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앨범으로 즐기는 만족감에 몰리는 2030들

지난 19일 방문한 서울레코드에서는 LP 앨범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사진=양세정 인턴기자
지난 19일 방문한 서울레코드에서는 LP 앨범이 가지런히 진열돼 있었다./ 사진=양세정 인턴기자

‘레코드판’ 또는 ‘바이닐’이라고 부르는 LP판이 다시 실물 앨범 대세 매체로 떠오르고 있다. 2030세대가 새로운 소비자로 진입하면서 판이 커졌다. 다만 아직 국내에서 LP를 직접 제작하고 판매하는 데는 여건이 마땅치 않다.  

지난 19일 기자는 서울 시내 주요 레코드숍들을 돌아봤다. ‘레트로(retro)’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매장들에선 장르와 가수별로 다양하게 LP 앨범을 구경할 수 있었다. 가격대도 1만원대부터 10만원을 훌쩍 넘는 것까지 다양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현대카드 ‘바이닐앤플라스틱’에선 LP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도 음악을 감상할 수 있었다. 숀 멘데스 같은 다양한 해외 가수들의 음반을 턴테이블을 조작해 직접 재생하고 들어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LP에 이제 막 입문한 초심자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박아무개(여‧29)씨는 “요즘 일상에서 LP를 접할 일이 많아져서 지난달 턴테이블을 구매하게 됐다”며 “음악이 나올 때 들리는 자연스러운 잡음, 옛날 소리 같은 것이 좋더라”고 설명했다. 곽아무개(남‧36)씨는 “지난주에 ‘슈프림’에서 내놓은 턴테이블을 구매해서 오늘 직접 앨범을 보러 왔다"며 "앞으로 LP로 음악 듣는 것을 취미생활로 이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수요가 점점 달궈지고 있다. 지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에 따르면, 10~30대 젊은 층에게 판매한 지난해 턴테이블 수량은 2016년에 비해 61% 늘어났다. 이미 미국 시장에선 지난해 LP 매체 판매고가 CD 판매고를 처음으로 뒤집기도 했다. 음악 판매량을 집계하는 ‘닐슨 사운드스캔’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에서 팔린 LP 앨범은 1884만 장에 달했다. 집계가 시작된 1991년 이후 최다 판매량이다. 

서울 마포구 신수동에 위치한 레코드숍 도프레코드 김윤중 대표는 “전체적으로 LP 매출이 50%까지 올라갔다”며 “여기 매장에서 취급하는 품목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 수치는 매우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다시 LP가 주목받는 이유로 실물 앨범으로 음악을 즐기는 만족감을 꼽았다. 그는 “MP3나 유튜브로의 감상이 훨씬 간편하고 시스템에 따라 뛰어난 음질도 즐길 수 있다”며 “그렇지만 음악을 하나의 문화라고 생각한다면 LP 앨범을 통해서는 음악과 패키지, 가사, 크레딧까지 함께 어울려 더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승수 서울레코드 대표는 LP 시장이 부활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서울레코드는 1976년부터 서울 종로3가를 지켜 온 레코드숍이다. 2013년부터 이곳을 운영하기 시작한 황 대표는 “당시만 해도 LP는 취급하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계속 찾아서 2015년 즈음부터 가져다 놓기 시작했다”며 “LP는 사람들이 두드려서 만들어진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영화 ‘라라랜드’를 본 뒤 OST에 감명받아 LP를 보러 오는 등 대중적인 취향의 고객이 많은 만큼 앞으로 시장은 더 넓게 커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다만 아직 LP 시장이 더 크기 위해서는 해결돼야 할 과제가 있다. 앨범 제작에 비용이 드는 만큼 확실한 수요층을 집계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또 음반사들도 LP를 주류 음반이라고 인식하지는 않고 있다. 황 대표는 “잠재 수요층이 있어도 그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며 “제작사가 생기고 커지고는 있지만, 막상 음반을 발매하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LP 앨범을 제작하는 골든노이즈 변정식 대표는 “국내에서 LP를 제작하려는 사람들 가운데는 미디어 노출이 어려운 오래된 아티스트나 마이너 아티스트가 많다”며 “국내 LP 시장이 앞으로 더욱 크려면 레이블들이 LP를 음반으로 생각하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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