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과 가장 접촉 많은 은행 경비원, 예방은 취약···본사·고객 모두 신경써야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사회 전역에서 시행되고 있다. 금융권 역시 혹시 모를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시행 중이다.

은행권 영업점 직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고객들을 대면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일부 부서에서는 재택근무를 실시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장기화되자 은행 직원과 고객 사이에 투명 칸막이를 설치하는 영업점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콜센터 직원들의 영업 환경이 큰 변화를 맞이했다. 금융사 콜센터 직원들은 업무 특성상 발성이 잦고 직원들 사이의 업무 간격이 좁아 집단 감염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줄곧 있어왔다. 실제로 서울시 구로구 콜센터에서는 9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같은 건물의 직원, 접촉자 등을 포함해 156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이후 금융사들은 뒤늦게 콜센터 직원들의 영업 환경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콜센터 사무실이 직원들 사이에 공간을 넓히고 좌석간 칸막이를 높였으며 불가능하다고 얘기되던 재택근무를 도입한 곳도 있다.

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 6개 금융협회는 공동으로 고객들에게 “콜센터 상담 대기시간이 늘어나거나 응대가 지연되더라도 양해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금융권의 이러한 노력들은 향후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콜센터 직원들과 함께 감염 취약 직군으로 꼽혔던 다른 직군에 대한 대비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흔히 청원 경찰로 불리는 은행 경비원들이 그들이다.

은행 경비원들은 은행 영업점을 방문하는 고객들과 가장 먼저 접촉하는 이들이다. 최근에는 고객들의 은행 내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번호표 출력과 창구 안내 등을 필수적으로 하고 있다. 영업점에 따라서는 방문 고객의 체온을 직접 측정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횟수와 밀착정도를 따지면 영업점 내 어느 직원들보다 고객으로부터 감염될 위험이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위험 대비 예방 조치는 오히려 영업점의 은행 직원들보다 허술한 현실이다. 하도급 방식의 고용 형태 때문에 휴직 등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일부 영업점에서는 은행원들에게만 마스크가 지급되기 때문에 경비원들이 스스로 마스크를 구입해 착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은행 경비원은 은행이 직접 채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1차적인 보호 책임은 경비 업체에 있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은행은 영업점의 방역 전체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이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힘들다. 영업점 또는 경비업체가 파견 직원에게 의무적으로 마스크를 공급하게 하는 등 본사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영업점 별로 다른 경비원들의 업무 범위도 통일시켜 혹시 모를 변수를 차단해야 한다.

고객들 역시 확산 방지에 동참해야 한다. 그동안은 편의상 경비원들에게 서류 작성 등의 업무를 대신 시키는 고객들도 있었지만 적어도 코로나19 종식 전까지는 경비원에 대한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콜센터 직원들 사이의 집단감염은 사전에 충분히 위험이 인지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늦장 대응으로 막지 못했다. 은행 경비원들 사이에서는 이미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늦장 대응으로 인한 피해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