고객에게는 다음 달 카드 결제액으로 청구한다.

항공권 결제가 취소될 경우에는 그와 반대다. 카드사가 먼저 결제액을 회원에게 돌려주고 항공사로부터 해당 금액을 받는 식이다. 항공사는 금액을 즉시 주거나 향후 발생 카드 매출 대금에서 이 금액을 제한다. 그러나 항공사들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면서 카드사들이 정상적으로 취소 대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선 이미 해당 금액이 5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유사 역시 항공사들의 부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카드사와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항공사로부터 기름값을 받지 못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려는 지난달부터 현실화됐다. 지난달 중순 이스타항공은 항공유 대금을 내지 못한 탓에 현대오일뱅크로부터 급유 중단 통보를 받았다.

미국·유럽 등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함에 따라 항공업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산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도 지속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강성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의 1차 충격은 대규모 당기순손실로 나타날 것”이라며 “1분기에는 여행 수요의 절대적 부족으로 항공사들의 대규모 영업적자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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