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시즌 거치며 사내입지 강화···공통된 위기에 ‘어떻게 헤쳐 나갈지’ 이목 모아져

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 /사진=현대차, 연합뉴스, 한화솔루션
왼쪽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 /사진=현대차, 연합뉴스, 한화솔루션

금년 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를 통해 창업주 3세 경영인들의 역할이 대두되는 양상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각 기업들이 위기에 봉착한 상태여서 이들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현대자동차 이사회 의장직에 올랐다. 현대자동차의 이사회 의장은 1999년 3월부터 줄곧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맡아 온 자리다. 정 회장은 이번 주총을 통해 유지해오던 사내이사직과 이사회의장직을 내려놨다. 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정 수석부회장의 이사회 의장 선임이 ‘세대교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고 총평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현대제철의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이번 주총시즌을 통해 그룹의 핵심 사업에 본인의 역량을 집중하고, 정의선 체제로의 가속화를 의미한 셈이다. 전동화, 모빌리티 등 그룹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등 경영인으로서 높은 평가를 받아오던 그도 올 해 또 다른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위기가 그룹에 엄습했기 때문이다.

국내와 시간차를 두고 북미·유럽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증가함에 따라 완성차 수요급감이 가장 큰 위기요인으로 지목된다. 또한 미국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가동이 중단되고, 유럽에서도 부품수급 난항과 현지 확산방지 등을 이유로 공장을 일시적으로 폐쇄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생산에도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차원이 다른, 1997년 IMF사태에 버금갈만한 경제위기가 엄습한 상황”이라며 “비단 현대차뿐 아니라 완성차시장 전체가 공통적으로 노출된 문제지만, 이번 고비를 얼마나 슬기롭게 넘기느냐에 따라 정 수석부회장 리더십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비슷한 처지다. 호텔신라는 지난 19일 제47기 정기 주총을 통해 이 사장의 대표이사 사내이사 재선임 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이 사장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수요가 급감해 호텔신라의 핵심 사업인 호텔·면세사업의 위기임을 강조하면서도,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부진 사장은 “이럴 때일수록 대내·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본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사업을 적극 발굴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시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취임한 이 사장은 앞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에 따른 한중 갈등이 본격화 됐을 때도 무난하게 위기를 넘겼다는 평을 받고 있어, 이번 위기에서도 어떤 대비책을 선보일지 이목을 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김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꼽히는 한화솔루션 전략부문장 김동관 부사장은 오는 24일 개최될 주총을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될 것이 유력시 된다. 진두지휘 한 태양광사업을 통해 그룹 내 입지를 다진 김 부사장은 지난 1월 한화솔루션과 ㈜한화의 전략부문장을 겸직하게 되면서 그룹 내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한화 측에 따르면, 전략부문은 주요 사업의 미래전략방향 설정 및 투자계획 등을 수립해 미래가치를 제고하는 역할이다.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합병하며 탄생한 한화솔루션과 그룹 지배력의 정점이자 핵심 사업을 영위 중인 한화의 전략부문장을 맡았다는 점은, 본인이 이끌게 될 한화그룹의 청사진을 그리게 됨을 의미한다.

한화솔루션의 경우 김 부사장이 역량을 모은 태양광사업과 석유화학 등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장 큰 위기에 봉착한 사업군을 영위하는 업체다. 이번 위기를 맞아 김 부사장이 어떤 혜안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그에 대한 경영적 평가는 물론 향후 진행될 승계 작업에 있어서 시장 및 여론의 평가가 달려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관계자는 “특정업계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전반적인 경제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남들만큼’이란 새로운 가치척도가 생길 수 있다”며 “그 이상을 보여줄 경우 본인의 입지를 스스로 견고히 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만, 반대의 경우 스스로 입지를 약화시킬 여지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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