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글로벌 경제 침체 속 경영 악화 우려 커져
현대차그룹 “GBC, 지금 당장 중요한 현안 아냐···경영 안정화가 먼저”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지니스센터(GBC) 조감도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불똥이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인 ‘글로벌비지니스센터’(GBC) 프로젝트에도 튀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코로나19 여파로 악화된 경영상태가 안정화될 때까지 GBC 개발을 잠시 뒤로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당초 상반기로 예정됐던 착공도 기약할 수 없게 됐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내부에서는 GBC 개발 계획을 잠정 보류하기로 가닥이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GBC는 현대차가 서울 강남구 코엑스 앞 옛 한국전력 부지에 신사옥을 짓는 대형 프로젝트다. 땅값만 10조원이 들었고, 앞으로도 수조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사업과 관련성이 없는 곳에 대규모 투자를 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모습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재 판매율이 좋지 않은데다 공장도 제대로 운영이 되지 않는 만큼 그룹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며 “또 현재 내부적으로 투자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GBC는 지금 당장 중요한 현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와 그룹 경영 상태가 안정화 되면 그때 다시 GBC를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며 “그리고 아직 착공을 위한 행정절차도 많이 남은 만큼 당장 실행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

GBC 개발을 공동으로 할 투자자 모집은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당초 계열사들로 컨소시엄을 만들어 GBC를 자체 개발할 예정이었지만 핵심사업인 자동차 분야에 주력하기 위해 계획을 수정했다. 특수목적법인(SPC)를 설립하고 투자자들을 유치해 공동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투자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대차는 해외사업 비중이 큰 만큼 롯데월드타워를 지은 롯데그룹과 사정이 다르다”며 “세계 시장 판매량이 줄면 매출 감소로 이어져 영업이익도 타격을 있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증시가 폭락을 하는 가운데 바닥이 아직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며 “지금 같은 시국에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투자를 서두르기보다 현금을 보유하고 관망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GBC는 지난해 11월 말 건축허가를 완료하고 굴토·구조심의와 안전관리계획 승인 등 착공에 필요한 절차를 밝고 있다. 또 현대차 GBC 개발사업단이 ‘현대자동차부지 특별계획구역 복합시설(GBC) 신축사업 감리용역’을 발주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사업은 속도를 내는 듯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하면서 당초 업계에서 예상했던 상반기 착공은 기약이 없게 된 모습이다.

현재 현대차를 포함한 완성차 업체들의 경영환경은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각지 공장이 멈춰서고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 현대차의 이익 전망도 어둡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21% 낮은 6520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2분기 영업이익 역시 7450억원으로 작년 동기(1조2377억원) 대비 40% 줄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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