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직격탄···면세·호텔 사업, 수요·매출 급감에 ‘셧다운’ 우려 고조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빨간불’···자금조달 부담에 ‘승자의 저주’ 되나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공능력평가 9위 대형 건설사인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은 수년간 건설업 외에 호텔·유통·레저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데 주력했다. 최근에는 항공업까지 팔을 뻗으며 ‘육해공’을 모두 접수한 모습이다. 현산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은 그룹 오너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정 회장은 그동안 사업 리스크가 큰 건설업 외에 안정적인 신규 사업을 모색해 왔다. 현산이 10대 건설사 중 본업보다 부업이 활발한 이유이기도 하다. 현산의 사업 다각화가 ‘승자의 저주’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정 회장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장으로 항공·유통·레저 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사업다각화 방점···정몽규 회장, 과거 못 이룬 ‘모빌리티’ 기업 꿈꿔

2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산은 주택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다. 유통은 물론 호텔·레저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사업 다각화에 나선 이유는 현산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주택에 편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현산은 국내 10대 건설사 중에 유일하게 해외사업이 전무하고, 주택사업 비중이 90%를 육박한다. 부동산 경기나 정부의 정책 등 외부 요인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주택사업 대신 비교적 리스크가 적은 신사업으로 돌파구로 모색한 것이다.

사업 다각화의 시작은 유통부문이었다. HDC아이파크몰을 운영하며 유통업계에 진출했고, 2015년 호텔신라와 손잡고 면세점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지난해 8월에는 한솔 오크밸리를 인수해 리조트 사업도 본격화 했다. 이외에도 파크하얏트 서울점, 부산점과 정선의 웰니스 리조트 파크로쉬와 설악산의 아이파크콘도 등을 운영 중이다. 이외에도 역세권 개발사업과 물류센터 개발사업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 차원에서 개발 운영사업으로의 확대를 예고한 바 있다.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최근에는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에 나서면서 사업다각화의 방점을 찍은 모습이다. 현산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매각 본입찰에 2조5000억원을 써내며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는 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예상한 인수금액(1조5000억원)보다 1조원 가량 더 높은 금액으로 이목이 쏠렸다. 인수대금은 현산이 2조101억원을, 미래에셋대우가 4899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현산은 당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기존 호텔·레저·면세업과 연계한 관광산업 전반으로 사업을 확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현대차에서 밀려난 설움을 유사 ‘모빌리티’(mobility) 기업인 아시아나 인수를 통해 털어내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정 회장은 1996년까지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다 부친과 함께 회사를 떠난 바 있다.

◇항공업계 코로나19 직격탄···아시아나항공 인수도 ‘빨간불’

현산의 사업 다각화 계획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하면서 발목이 잡힌 모습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기업의 ‘셧다운(가동 중단)’ 우려가 항공·면세·호텔업계에서 현실화되고 있어서다. 면세점들은 고객 급감으로 줄줄이 문을 닫는데다, 호텔 객실 점유율은 10~2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항공업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국내 항공 여객수는 90% 넘게 급감했고, 인천국제공항은 보통 20만명 수준이던 하루 이용객이 1만여 명까지 줄면서 개항 이래 최저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올해 상반기 매출이 6조30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우려감도 점차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산은 우선협상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를 떠안기로 했다. 정 회장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 기자회견자리에서 “2조원 이상을 투입해 재무건전성을 개선한다면 부채비율을 300% 미만으로 떨어트릴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여행 자제움직임으로 실적이 악화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은 3·4분기 808%에서 지난해 말 기준 1401%로 폭등했다. 영업손실은 4274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 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계가 대부분의 노선 운항이 정지되는 등 ‘셧다운’ 위기에 직면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대규모 추가자금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금흐름 좋지 않아 차입 규모 늘어날 수도

현금흐름이 예년 같지 않다는 점도 현산에는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지난해 현산의 순영업이익은 4257억원을 기록하며 선전하는 듯했다. 하지만 순영업활동 현금흐름(NCF)은 2018년 4503억원에서 지난해 마이너스 1207억원을 기록했다. 장부상으로만 순이익을 냈을 뿐 실제로는 지난해 엄청난 규모의 현금적자를 봤다는 뜻이다. 이는 분양 지연과 신규 사업 취소 등으로 분양물량이 축소되고,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복합개발 사업도 지지부진했던 탓이다. 국내 건설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현산의 건설사업은 올해 역시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

현금성자산도 쪼그라들었다. 현산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08년 1조3425억원에서 지난해 5247억원까지 급감했다. 1년 새 61%(8177억원) 가량 줄어든 것이다. 앞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복합개발 사업 등에 들어갈 비용이 남은 상황에서 현금흐름이 개선되지 않으면 현산은 추가적으로 차입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이미 조 단위 차입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현산의 재무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현산은 인수금액 2조원 중 1조1000억원을 외부 차입으로 조달한다.

일각에서는 정 회장의 무리한 사업 확장이 ‘승자의 저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한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은 그동안 과감한 결단력으로 신사업을 추진해 왔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역시 이미 입찰 전부터 대규모 투자비용과 부채비율 변화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정 회장은 밀고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우려가 현실화 됐다“며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현산이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만큼 정 회장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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