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등 일부 유흥시설 여전히 ‘문정성시’···사회 전반적 ‘거리 두기’ 노력 없이 기업들 노력만으론 역부족

23일 오전 시민들이 서울 시청역 지하철을 통해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3일 오전 시민들이 서울 시청역 지하철을 통해 출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는 코로나19 확산세를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곳이 재택근무 등을 실시하는 재계인데, 일부 기업의 ‘나홀로 노력’만으론 그 효과를 보는 데 한계를 갖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가 전반적으로 재택근무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2월 말께부터다.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중에선 SK가 가장 전향적으로 재택에 나섰고 이후 다른 기업들도 하나 둘 사회적 거리 두기 차원에서 재택근무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SK처럼 전면 재택근무를 하는 곳부터 LG처럼 임산부 위주로 재택을 하는 기업, 교대로 재택을 하는 곳 등 다양한 형태의 재택근무를 실시해 왔다.

일단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통해 자사 확진자를 막는 데엔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하고 있다. 애초에 접촉 기회 자체를 없애버려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택을 전면 실시한 지 한 달가량 지난 지금, 몇 가지 측면에서 한계를 갖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선 지속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하지 못하는 경우다. 철저한 준비 없이 익숙하지 않은 재택 시스템을 도입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애로사항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재택근무가 중단되면서 다시 출근길 지하철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재택근무를 실시하다가 중간에 다시 출근하게 된 한 기업 관계자는 “수도권 코로나 사태는 더 심각해졌는데, 어차피 이렇게 만원 지하철로 다시 출퇴근하게 된다면 지금까지 한 것들이 아무 의미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서울 지역 직장인은 “코로나 피해를 막는다며 근무 장소 및 조직 구성을 변경시켰다”며 “자차 출퇴근이 불가능하다 보니 매일 만원 지하철을 타고 있는데 탈 때마다 불안하다”고 전했다.

현대·기아차는 23일부터 자율 재택근무제를 중단키로 했다. 위기 상황이라 재택을 할 때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반면 SK텔레콤은 전면 재택에서 자율 재택으로의 전환을 고려했다가 다시 전사 재택근무 방침을 유치키로 했다.

기업들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빛을 보기 위해선 재계뿐 아니라, 다른 부문들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불거진다.

여전히 이태원 및 홍대 클럽에는 20대들이 줄을 서 있고 일부 교회는 정부 권유에도 대규모 예배를 강행하고 있다. 이미 성남 ‘은혜의 강’ 교회에서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해 수도권 지역은 비상이 걸렸다. 서울에선 사랑제일교회가 주말 대규모 예배를 강행해 서울시가 행정명령을 내렸다.

한 30대 직장인은 “아침에 출근할 때 클럽에 갔다가 집에 가는 애들과 같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서 살고 있는 것 아니냐”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사람 따로 있고 안 하는 사람 따로 있는 상황에 재택이니 뭐니 한다고 해서 어떤 효과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결국 기업들의 사회적 거리 두기 움직임이 빛을 보기 위해선 사회 각 부문에서의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회 각 부문 모두가 적극적으로 조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재택이 어쩔 수 없이 불가능한 기업들이 출퇴근을 하고, 나머지는 재택근무를 하는 상황이 가장 이상적이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한편 미국 뉴욕주는 출근 필수 업종을 제외하곤 100% 재택근무를 하도록 하고 각종 모임을 금지했다. 국내에선 박원순 서울시장과 대한의사협회가 2주간 전면적으로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피해를 최소화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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