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난기본소득 요구에 현금성 재난지원금 지급 여부 검토
경제 전문가들 “모든 국민에 지급해야”···“중산층 까지 지급 필요” 의견 분분

지난 17일 오전 대구시 중구 서문시장에서 가게 문을 열기 위해 상인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7일 오전 대구시 중구 서문시장에서 가게 문을 열기 위해 상인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저리 대출과 감세 정책 혜택은 도대체 누가 받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체감이 전혀 없다. 코로나19에 따른 어려움으로 자영업을 하는 남편이 대출을 받으려 해도 조건이 까다롭다. 전 국민이 어려운 상황에서 모든 국민들에게 지역상품권과 같은 방식으로 직접 지원해주면 좋겠다. 이는 생활하는 데도 도움이 되고 소비도 늘릴 수 있다.” (경기도 성남시 한 제과점 아르바이트 노동자 김아무개씨)

코로나19 사태 피해에 따른 정부의 추가 대책으로 ‘직접 지원’ 방식 요구가 커졌다. 정부도 이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현금성 재난지원금을 지급할지 주목받는다. 또한 이 경우 재난지원금 대상자의 범위를 어떻게 정할지 관심이 모인다.

최근 현장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 여야 정치권, 지자체장 일부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막고 국민 삶을 지키기 위해 현금성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여당은 직접 지원을 의미하는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해 정부와 논의에 속도를 높이겠다고 23일 밝혔다.

이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어려움을 겪는 국민의 생활을 돕고, 시장의 수요를 진작하도록 재난지원금을 한시적으로 지급할 것인지 여부의 문제를 정부와 협의하겠다”며 “당은 그 문제에 대해 문을 열어놓고 검토해왔다. 이제 정부·여당은 그 문제를 훨씬 더 책임 있게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제 1야당이 국채를 20조원 이상 발행해 소상공인에게 1000만원을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황교안 대표도 어제 직접 40조원 투입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확장재정, 양적완화 정책 방향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본다”며 “정부는 더 신속하고 과감하게 통 큰 정책으로 코로나 국난 극복을 향해 질주해야한다. 내일 대통령 주재의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서 큰 결단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취약계층 중심으로 피해가 커지자 여러 지자체들이 잇따라 직접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이에 지금껏 직접 지원에 소극적이었던 중앙정부도 이를 고민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부는 모든 국민에게 주는 재난기본소득 형태의 지원은 꺼려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0일 정부가 재난기본소득을 계속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부총리는 “기본소득은 소득, 자산, 고용과 관계없이 주는 것인데 모두에게 주는 것은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며 “재정당국 입장에선 모든 국민에게 나눠주는 것은 형평성 차원도 있고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는 차원도 있다.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재원 문제도 있고 효과성 문제도 있다”고 했다.

직접 지원의 필요성과 요구가 높아진 상황에서 지급 대상의 범위를 어느 수준으로 정할 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전문가들 직접 지원에는 공감대···대상자 범위는 의견 차이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시사저널e>에 “재난기본소득은 전체 국민에게 지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지금 코로나19로 저소득층뿐 아니라 중산층 대다수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산층의 상당 부분은 영세 소상공인이거나 비정규직 같은 불안정 노동자들이다. 이들에게도 혜택이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난기본소득을 사용 기한이 정해진 지역화폐로 지급하고 소상공인 등 매출액 기준을 정해 해당 상점에서만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소상공인들에게 도움이 된다”며 “재난기본소득을 소득세 과세 대상에 포함시키면 연말정산을 할 때 부자일수록 더 많이 환수하게 된다. 가난한 사람에게 더 많이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강 교수는 1인당 100만원씩 약 50조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제안했다. 강 교수는 “1인당 100만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시한이 정해진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영세자영업자 500만명의 매출이 평균 1000만원씩 증가할 것”이라며 “지금은 소비를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재난기본소득 지급”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현금성 직접 지원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 대상자는 선별적 지급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있다.

주상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국민경제자문회의 거시경제분과 의장)는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현금성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며 “재난지원금의 대상은 중위소득 또는 중위소득의 120% 등으로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이러한 선별적 방식의 재난지원금은 어려운 계층이 버틸 수 있도록 돕는다”며 “당국에서는 국가채무비율 상향을 우려하고 있다. 지금은 국가채무비율을 좀 높이더라도 직접지원 등 추가 대책에 나서야 하는 경제 위기 상황이다”고 했다.

재난기본소득 또는 재난지원금의 혜택이 최소한 중산층 이상에게 가도록 해야한다는 요구도 있다.

한홍열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난지원금은 하위 소득 75%까지 지급해 중산층까지 혜택이 가도록 해야 한다. 중산층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며 “재난지원금은 소비를 늘리고 경제를 지탱할 수 있게 만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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