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의 귀향했지만···삼성생명은 순익 악화 위기
업계 “전 사장, 보험·투자업 전문가로 삼성생명 살릴 구원투수” 평가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프로필 / 도표=이다인 디자이너

전영묵 삼성자산운용 전 대표이사가 삼성생명을 떠난 지 5년 만에 친정 삼성생명으로 돌아왔다. 업계에선 전 사장의 취임을 ‘금의환향’이라고 평가하지만 그가 앉은 자리는 위기를 맞은 삼성생명을 구해야 할 무거운 자리다. 삼성생명 등 생명보험업계는 최근 3~4년 사이 경험해본 적 없는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순익 침체의 늪에 빠졌다. 전 신임 대표의 복귀 발걸음이 가볍지 않은 이유다. 

◇돌아온 삼성생명 순익은 바닥 모를 추락 中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2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전영묵 삼성자산운용 대표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전 신임 사장이 삼성생명에 1986년에 입사해 지금의 삼성생명이 있기까지 전 과정을 소상히 알고 있는 만큼 그가 삼성생명의 구원투수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현재 삼성생명이 처한 상황은 전 사장이 삼성생명을 떠날 때와는 많이 달려졌다. 2015년 전 사장이 삼성생명을 떠나 삼성증권 부사장이 되고 이어 2018년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가 되며 삼성의 투자 관련 계열사에서 뛰어다닐 동안 삼성생명은 연이은 수익 추락을 경험했다. 

삼성생명 당기순이익은 3~4년 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5년 1조2095억원에서 2016년 2조1495억원까지 올랐던 당기순이익은 2017년 1조2632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이후 2018년 1조7337억원, 2019년 9774억원으로 가파르게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는 전년 대비 순이익이 40% 넘게 급감한 어닝쇼크 성적을 냈다는 업계 평가를 받았다. 2018년 삼성전자 주식 매각익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해도 19.2%나 줄었기 때문이다. 

보험사 실적의 근간을 이루는 수입보험료에서도 삼성생명은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했다. 삼성생명 수입보험료 수입은 2016년 12월 말 5조4461억원, 2017년 12월 말 5조3058억원, 2018년 12월 말 5조404억원로 매년 감소했다, 2019년은 감소 규모는 더 심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1월 말까지 4조756억원을 기록하며 작년 삼성생명의 수입보혐료는 5조원 밑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삼성생명 당기순이익 추이. / 도표=시사저널e

반면 투자영업수익이 증가하며 삼성생명의 수익을 지탱했다. 지난해 11월 말 삼성생명 투자영업수익은 2조9639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4.1% 증가했다. 한 해 만에 1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전 사장의 삼성생명 복귀가 이 시점에 이뤄진 것도 투자영업에서 수익이 커진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생보업계가 시장 포화와 함께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고금리 약정 상품의 역마진 늪에 빠진 가운데 결국 투자영업을 확대해서라도 수익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 사장이 보험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통 삼성맨이면서 투자에서도 전문성이 있어 삼성생명 신임 사장으로 전 사장만 한 인물이 없다는 분석이다. 

◇“주가 부양하겠다”···자사주 6000주 매입

전 사장은 삼성생명으로 돌아온 뒤 가장 먼저 주가 부양 의지를 내비쳤다. 전 사장은 19일 삼성생명 주식 4000주, 20일 2000주 등 두 차례에 걸쳐 총 6000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현재 삼성생명 주가는 바닥 모를 추락을 하고 있다. 지난해 1월30일 9만3200원까지 올랐던 삼성생명 주가는 올해 들어 코로나 사태와 함께 더 하락하며 올해 3월23일에 3만6500원을 기록했다. 한 해 만에 60%이상 떨어진 상황이다. 다만 빅3 생보사인 한화생명 주가도 같은 기간 79% 하락해 지난 23일 895원을 기록한 상황이다. 동종업계가 모두 주가 급락을 겪고 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생보업계의 투자심리가 악화된 영향이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보험업계의 투자의견을 ‘NEUTRAL(하향)’로 제시했다. 김 연구원은 “최근 코로나 사태 등 2020년 글로벌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며 “당분간 보험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크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전 사장이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주들에게 책임경영을 통해 주가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투자업 등 금융업 전반 경험한 전문가 

업계에선 전 사장을 보험업계와 투자업계 등 금융업계 전반을 경험한 이력에 주목한다. 그만큼 넓은 인맥과 전문성을 갖춰 금융업 전반에 대한 이해력이 높다는 평가다. 

과거 삼성생명 전임 사장이던 김창수 전 사장은 삼성물산 출신이고 현성철 사장은 삼성SDI, 삼성카드, 삼성화재 등을 거쳐 보험업계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전 대표는 삼성생명에서 시작해 사장까지 올라 누구보다 보험업계와 조직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최근까지 증권사 등에서 주요직을 맡아 자산운용을 통한 삼성생명의 성장 정체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는다. 

삼성생명은 올해 새 국제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이 2023년으로 1년 연장되면서 자본확충에 다소 시간을 번 상태다. IFRS17은 보험사들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결국 업계가 2000년 들어 집중해 판매한 고금리 확정형 보험 상품들이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모두 부채가 될 예정이다. 그만큼 생보사들은 자본 확충 부담을 안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연기되면서 자본 확충과 고금리 상품을 줄이는데 여유가 생겼다. 전 사장 입장에서도 IFRS17 도입 부담을 줄인 상태에서 삼성생명 수익 개선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전 사장의 삼성생명 복귀와 관련해 업계의 관심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자사주 매입 등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앞으로 신사업 발굴과 조직개편에서도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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