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천구 내 홀로 사는 노인들 관련 서비스 인지 못해
사회적 관계망 형성에 갈증

지난 19일 양천구 일대 혼자 사는 어르신들을 만났다./사진=임지희 기자
지난 19일 양천구 일대 혼자 사는 어르신들을 만났다./사진=임지희 기자

양천구가 지난해 초 독거노인 가정에 스마트플러그를 설치해 고독사를 예방하겠다며 나섰지만 정작 이를 사용해야 할 노년층은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 내 혼자 사는 노인들은 지원 내용에도 아쉬움을 표했다.

기자는 지난 19일 서울 양천구 신월동을 찾았다. 인근 아파트단지 앞에는 노인 약 10명이 모여있었다. 노인들에게 스마트플러그 고독사 예방 서비스를 들어본 적이 있냐고 묻자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라며 손사레를 쳤다.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할아버지는 “나도 10년 넘게 혼자 살았는데 받을 수 있는 거냐”며 관심을 보였다.

스마트플러그 고독사 예방 서비스는 독거노인 가정에 스마트플러그를 장착해 활동 여부를 파악하는 서비스다. 스마트플러그는 TV, 전기밥솥 같은 가전제품에 연결해 조도와 전력사용량을 감지한다. 이를 실시간으로 측정·분석한 데이터를 활용해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이다. 일정 시간 이상 변화가 없으면 관리사는 전화, 가정방문 등으로 안부를 확인하고 조치를 시행한다.

서울시는 지난해 성동·양천구를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스마트시티 특구로 지정했다. 시는 2021년까지 36억원을 투입해 통신망과 데이터 관리시스템을 지원한다. 양천구는 복지·환경 분야에 ICT 기술을 도입한 서비스로 스마트플러그 고독사 예방·장애인 주차구역 지킴이·맞춤형 스마트보안 등을 진행 중이다.

기자가 서비스 내용을 설명하자 노인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할아버지는 “어디서 스마트특구는 들어 본 것 같은데 이건 처음 들어본다”며 “몇 년째 혼자 살고 있지만 이런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혼자 사는 노인네들은 이런 거보다 말 걸어주는 기계를 놔주면 외로움이 덜어지겠지”라고 덧붙였다.

양천구에 따르면 지난해 기기 1200대를 구매해 구 내 독거노인 1160명에게 보급했다. 이는 양천구 전체 독거노인 수 약 11000명 중 10%에 해당하는 수치다. 대상에 선정되면 복지관을 통해 기기를 보급하며 이를 관리하는 생활 관리사는 107명이다. 올해 이 서비스에 배정된 예산은 1억원이다.

상황은 서울 양천구 목동도 마찬가지였다. 놀이터에 모인 노인들에게 이 서비스를 들어본 적이 있냐고 묻자 “늙은이가 뭘 안다고”라며 입을 모았다. 5평 남짓 방에 혼자 살고 있다는 할머니는 “혼자 사는 노인네가 안 움직이면 직접 방문하는 거냐”며 “차라리 매주 누가 직접 찾아와서 말동무 해주는 게 더 좋겠지”라고 말했다.

인근 재래시장에는 구부정한 허리로 리어카를 끌고 가는 노인들이 다수 포착됐다. 이곳에서 만난 노인들 역시 관련 내용은 모르고 있었다. 폐지를 줍던 할아버지는 “집에 못 들어가는 날도 태반인데 그걸 해서 뭘 한다고”라며 떠났다. 누우면 꽉 차는 단칸방에 혼자 산 지 10년째라는 할머니는 “들어본 적 없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적적하니까 시장에 나오지”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혼자 사는 노인들은 사회관계 형성에 갈증이 컸다. 실제 한국 고령층의 사회적 관계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부실하다. 지난해 9월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 고령층 사회적 관계망 비율은 60.9%로 조사대상 33개국 중 가장 낮다. 15~29세 청년층이 90%를 넘는 것과 비교하면 고령층일수록 점차 사회적 단절이 쉽게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박시내 통계개발원 경제사회통계연구실 사무관은 “사회적 활동의 참여 정도와 고령층 삶의 만족도는 상관성이 높다”며 “한국의 고령층은 고용률은 높지만 사회적 관계망이 최하위권에 머무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과 개인 그리고 개인과 사회 사이의 사회적 관계망을 확충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양천구는 향후 서비스 확장 계획에 나섰다. 양천구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기기 보급을 본격 시작했고 올해 초에 맞춤형 돌봄 서비스로 제공할 예정이다”며 “독거노인 중에서도 비교적 더 취약하신 분들을 먼저 선정하고 있다 보니 대상이 제한적이지만 앞으로 지원대상을 1800명까지 추가 발굴하고 관리 복지센터도 3곳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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