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 가격에 판매 중인 방판 카운셀러···“온라인 할인 탓에 판매에 어려움”
오프라인 매장 운영하는 가맹점주도 마찬가지···온·오프라인 동일 할인 요구
아모레퍼시픽 “오픈마켓 할인 제품은 정상 유통된 것 아냐···카운셀러 위해 지원금 제공, 상생협력 노력 중”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아모레퍼시픽 상품이 쿠팡 등 오픈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다. 소비 트렌드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 시장으로 재편되면서 대면 판매하는 방판 카운셀러와 가맹점주들에게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판매율이 더 하락한 상황에서 본사는 가맹점주들을 위한 상생안을 내놓았지만, 이마저도 점주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아모레 본사는 앞서 온라인상에서 비정상적으로 할인 경쟁이 과열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취지에서 쿠팡에 자사 제품을 입점했다. 다만 방문판매 카운셀러, 가맹점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쿠팡에 제품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현재 쿠팡에서 판매 중인 일부 아모레 본사 제품은 사전에 직매입해놓은 재고이거나 개인사업자들이 개별적으로 떼어다 파는 제품으로, 본사가 납품한 제품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에서 판매되는 아모레퍼시픽 상품의 공식 할인율은 5~10% 수준이다. 여기에 쿠팡 자체 기획 쿠폰, 할인까지 더해지면 실제 구매가는 정가에 비해 40%가량 저렴해진다.

고객에게 샘플과 경품을 자비로 제공하며 정가 판매해야 하는 카운셀러들은 “온라인 판매를 할 수 없는 환경에서 이 같은 판매는 말도 안 된다”고 반발했다.

아모레퍼시픽 방판 카운셀러 A씨는 “온라인에서는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카운셀러들은 정가 판매를 준수하도록 하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며 “온라인에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적발될 경우 카운셀러 활동이 금지되기 때문에 정가로 판매하는 입장에선 온라인에서의 할인 판매가 반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카운셀러 B씨는 “온라인 판매가 확대되면서 사실상 방판은 지인들 대상의 판매가 전부여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는데, 온라인 판로가 더 확장되면 견디기 힘들게 된다”고 토로했다.

온라인몰 할인율과 오프라인 매장 할인율의 동일화도 요구했다. 카운셀러들은 본사 가격정책에 따라 정상가에 판매하고 있지만 일부 오픈마켓에서 저렴하게 판매돼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B씨는 이어 “가맹점주 입장에선 본사의 가격정책을 무시한 채 상시 할인하는 비유통업자도 문제라고 본다”며 “비유통 물량을 막고 오프라인 매장에선 공급가를 낮춰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판매정책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모레, 특별 환입 통해 가맹점주들과 상생···실효성은 의문

이러한 고충은 방문판매 카운셀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맹점주들도 마찬가지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가맹점주들을 위한 상생안을 내놓으면서 32억원 규모의 특별 환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본사가 온라인몰을 통해 수익을 독점하면서 영업 지역을 사실상 침해하고 있다는 가맹점주들의 지적 때문이다. 특별 환입은 아모레퍼시픽이 가맹점주들에게 내부가(매입가)로 판매한 제품을 그 가격 그대로 다시 구매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환입 대상이 되는 제품 대부분이 현재 가맹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이라는 점이다. 환입 대상에 단종·폐종된 제품이 포함돼 있지 않아 가맹점주들 사이에선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점주들은 이번 조치가 실질적인 도움이 되려면 점주들이 원하는 품목에 대해 환입 신청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아모레퍼시픽 측이 최근 5~6년간 단종·폐종된 제품들에 대해 환입해주지 않아 일부 매장 창고에 쌓아둔 제품만 1000만원 규모에 달한다고 한다.

화장품 매장을 운영 중인 가맹점주 이아무개씨는 “사실상 온라인 구매로 소비 패턴이 바뀌었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이제 물러날 곳이 없다”고 했다.

전현구 전국화장품 가맹점연합회장은 “특별 환입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지만 그동안 가맹점주들이 원했던 품목을 환입하는 게 아니어서 쌓이는 재고에 대한 부담은 여전하다”면서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제품 가격도 동일하지 않고, 관련 정책도 제자리걸음인 상황이라 온·오프라인 간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어 줄폐업으로 내몰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오픈마켓에서 할인 판매되는 제품은 정상 유통된 제품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지난해 8월부터 카운셀러들의 판매 주력 상품인 설화수·헤라 등은 쿠팡 입점을 중단시켰고,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카운셀러들을 위해 지원금을 제공해 상생 협력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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