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생태·비건 등 다양한 문제 해결 나서···일부에선 소셜벤처의 사회적 영향력을 측정하기 어렵다는 점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이미지=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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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벤처 ‘어스맨’은 해외의 건과일과 수공예품 등을 공정무역 형태로 들여와 유통하고 있다. 처음 법인을 설립했던 때와 비교해 파트너십을 맺은 국가가 1곳에서 3곳으로 늘어났고, 거래 규모도 2~3배 커지면서 공정무역 프리미엄 금액도 2배 이상 증가했다. 어스맨은 올해 국내 생산자, 요리 연구가, 국내 브랜드와 협업을 통한 제품과 서비스 개발을 준비 중이다.

최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로 수익을 창출하는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소셜벤처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1000여개의 소셜벤처가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는 창업 기획 단계부터 사회 문제 해결을 전제하고 실제 제품과 서비스를 사업화한 기업을 소셜벤처로 정의하고 있다.

소셜벤처가 활발해진 배경에는 사회가 급속도로 발전하고 복잡해지면서 빈곤, 환경오염, 약자 소외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는 가운데 기존 조직 형태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놓여 있다.

소셜벤처 ‘자연에 버리다’는 옥수수전분과 우뭇가사리 등 자연에 버렸을 때 해가 되지 않는 원료를 조합한 플라스틱 대체재 상품을 내놓고 있다. ‘자연에 버리다’는 현실적으로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어려우므로 시각을 바꿔 ‘버려도 되는’ 친환경 일회용품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밖에 사탕수수나 코코넛 껍데기, 과일 찌꺼기 등을 이용한 상품을 만드는 ‘그레이프랩’, 동물을 죽이거나 착취하지 않는 ‘비건 패션’ 상품을 개발한 ‘비건타이거’, 친환경 소재 신발을 만들어 보육원 아이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LAR’, 위안부 할머니를 돕는 디자인 상품을 제작하는 ‘마리몬드’ 등 윤리적 가치를 추구하는 소셜벤처도 다양하다.

변화된 소비 패턴도 소셜벤처가 성장한 이유다. 시장의 주 소비층으로 새롭게 떠오른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 출생)는 무조건 싸고 질 좋은 상품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환경 이슈를 고려한 ‘착한 소비’ 행태를 보인다. 이러한 신념은 공정무역부터 동물 복지, 비윤리 기업 불매운동까지 일상에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 10명 중 7명이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유사한 가치를 지닌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소셜벤처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커지면서 ‘임팩트 투자’도 활발해지고 있다. 임팩트 투자는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 정부는 지난 2018년 1200억원 규모의 ‘소셜 임팩트 투자 펀드’ 조성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운영 성과를 반영해 2022년까지 조성 규모를 5000억원까지 확대하는 것을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선 소셜벤처의 사회적 영향력을 측정하기 어렵고,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 만큼 정부와 민간의 지원이 자칫 예산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소셜벤처 투자업체 관계자는 “이전에는 고려되지 않았던 기업의 긍정적인 영향력을 새롭게 측정한다는 점에서 아직 국내엔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단순히 수익성만이 아닌 ‘일자리냐, 환경 보호냐’ 등 임팩트 기준을 어떻게 측정하고 성과로 이어지게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셜벤처가 추구하는 착한 기업, 착한 소비라는 이상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이상에만 몰입해 상품과 서비스 값이 터무니없이 비싸거나 조악하다면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면서 “정부가 지원만 하고 결과는 미미한 경우도 많기 때문에 양질의 제품력도 동시에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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